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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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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어라

[최재천의 책갈피] <이제서야 이해되는 금강경> 원영 글

대한불교조계종 선禪불교의 뿌리인 중국의 6조 혜능 스님은 본래 나무를 해서 내다 팔아 어머니를 봉양하던 나무꾼이었다. 어느 날, 나무를 팔고 돌아오던 길에 한 스님이 읽던 경전 소리에 단박에 깨달음을 얻고 출가를 하게 된다. 그때 그 문장이 바로 <금강경>의 한 대목.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어라.(應無所住 而生其心, 응무소주 이생기심)"

저자 원영 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의 비구니. 조계종의 종조는 도의 국사. 통일 신라 시대 도의 국사는 당나라에서 혜능 스님의 선맥을 전수받아 이 땅에 퍼뜨렸다.

이런 조계종의 소의경전이 바로 <금강경>. 소의경전이란 종교의 기본적인 사상을 담고 있어서 자신이 종교 생활을 함에 있어 근거로 삼아 의지할 만한 경전이라는 뜻. 조계종의 신도라면 당연히 근거하고 의지해야 할 깨달음의 기본서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금강경>의 핵심이 무엇이기에 조계종은 '소의경전'으로까지 삼은 것일까. 스님의 설명.

"핵심은 '불취어상(不取於相)', 바로 상(相)을 취하지 말라는 데에 있습니다. 물론 <금강경>은 이 가르침 외에도 많은 것을 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결코 <금강경>의 가르침을 이해하기는커녕 깊은 깨달음에 들어설 수가 없습니다.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는 '응무소주 이생기심'도 결국 '상'을 취하지 않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나아가 여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상'을 취하지 않아야만 이룰 수 있는 깨달음의 현상이거든요."

일본 하나조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온 스님은 불교 공부를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경전을 우리 시대의 우리 말로 풀어내고 설한다. 또한 우리 시대의 미디어들을 활용하여 부처님의 진리를 나누고 있다. 이번 책도 그런 연장선상의 하나.

<금강경>의 마지막을 스님은 어떻게 강의했을까.

"<금강경>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다시 <금강경>을 읽어보면, <금강경> 안에는 단 하나의 가르침도 남아 있지 않다. 우리는 배운 바도 없고, 부처님은 가르치신 바도 없다. 들었으되 들은 바가 없다. 그러나, 들은 것은 없어도 그 안에는 분명 무언가가 있었다. 완전히 비어 있으나, 가득 찬 가르침 말이다."

그렇다. 걷어차 버려야 한다. 모든 상을 부정해야 한다. 텅텅 비워내야 한다. 그리하여 그 텅빈 마음속에 진리가 자리하게 해야 한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이제서야 이해되는 금강경> 원영 글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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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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