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11년 10개월째 아침이면 ‘최태호의 한국어교실’이라는 문자를 발송한다. 요즘은 계속해서 정겨운 우리말, 헷갈리는 우리말, 그리고 한자 성어 공부 등을 보내고 있는데,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모르고 있었거나, 잊었던 기억을 찾아주어 고맙다고 인사하는 독자들이 있어 힘을 얻는다. 지난 주에 아내와 함께 출근하다가 고속도로에서 추돌당했다. 병원에 입원해서 3일째 되는 날에 어지럽고, 혈압이 지나치게 높아 엄청 고생을 했다. CT를 찍어 보니 목디스카가 나와서 한 주를 더 입원하라고 한다. 할 일은 많은데 병원에 누워있자니 마음이 밖에 있어서 그런지 혈압이 도통 내려가지 않는다. 오호 애재라! 그래서 할 수 없이 ‘한국어교실’은 봄방학이라 하고 2주간 쉴 수밖에 없다.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국어를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은데,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뒤에서 받으니 어쩔 수가 없다. 아무리 조심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
과거에 ‘이태원 참사’라고 썼다가 퇴출당한 적이 있다. ‘이태원 사고’지 왜 '참사'라고 하는 것이냐며 사정없이 막말을 쏟아냈다. 필자도 조금은 보수적인 사람인데 그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았었다. ‘참사(慘事)’라는 말은 “비참하고 끔찍한 일”을 이른다. 이태원에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죽었으면, 이것이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 아니면 무엇인가 되묻고 싶다. 참사(慘事)의 예문을 보자.
용산 참사의 해결이 지연되면서 유족들의 투쟁은 극단화되고 있다.
이번 참사가 얼마나 끔찍하고 파괴적인 상황인지 알 수조차 없다.
사고(事故 : 뜻밖에 갑자기 일어난 좋지 않은 일, 문제나 말썽을 일으키는 일, 어떠한 일의 원인이나 이유)의 예문을 보자.
사고가 빠르게 뒤처리되어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태호는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를 당했다.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즉 ‘참혹한 일’이면 참사라고 표현하고, ‘불의에 갑자기 일어난 좋지 않은 일’이면 사고라고 한다. 적절한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상대방을 무시하고 그냥 인신 모독으로 이어가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필자에게 맞춤법도 모른다고 지적하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그런 것이다.)
단어 하나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문장에 담긴 의미도 중요하다. 그래서 문장작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고, 바른 문장을 쓰기 위해서 맞춤법에 맞게 써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다수의 언중들이 ‘여위다’와 ‘여의다’를 구분하지 못한다. ‘늘이다’와 ‘늘리다’, ‘마치다, 맞히다, 맞추다’ 등도 구별하기 어렵다.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정리해 놓은 것을 한글 맞춤법이라고 한다. 때에 따라서는 두음법칙도 있고, 구개음화라는 것도 있다. 우리나라는 표준어라고 해서 ‘서울에 사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권하지만 북한에서는 문화어라고 해서 김일성 교시에 따른 북한만의 문법이 있다. 거기에는 두음법칙도 없고, 외래어도 우리와 다르다. 미국식 외래어가 많은 우리나라와 러시아식 외래어가 많은 북한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캠패인’이라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깜빠니아’라고 한다. 그래서 갈수록 남북한의 언어가 이질화될 수밖에 없다. 맞춤법은 그래서 필요하다.
언어는 항상 변한다. 그러므로 시대에 맞는 맞춤법이 있다. 어른과 아이가 대화가 잘 되지 않는 것도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길은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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