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북 북부를 휩쓴 대형 산불이 발생 한 달째를 맞은 가운데, 안동 구시장 찜닭골목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잿더미가 된 산림만 9만 9천여 헥타르, 숨진 이만 27명에 달한 이번 재난은 안동·의성·청송·영양·영덕 등 인근 5개 시·군을 초토화시키며 지역경제마저 흔들고 있다.
특히 안동을 대표하는 찜닭 골목마저 ‘관광 기피지역’으로 오해받고 있다는 현실에, 상인들은 “폭삭 속았다”는 말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산불 난 줄은 알겠는데… 손님은 발길을 끊었죠”
21일 찾은 안동 구시장 찜닭 골목은 평소 주말이면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모습은 사라지고, 텅 빈 골목만 쓸쓸히 바람을 맞고 있었다.
김준년 안동찜닭생산협회장은 “매출이 평년 대비 70~80%나 줄었다”며, “코로나 시기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방에서 불이 났다는 뉴스가 ‘안동 전체가 전소됐다’는 인식으로 퍼져나간 탓”이라며, “타 지역 관광객들까지 발길을 끊으니 산불은 끝났지만 생계는 멈춘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찜닭도 타들어 가고 있어요”… 결국 상인들 스스로 할인 돌입
안동찜닭생산협회는 결국 자구책으로 나섰다. 4월 21일부터 5월 15일까지, 구시장 찜닭 골목 전 매장에서 ‘찜닭 10%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
“개별 가게 이름 걸고 성금 내면 그만”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협회는 “단순한 기부보다 더 많은 시민과 관광객에게 따뜻한 회복의 온기를 나누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할인폭은 크지 않아 보여도, 위기 속에서 나온 ‘지역 공동체의 의지’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행사도 다 취소, 또 다른 이재민 생길 판”
일각에서는 산불 이미지 장기화에 따른 2차 피해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4~5월 예정돼 있던 지역 행사들이 모두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라며, “이대로면 산불 피해는 산림에서 멈추지 않고, 생업 전선으로 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동은 이미 일상을 되찾고 있다. 다만 시민들도, 관광객도 안 오니 잊지 못할 뿐”이라며, “안동은 괜찮다. 많이 찾아와 달라”고 호소했다.
“10% 할인은 신호탄, 안동은 살아 있습니다”
이번 찜닭 할인 행사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다. 안동이 다시 살아 숨쉬고 있고, 소상공인들이 지역 재건의 최전선에서 묵묵히 싸우고 있다는 메시지다.
찜닭 골목을 가득 채웠던 웃음소리와 냄비 끓는 소리가 다시 들리길 바라는 이들의 외침은 단 하나다.
“안동은 괜찮습니다. 제발 다시 찾아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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