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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기역’, ‘니은’은 누가 이름을 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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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기역’, ‘니은’은 누가 이름을 지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우리 글자(훈민정>한글)의 이름을 세종대왕이 이름을 지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은 세종대왕인 지은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기역(북한에서는 이것도 ’기윽‘이라고 한다)’, ‘니은’, ‘디귿’이라는 이름까지 세종대왕이 만든 이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세종께서는 그저 ‘ㄱ’이라는 글자(음소)는 군(君) 자의 처음 나는 소리(초성)과 같다고만 했지, 그것이 ‘기역’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오해가 발생한 것이니 음소 /ㄱ/과 ‘기역’이라는 이름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조선 중종 때 최세진(1473 ~ 1542)이라는 학자가 중종 22년(1527)에 <훈몽자회(訓蒙字會)>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은 어린이용 한자학습서인데, 여기서 한자 3360자의 한자에 훈민정음으로 뜻과 음을 달았다. 이 때에 처음으로 언문 자모의 음과 뜻을 밝히고 한자를 풀이하여 중세국어를 연구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ㄱ’을 ‘其役(기역)’이라고 이름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디귿’의 한자어 표기이다. 한자어에는 ‘귿’이라는 글자가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과거 이두식 표기법이었다. 그래서 그는 ‘ㄷ’을 표기할 때 ‘池末(지말)’이라 하였다. 이것이 어떻게 ‘디귿’이 될 수 있는가 하겠지만 답은 간단하다. 중세국어에서 ‘池’는 ‘디’로 발음했던 것이다. 지금도 함경도 지방에서는 ‘ㅈ’을 ‘ㄷ’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정거장을 ‘덩거당’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末(말)’은 어떻게 된 것일까? 한국어 뜻으로 풀어놓은 것이다. 즉 훈차한 것이라는 말이다. ‘끝’이라는 뜻을 그대로 차용하여 ‘끝(귿)’으로 읽어, 지말(池末)을 ‘디귿’으로 읽는 것이다. 세종 28년에 변계량에게 구결을 정리하게 했다는 구절이 있는 것으로 보아, 세종 때까지도 이두식 표기가 살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만리와의 토론회에서 세종은 “너희들이 설총의 이두는 가하다고 하고, 너희들의 임금인 내가 글자를 만든 것은 불가하다고 하니 그 까닭이 무엇이냐?”고 반문하는 구절이 있으니 최세진이 그러한 표기를 사용했다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다.

우리말은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글자가 없는 관계로 제대로 기록되지 못하였다. 삼국시대의 역사도 삼천 여 권의 역사서가 있었지만,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집필하고 모두 태워버렸다고 하니 가히 애석한 일이다. 요즘에 다시 <환단고기> 같은 책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환단고기(桓檀古記)> : 사실은 ‘환(桓)’의 음이 ‘한(寒)’이었으므로 옛적의 발음으로 한다면 ‘한단고기’가 맞을 것이다.) 이런한 책들을 보면 ‘가림토문자’라는 것이 나오고, 세종실록 중 ‘훈민정음 반대 상소문’에도 세종이 “옛 전서(篆書)를 모방했다고 하지만 글자의 활용이 고전(古篆)과 다르다.”라고 하면서 세종과 최만리가 논쟁하는 부분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문자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글자를 쓰는 방법과 활용이 훈민정음과는 전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신라시대의 향가와 고려시대의 가요를 통해서 우리말을 유추할 수밖에 없다. 즉 한자의 세력에 밀려난 우리의 단어를 <계림유사>나 노랫말(향가, 고려가요, 시조 등이 모두 노래였음)을 통해서 우리말의 어원을 고찰해야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가 주로 인용하는 <계림유사>의 경우 송나라 당시의 발음에 정통하지 않고, 필사하는데 오류가 종종 나타나 있는 만큼 정확한 발음까지 유추하기는 너무나 어렵다. 대충 현대어와 비교하여 “이럴 것이다.”라고 판단할 뿐이다. 예를 들어 내일(來日)이라는 순우리말이 ‘하제(轄際)’라고 하는데, 이럴 때 ‘할(轄)’의 당시 발음이 어찌 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ㅎㅎ’발음이 때에 따라 ‘ㅎ’이 되기(홍수)도 하고, ‘ㅆ’이 되기(썰물)도 하고, ‘ㅋ’이 되기(켜다)도 한다. 터키어에서 ‘미래(장래)’를 ‘gelecek(겔레젝)’이라고 하는데, 이런 것들과 비교해 본다면 ‘걸제’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일이라는 순우리말은 ‘하제’라고 흔히 알려져 있는데, ‘ㅎㅎ’의 발음의 변천 과정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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