새만금 신항만 문제를 놓고 군산시와 갈등을 빚어온 전북자치도가 이번엔 김제시의 반발에 부딪혀 공식 행사마저 취소하는 등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전북도와 시·군과의 갈등이 잇따르며 "광역단체의 조정력과 중재력이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기초단체가 너무 과도하게 지역이기주의를 발동하고 있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20일 전북자치도와 일선 시·군에 따르면 도와 군산·김제시·부안군은 전날 오전 9시 도청에서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특자체) 합동 추진단 구성 협약식'을 진행하려 했지만 김제시가 갑자기 행사 전날에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일정이 무산됐다.

전북도는 2년 넘게 속도를 내지 못한 '새만금 특자제' 추진을 위해 해당 시·군과 여러 차례 협의한 끝에 긍정적인 입장을 받아내 협약식을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김제시가 행사 전날 늦게 돌연 전북도에 불참 의사를 전달했고 도(道)는 막판까지 설득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김제시는 새만금 특자체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전북자치도가 새만금 신항을 군산항의 부속항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앞서 전북자치도는 새만금 신항만 문제와 관련해 군산시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전북도가 '새만금 신항 무역항 지정 자문위원회' 회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군산시와 시의회·시민사회단체 등이 강하게 문제를 삼고 나온 것이다.
자문위는 그동안 세 차례 회의를 거쳐 '군산항과 통합 운영하는 원 포트(One-Port) 체계가 적절하다'는 결론을 도출했음에도 전북자치도는 해당 의견을 배제하는 등 공정성 문제가 있다는 군산시의 주장이다.
이 와중에 전북도는 자문위 회의 결과를 오는 26일 열릴 '해수부 중앙항만정책심의회'에 출석해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어서 김제시의 반발을 촉발하는 등 전북도와 일선 시·군과의 갈등은 더 꼬이는 양상이다.
1개월 전인 올해 2월에는 전북도가 전주~김제간 철도구축을 1년 전부터 국토교통부에 건의해 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익산시와 시의회가 강력 반발하는 등 파열음이 불거졌다.
익산시와 시의회는 "1조2000억원을 투자해야 하는 전주~광주 철도 신설은 그동안 철도교통의 중심지 익산의 위상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경제성이 부족한 사업을 중앙에 건의한 것은 익산역을 고사시키려는 의도"라고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급기야 전북도는 전주~김제 철도신설 등 기존에 건의한 7개 사업에 익산지역 현안인 '전북권 광역철도망 구축' 사업으로 추가로 국토부에 건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밖에 완주군에서는 "전북자치도가 전주·완주 통합을 밀어붙이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등 지역 현안을 둘러싸고 전북도가 잇따라 기초단체 반발의 벽에 부딪혀 향후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역에서는 "지역현안과 관련한 기초단체의 과도한 지역이기주의가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전북도의 매끄럽지 않은 일처리와 느슨한 조정력도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주~김제간 철도 문제와 같이 사전에 관련 지자체와 소통하지 않아 논란을 키우는가 하면 한 지자체의 반발이 다른 지자체의 더 큰 반발을 낳는 등 첨예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광역단체의 신중한 판단과 치열한 조정·중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탓인지 지역의 이익과 관련한 기초단체의 대립과 갈등이 심해지는 양상"이라며 "전북도 전체 이익을 위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대승적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불이익을 당하는 '전북 디스카운트(discount)'에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북도의원은 "시·군이 싸움을 하더라도 물밑에서는 서로 타협하고 협상을 해야 하는데 새만금 논쟁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며 "이런 때일수록 광역단체의 물밑 조율 역할이 빛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전북자치도가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선정된 도전정신과 자신감은 높게 평가해야 할 일이지만 시·군과 끊임없이 조율하고 소통하는 자세로 지역 현안을 풀어가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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