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지난 1일 유죄 취지 판결 선고를 놓고, 당내 친명(親이재명)계 정치인들을 넘어 당 선대위 지도부인 총괄선대위원장단에서도 '사법 쿠데타', '대법관 탄핵' 등 거친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차성안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6일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지금 즉시 대법원장 탄핵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사법개혁판의 거짓 선지자들의 부정확한 선동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차 교수는 박근혜 정부 때인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법원행정처로부터 사찰을 당했던 판사이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경호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방해를 비판하며 직접 현장에 나가 경호처 요원들을 설득하려 시도하는 등의 활동을 하기도 했던 이다.
차 교수는 나흘 간의 어린이날 연휴 기간 중 이 사안과 관련된 장문의 글을 페이스북에 5건이나 올렸다. 그는 "헌법을 수호하고 그 질서를 되돌려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이번 대선의) 궁극적 목적"이라며 "주객이 전도될 위험이 보인다. 자신의 혹은 자기 정당 후보의 피선거권을 지키기 위해 헌법상 '법관의 독립 보장'이라는 최소한의 선을 주저 없이 넘어버리는 대선 후보를, 국민들이 계속 지지해줄지 숙고하고 두려워하라"고 경고했다.
그는 "자꾸 국민들 다수가 '지금 당장 탄핵하자'는 선동에 찬성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국민들 대다수는 분노와 불안을 보이지만, 지금 당장 대법관을 예방적으로 탄핵하자는 극단적 주장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며 "헌법재판소 결정 과정에서 유사한 음모론적 주장을 던졌다가 8:0 전원일치 결정이 나왔음에도 아무런 반성과 성찰 없이 다시 이재명 파기환송 판결을 계기로 비슷한 음모론적 여론몰이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 교수는 대법원·법원행정처를 향해서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전례 없는 이례적 신속한 절차 진행을 계기로 '대법원이 형사소송법 기본절차 규정까지 무시하고 대선 전에 야당 대선후보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유죄판결을 확정시킬 것'이라는 음모론이 심각하게 퍼졌다"며 "대법원 차원에서 '대법원은 어떤 형사사건에서든 상고기간 7일,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20일, 상고이유서에 대한 답변서 제출기간 10일 등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기본절차 규정을 준수하는 적법절차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일부 민주당 지지층에서 '법원이 피고인인 이 후보 측에 보장된 상고이유 제출 기간 20일을 지키지 않고 대선 전에 이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할 것'이라고 불안감 내지 음모론이 섞인 주장을 하고 있는 데 대한 간접 반박인 셈이다. 그는 "대법원이 기본적인 형사소송 절차 규정조차 지키지 않으리라는 억측으로 대법원을 뒤흔드는 음모론적 주장을 멈춰달라"며 이같이 요청했다.
차 교수는 또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 '대법원이 이 후보의 1·2심 소송기록 수만 페이지를 읽지도 않고 졸속 판결을 했다'며 재판이 잘못됐다고 강변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법원행정처에 대한 요청 형식을 통해 "'대법원 상고심 절차는 법리적 쟁점에 집중하는 법률심으로, 기본적으로 사실심의 사실관계 인정에 기속된다. 심리절차상 판결문, 상고이유서, 답변서 등 상고심 절차에서 제출된 서류와 내부의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등을 위주로 보고, 1·2심 소송기록은 필요한 범위에서 참고하기도 할 뿐이며 이를 다 읽는 것은 필수적이지 않다. 따라서 기존의 다른 상고심 사건에서도 대법관들이 모든 1·2심 소송기록을 전부 읽은 것은 아니었다'는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간접 반박했다.
차 교수는 천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답변에서 "형사기록 전자 스캔으로 (대법관들이) 기록은 모두 보셨다고 확인되고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마치 모든 1·2심 소송기록까지 대법관들이 다 읽은 것과 같이 오해될 만한 발언을 한 부분은 정정"해야 한다며 "해당 발언은 대법관들이 사안의 무게에 비추어 더 엄중하게 검토하면서 필요한 경우 1·2심 소송기록도 각자 판단에 따라 필요한 부분은 발췌하여 읽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촉구하는 형식의 글에서도 "법률심인 상고심에는 매년 수만 건의 사건이 심리된다. 10여 명의 대법관들이 모든 1·2심 소송절차 기록을 읽고 상고심 판결을 내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법률심(이라는 3심)의 성격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4일에도 이 지점과 관련 "매년 수만 건의 상고 사건에서 1·2심 소송기록을 다 읽는 대법관이 있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그 전에도 전체 대법관들이 소송기록 전부를 읽고 대법원 판결을 내린 게 아니다. 왜 이재명 사건만 전체 대법관들이 전체 1, 2심 소송기록을 다 읽어야 적법한 판결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나는 법관 재직 시 상고법원에 반대해, 1·2심 사실심 법관 3~4배 증원과 민사소송의 경우 상고허가제 도입을 주장했고, 형사 상고심의 경우 기록을 읽는 문제와 관련해 대법관은 물론 재판연구관도 1·2심 판결문, 상고이유서, 기타 상고심에서 제출된 서류 외에는 원칙적으로 1·2심 소송기록을 읽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그 이유는) 대법원은 법률심이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1·2심의 사실판단에 기속되며 상고이유로 주장된 법리적 쟁점에 대해서만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독일 대법원은 심지어 1·2심 소송기록 자체가 안 넘어가고 판결문과 상고이유서 등 상고심에서 제출된 서면만 보고 꼭 필요한 1·2심 서면과 증거가 있으면 특별히 요청해 본다. 이게 맞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차 교수는 "대법원장 탄핵 등 극단적 주장들에 대해 △'이례적 신속'에 대한 비판을 넘어 법관 탄핵사유가 될 명백한 절차상 법률위반은 없으며 △오히려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은 상고기간 7일,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20일 규정으로 인해 '대선 전 피선거권 박탈 판결이 없음'을 확인한 의미를 가지며 △대법원장 등 탄핵보다는 '당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죄'에 후보자의 '행위'(에 대한 허위사실) 항목을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제250조1항 개정안 등의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서울시내 사립대 로스쿨 교수도 이 후보 상고심 사안과 관련 "7일의 상고기간, 20일의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은 법으로 정해져 있는 기간"이라며 "대법원이 이 기간을 임의로, 그것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단축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은 과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불법'과 '법이 정한 한도 내에서의 무리수'는 다르다. 대법원이 전례 없이 서둘리 파기환송한 것은 후자이고,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전자"라며 "만약 상고이유서 제출기한을 임의로 단축하고 선고를 강행하는 '불법'이 자행된다면 그 때 가서 (해당 결정을 한 법관을) 탄핵하면 된다. 법을 어겼으니 (이는) 명백한 탄핵사유이고, 국회의원들이 재빨리 모여서 탄핵소추를 의결하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는 진보 성향 법학자들 사이에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자체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개진하면서도 '이 후보 판결의 실질적 내용이 특별히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이 후보에게 특별히 가혹했는지는 의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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