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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호남사람' 한덕수 외침에 '호남을 욕되게 말라"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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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호남사람' 한덕수 외침에 '호남을 욕되게 말라" 메아리

양혁승 전 연세대 교수,"'출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이 중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 한 이후 5..18 묘역을 찾아 "나도 호남 사람"이라고 한 그의 '간절한 외침'과 관련해 '전북 표'와 '호남 출신 출향민'들의 표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과 함께 '쓴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전 총리 대서 캠프 김소영 대변인은 3일 "한덕수 예비후보자는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라고 간절하게 외쳤고, 그 모습을 전 국민이 화면을 통해 생생히 지켜봤으나 현장의 일부 단체는 끝내 귀를 닫고 외면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측은 소위 '호남출신 대망론'을 펼치면서 확장성을 키우려는 목적으로 자신의 고향이 호남, 호남에서도 '전북 전주'라는 점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보수 유튜브 방송인 '고성국TV'에 출연한 한 출연자는 최근 이렇게 분석하기도 했다.

"전북 표는 출렁거린 적이 몇 번 있다. 그래서 오히려 (한 전 총리가) 전북 출신인 게 그 전북 지역의 정서가 또 충청권이랑 밀접해서 호남이라고 뭉뚱그리지만 PK, TK가 다른 것처럼 이게 전남과 전북이 좀 많이 다르다. 전북 표를 오히려 많이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짧은 기간 동안 지금 호남에 구애하기가 굉장히 현실적으로 힘든데 한덕수 대행이 가지고 있는 전북 출신이라는 그 고향의 어떤 인연이 전북 지역의 표를 흔들고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는 호남 출신 출향민들의 표를 흔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전북.전남.광주 지역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도 지난달 초 기자회견을 열어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를 공식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한 전 총리가 호남 출신으로서 보수진영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구심점을 잃은 호남지역민들에게 자긍심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희망사항'은 각자의 처한 위치에서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소속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이수진 도의원은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에 책임이 있는 인물로 대선 출마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호남출신이니까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선거 출마자의 '고향이 어디인가?"를 떠나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가'를 따져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양혁승 전 연세대교수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덕수는 호남을 욕되게 하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전날 한덕수 전 총리가 5.18묘역 앞에서 외친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라고 외친 말은 아직도 호남을 단지 '출신지'의 문제로만 이해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꼬집었다.

양혁승 교수는 이 글에서 "호남 시민들은 오랫동안 출신지역을 넘어 민주주의의 가치에 충실한 이들을 대통령으로 선택해 왔다"면서 "노무현도, 문재인도 영남출신이지만 그들이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성과 헌신을 보고 기꺼이 지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남 시민에게 중요한 것은 '어디 출신인가'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가'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양 교수는 "그 정신을 진심으로 체화하지 않은 자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그 출신을 들먹이는 것은 호남 민주시민에 대한 모욕"이라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전두환을 연상케 하는 비상계엄 기도에 침묵하며 총리 자리를 지킨 그가 (5.18묘역을 찾아)호남인 임을 내세우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호남의 민주 정신'은 억압에 굴하지 않고 기득권에 타협하지 않으며 국민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용기인데 그것은 출생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삶으로 증명해야 할 역사적 유산'이라는 것이다.

양 전 교수는 "한 전 총리는 '그 정신에 반하는 삶'을 살아와 놓고 지금에 와서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라고 외친 들, 호남 시민의 거센 저항 앞에 선 자신의 처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속내만 드러날 뿐"이라고 꼬집었다.

양혁승 교수는 "눈꼽만큼의 염치가 남아 있다면 자신의 처신을 사죄하고 대통령 출마를 철회하며, 내란동조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쏘아 부쳤다.

최형재 전 노무현재단 전북지역위원회 공동대표 역시 이날 SNS에 "'나도 호남사람 입니다.'"라고 한덕수가 외쳤는데 "나도 안다"면서 "그가 필요할 때는 '호남사람'도 하고 '서울사람'도 될 수 있는 사람임을 안다"고 일갈했다.

최 전 대표는 "근데 그가 모르는 게 있다"면서 "호남 사람들은 호남 출신이라고 지지하지 않는다. 시대정신을 알고 실천해온 개혁이 가능한 사람을 지지해 왔다"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이 증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꾸로 이낙연, 한광옥, 한화갑 등을 보면 안다"며 "호남을 제대로 보고 발을 뻗고 그리고 행동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에 앞서 전북 지역 변호사 100인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국정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켜야 할 총리가 재직 중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한 전 총리가 김대중 정부 이전까지는 공식적인 고향이 '서울'이었다는 '고향 세탁' 논란 속에서 전북 현안에 무관심했던 점을 지적하며 "전북도민을 철저히 배신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 전 총리는 2023년 새만금잼버리대회 파행 직후 느닷없이 새만금의 '빅피처'를 다시 그린다며 2024년 새만금 주요SOC예산을 78%나 삭감한 장본인으로 전북 도민의 머릿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한덕수 전 총리가 광주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반발에 가로 막히자 "저도 호남 사람"이라며 참배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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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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