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무안공항 참사 이후에도 근본적인 해결 방안 없이 제주 제2공항 사업을 강행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부실한 조류조사로 인한 항공기 안전 위협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2공항 계획 전면 재검토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3월 21일 국토교통부는 ‘항공안전 대토론회’를 개최했으나, 무안공항 참사 이후에도 공항정책에 실질적 변화는 없었다. 토론회에서는 조류충돌을 항공기 사고 발생 1순위 요인으로 지목했음에도, 대책은 레이더와 드론 예방 시스템에 그쳤다. 이미 무안공항 참사 당시에도 레이더가 위험을 감지했지만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근본적 대책 없이 명분만 세운 행보라는 지적이다.
앞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환경조사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제주의 육상 양식장 주변 조류 개체수와 이동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공항 반경 13km 내에 149곳의 육상 양식장이 밀집해 있으며, 이들 양식장이 조류 유인 시설로 작용해 항공기와 새들의 충돌 위험이 극히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환경조사위는 "육상 양식장은 다른 시설보다 조류 유인 요소가 강하다. 이 149곳의 양식장을 이전하지 않는 이상 제2공항은 결코 조류충돌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새들이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고 비행 고도가 60m 이하라 위험이 낮다"며 비상도민회의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환경조사위는 국토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환경조사위는 ▷새들이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지 않고 야간에는 내륙 습지로 이동한다는 점 ▷천적 출현이나 소음, 진동 시 새들이 60m 이상으로 급상승 비행하는 점 ▷양식장 배출수를 막기 위해 촘촘한 필터를 설치해도 냄새 유인은 막을 수 없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제2공항 이착륙 주요 지점인 신산해안 인근에서는 갈매기과 새들이 집단적으로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반경 8~10km 내 성읍저수지, 송당저수지에는 1000마리 규모의 오리과 새들이 서식하고 있어서 야간 조류충돌 위험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조사위는 "차로 지나가며 조류 개체수를 단순 집계하는 식의 조사가 아니라, 새들의 행동 특성과 야간 이동 경로까지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며 "국토부의 조사는 조악하고 유치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또 "육상 양식장은 사료찌꺼기 냄새로 새들을 유인하기 때문에 단순한 배출수 필터링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면서 "국토부가 양돈장은 조류유인시설로 매입하겠다고 하면서 양식장 대책은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이중적"이라고 지적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향후 조류별 먹이활동, 서식지 이동 특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예고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제2공항을 비롯한 불필요한 공항 건설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며 "성찰 없는 국토교통부는 새 정부 출범 후 해체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들이 안전해야 사람도 안전하다. 부실 조류조사, 안전불감 제2공항,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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