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선거에 나서는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 출신은 주로 고향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하지만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 가능성과 관련한 고향 민심은 대체로 싸늘한 분위기로 봐야 할 것 같다.
전북이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까닭에 정치권은 한 총리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원택 민주당 전북자치도당위원장은 지난달 말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기어코 한덕수 대선출마(할 것 같다)"라며 "내란세력 방탄이자 국민 배신 출마"라고 강공을 퍼부었다.

이원택 위원장은 "전북의 동학혁명 역사와 민주화운동, 전북발전과 역행하고 전북도민이 심판할 것"이라며 "(민심을) 우롱하지 마라"고 직공을 날렸다.
이성윤 초선의원(전주 을)도 '대권놀음 한덕수, 엄중한 국민심판에 직면할 것'이란 글을 통해 "국정을 자신의 '대권놀음' 도구나 수단쯤으로 아는 한덕수에게 양심이나 염치를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겠지요?"라고 주장했다.
이성윤 의원은 한 총리가 헌법재판소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언급하며 "지금처럼 계속 국민을 배신한다면 한덕수에게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과 책임 추궁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북지역 친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 전북혁신회의'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한덕수 권한대행이 대통령 행세를 하며 고향인 호남 민심을 교란시키고 있다"며 "민생을 챙기는 척하며 여론을 떠보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인 만큼 대산 출마 의사가 있다면 공직자에서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전북 정치권만 한 총리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공격하는 것은 아니다.
전북지역 변호사 100명은 지난달 30일 전북자치도의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한 총리의 대선 행보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100인의 전북 변호사는 "한덕수 총리는 현재 권한대행 체제 아래에서 선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며 “이런 자리에 있는 인물이 대선출마를 시도하는 것은 명백한 이해충돌이며,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전북출신을 내세워 호남출신 대망론 따위에 편승하려는 그의 기회주의적 모습은 도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모욕감을 주는 배신행위라는 점을 지적한다"며 "한덕수 대행이 지금이라도 헌법과 국민, 전북도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역사의 심판을 받도록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전북 전주 출신인 한덕수 총리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 전주에서 보냈으며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제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1969년 12월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후 김영삼 정부 시절에 특허청장과 통상산업부 차관으로 근무한 후 승승장구했다.
중앙과 지방의 정계에서는 서울 출신이라던 한 총리가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전주 출신이라고 고향을 바꾼 일화가 여전히 회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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