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경제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대규모 기업 유치와 인프라 확충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지만,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내수 침체는 여전히 지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하고, 청년은 ‘좋은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난다.
이런 상황에서 전주상공회의소 수장으로 민간 경제계를 이끄는 김정태 회장은 “이제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뛰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기업 유치나 산업 생태계 구축을 지방정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지역 기업과 민간 경제 주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지역이 원하는 산업’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전북경제의 위기 진단과 과제, 2036 하계올림픽 유치를 둘러싼 민간의 역할까지. <프레시안>은 김정태 전주상의 회장을 만나 전북경제의 현실과 돌파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프레시안 : 최근 제23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WKBC)에 참가하셨습니다. 어떤 점이 인상 깊었고, 전북 경제에는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김정태 회장 : 애틀랜타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2천여 명의 재외동포 기업인들이 모였습니다. WKBC가 미주 지역에서 열린 건 처음인데, 규모와 네트워크 측면 모두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현지 투자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전북 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과 수출 확대를 위한 실질적 통로를 모색할 수 있었습니다. 전북도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할 때입니다
프레시안 : 내년 대회는 인천에서 열릴 예정인데, 전주상의 차원에서는 어떤 준비를 계획하고 계신가요?
김정태 회장 : 가장 중요한 건 전북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이 기회를 실질적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기업 소개 자료 준비, 통역 인력 지원 같은 실무적인 부분부터, 전북의 특화 산업을 소개할 홍보관 운영까지 폭넓은 지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 한인 경제인들과의 1:1 비즈니스 미팅도 연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 중입니다. 단순한 행사 참여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습니다.
프레시안 : 전북 경제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김정태 회장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위기’입니다. 전북은 제조업 비중이 낮고, 대기업 본사도 거의 없습니다. 산업 구조가 취약하다 보니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소비도 함께 줄고 있습니다. 전주처럼 규모 있는 도시에서도 젊은 인구 유출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제는 공공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 주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입니다. 전북에 투자하거나 창업하고 싶은 기업인들에게 “여기서 해볼 만하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주상공회의소는 그런 연결고리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프레시안 : 최근 전주상의가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어떤 전략을 구상하고 계신가요?
김정태 회장 : 전북의 강점은 분명합니다. 수도권에 비해 인건비와 부지 비용이 저렴하고, 쾌적한 생활환경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 유치를 위해선 산업 인프라가 필수입니다. 물류, 교통, 전문 인력, 연구기관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기업이 머물 수 있습니다.
현재 전주시와 함께 첨단산업단지를 기획 중입니다. 단순히 공장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창업하고,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에 투자하며, 대기업이 협력사를 육성하는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겁니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아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합니다.
프레시안 : 말씀하신 첨단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생태계 구축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전북의 기존 산업과 어떻게 연결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정태 회장 : 전북은 농생명, 탄소소재, 재생에너지 같은 특화 산업이 이미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산업이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산업단지를 만들 때는 기존 산업과의 연계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예컨대 농생명 산업은 스마트팜, 푸드테크 같은 미래 산업과 접목할 수 있고, 탄소소재 산업은 전기차, 드론 같은 첨단 제조업과 협력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산업 간 연결고리를 민간 주도로 설계하고 강화하는 것이 지금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 : 최근 2036 하계올림픽 유치가 지역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김정태 회장 :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지역의 사회·경제·문화 인프라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입니다. 도로, 교통, 숙박, 관광 콘텐츠 등 지역 구조 전반의 재편이 가능하죠.
이런 기회를 민간이 놓쳐서는 안 됩니다. 민간이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전북의 매력을 세계에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전주상공회의소도 올림픽 유치를 위한 민간 활동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위기의 전북경제를 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한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김정태 회장 : 저는 ‘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전북 경제가 직면한 과제들은 분명 크지만, 그만큼 큰 기회이기도 합니다. 전북이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민과 관이 함께 움직이는 협력 구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특히, 전북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혁신과 협력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제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변화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전북을 더 큰 무대에 세울 준비를 해야 합니다.
지역 경제는 단기적인 성과에 머물러선 안 됩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서로의 역량을 키우고, 함께 나아가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전주상공회의소는 그 길에 함께 설 것입니다. 모두가 하나 되어 힘을 모은다면, 전북 경제는 충분히 다시 도약할 수 있습니다.
김정태 회장은 전북 경제가 직면한 현실을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민관이 힘을 모아 새로운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그는 문제의 복잡함을 인정하면서도, 협력과 혁신을 통해 전북 경제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전북의 미래는 그 길을 함께 걸어갈 모든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다.” 그의 말처럼, 지금은 변화의 주체로 나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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