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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의 '새만금항'지정 이면에 도사린 126년 '군산항' 이름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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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의 '새만금항'지정 이면에 도사린 126년 '군산항' 이름지우기

[기고] 이성구 (사)군산항발전시민협의회 회장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농담같은 우려가 현실이 되어 갑니다.

필자가 4년전 '군산항 제2준설토투기장 건설의 예비타당성 통과' 소식을 희소식이라며 나대던 어느 신문 기사를 읽으며 직감적으로 느꼈던 '군산항 폐항 우려'가 정말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난 2일 해양수산부는 중앙항만정책심의회의를 개최하여 지자체간 논쟁 중인 새만금신항만의 항만법상 법적 지위를 논의한 결과 "새만금신항만에 군산항과 동등한 무역항 지위를 부여함과 동시에 독자적인 발전을 추구하게 하겠다"로 결론을 냈습니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새만금신항과 군산항은 새만금항이라는 광역항 아래 서로 동등한 국가무역항 지위를 받게 된다는 것으로, 결국 현재 전국 14개 무역항 중의 하나인 군산항 대신 '새만금항'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며, 사실상 전북항만의 대표권이 군산항에서 새만금항으로 이전됨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말이 좀 어려워, 더 쉽게 요약하면 전북의 항만을 새만금항의 신항부두와 군산항 부두로 재편, 운영하겠다는 말입니다.

그동안 새만금신항만의 관할권 분쟁을 하던 군산시와 김제시 양 지자체의 성과를 평가하면 김제시는 평소에 주장하던 "새만금항은 군산항의 대체항(부속항)이 아니고, 독자적인 독립항이다"라는 취지의 주장이 관철되었고, 오히려 더 나아가 새만금신항을 "새만금항"이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둔갑시켜 군산항을 그의 휘하에 두는 성과, 즉 군산항까지 김제시로 가져오는 기대 이상의 결과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성구 회장ⓒ

반면에 군산시는 현재에도 무역항인 군산항에 의미 없는 무역항 지위를 재부여받게 하였고, 오히려 전북항만의 대표권을 실체가 새만금신항인 "새만금항"에게 헌납함으로써, 전북의 유일한 항도 군산이란 자존심마저 구기게 되는 손해(?)를 보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는 심의회의 결과 발표 이후, 김제시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고, 군산시는 새만금신항의 부분 운영을 위하여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원 포트(one-port)통합운영을 마치 전리품인 양 선전하며 축제분위기의 강요 반응이 나타나는 것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사실, 해양수산부가 시행하는 이러한 전북항만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국익을 위한 최선의 정책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인사를 포함한 우리는 아주 중요한 것을 잊고 있습니다.

그것은 한민족 근대사의 영욕으로 점철되었지만, 어떤 것과도 바꾸기 싫은 이름, 군산항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새만금항의 군산항! 어딘지 모르게 공허함이 드는 이 느낌은 어릴적엔 채만식의 '탁류'라는 소설로, 중년기엔 내항의 뜬부두와 갯벌 속 뻘게들의 군상을 보며 군산항의 정서를 익혀온 노인네들의 마음만은 아닌 것이, 한갓 예측에 불과했던 군산항 폐항 주장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너무 과장되거나 억측이 아니냐고 물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군산항이 없는 새만금항에서 어떤 과거 역사도, 이를 토대로한 군산항의 정서도 찾을 수는 없습니다.

사실상 폐항의 마지막 단계로 예측했던 군산항 이름 지우기가 현실이 된 것입니다.

4년전 "군산항 폐항 조짐"을 경고했던 필자는 폐항을 예측하는 근거로 새만금신항만의 건설과 함께 나타난 다음과 같은 미스테리한 해양수산부의 정책을 지적합니다.

첫째는 군산항준설토투기장으로 건설하는 군산항 제2준설토투기장의 이해하기 어려운 막가파식 추진입니다.

해양수산부는 삼척동자도 공감하는 "군산항준설토를 새만금 매립토로 하자"는 상생정책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며 추진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에게 불가피한 추진에 대한 변명 한마디 없이 온갖 관권과 이에 따른 술수를 동원하여 군산항의 마지막 남은 공간인 비응도 후면 해역에 20년 수명의 투기장 건설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결국 군산항의 수면을 20년으로 본다는 얘기지요.

둘째는, 2018년경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가진 새만금과 군산항의상생정책을 평가하는 비공식 모임에서 항만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본심을 드러낸 고위관료의 말입니다.

그 당시 관련 기관장들의 대부분이 모인 그곳에서 그는 "우리는 토사 매몰로 몰락하는 군산항을 과감히 버리고 우리가 애써 만든 새만금신항만 건설에 매진하여야만 무항도(無港道)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강조 하며 이를 위해선 이 길 외의 어떠한 다른 생각도 새만금신항만 건설의 추진동력을 잃게 하여 도민들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거침없이 했다는 것입니다.(이 말은 당시 모임을 주선했던 전직 관료의 전언입니다.)

셋째는, 지금 해양수산부에서 중앙항만정책심의회의란 조직을 통해 벌어 지고 있는 '군산항 이름 지우기' 정책입니다.

군산항과 새만금항의 이름을 필자 개인의 역사관과 이념으로 재단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군산시민과 역사를 아는 이들을 위해 최소한의 진실은 알고 정책을 집행하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민족 근대사의 상징인 군산항과 광주의 혈흔이며 군부독재가 남긴 새만금이란 이름을 구태여 구분하려는 사람들이 아직은 더 많습니다.

일부는 군산항이 없어지거나, 새만금항의 건설이 멈추지는 않는다며 군산항이란 말이 모든 공식 석상에서 사라지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지 않니냐고도 합니다.

국가 시설에 이름 붙이기는 민족의 역사이며 문화입니다. 새만금이란 말을 절대 쓰지 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군산시민들은 ”군산항을 대표 이름으로 쓰면 안 되는 이유가 뭔지“ 묻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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