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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관세 부과, 영국과 처음으로 합의…"관세 하한선 10%로 제시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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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관세 부과, 영국과 처음으로 합의…"관세 하한선 10%로 제시된 셈"

자동차 관세 10%로, 철강 관세 폐지 성과·대가로 쇠고기 등 시장 개방…대미 적자국임에도 10% 보편관세 인하엔 실패

전세계를 겨냥한 관세 정책을 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8일(이하 현지시간) 영국과 첫 무역 합의를 맺었다. 미국과 협상 중인 타국 관점에서 보면 일부 상품 관세는 폐지가 가능하다는 희망과 동시에 대부분 상품 관세가 10% 밑으로 내려가긴 어렵다는 하한선이 제시됐다는 분석이 함께 나온다. 영국은 대미 상품 무역 적자국으로 한국을 포함해 징벌적 상호관세를 부과 받은 대미 흑자국의 협상 가늠자가 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8일 영국 총리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영국이 자동차 및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하를 포함해 미국과 첫 무역 합의에 도달했음을 밝혔다. 총리실에 따르면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영국의 대미 수출 물량에 해당하는 10만 대에 한해 관세가 27.5%에서 10%로 인하된다. 25%로 책정됐던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폐지하기로 했다. 미 백악관 자료를 보면 영국은 미국이 예고한 의약품 관세에 대해서도 "상당한 우대"가 가능한 협상을 맺을 수 있다. 다만 나머지 상품에 대해 당초 책정된 10% 보편 관세는 유지된다.

영국은 대가로 미국에서 수입되는 분량을 상회하는 에탄올 14억 리터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다. 양국은 쇠고기 시장 개방에도 합의했다. 이에 더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보면 하워드 루트닉 미 상무장관은 영국 항공사가 100억 달러(약 14조 80억 원) 규모의 보잉 항공기를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합의가 언제 발효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세부 사항을 결정할 협상도 계속 이어진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가능한 빨리" 관세 인하가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우리는 미국과 이러한 합의를 성사시킨 첫 국가"라며 "역사적 경제 번영 협정의 기초가 합의됐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 집무실에서 "양국 모두에 매우 좋은 합의"라고 자평했다.

이번 합의엔 미국이 문제 삼을 것으로 예상됐던 영국이 구글 등 미국 거대 기술기업에 부과하는 디지털서비스세가 포함되지 않았고 쇠고기 등 영국의 식품 수입 기준 완화도 이뤄지지 않아 영국으로선 큰 양보는 없었다는 평가다. 식품 수입 기준 유지는 영국이 최대 교역 상대방인 유럽연합(EU)과의 무역을 증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영국 무역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영국 상품 수출에서 미국은 16.2%를 차지한 반면 유럽연합 비중은 47.7%였다.

그러나 대부분 상품에 부과되는 10% 수입 관세를 철회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은 뚜렷한 한계를 보여줬다. 미 CNN 방송은 스타머 총리가 이번 협상으로 미국과의 무역 관계가 6달 전보다 나아졌냐는 질문을 받고 "당신이 물어야 할 것은 '어제보다 나아졌는가?'다"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무역 적자를 내고 있고 미국 제품을 많이 구매하며 국방비를 많이 지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지도자를 가진" 영국이 최초 부과된 10% 보편 관세 인하에 실패한 것은 미국이 세계 관세의 하한선을 10%로 설정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짚었다. 신문은 조 바이든 미 전 대통령 아래 무역 협상을 담당했던 미 투자은행 에버코어 ISI의 분석가 새라 비앙키가 "10%의 기준선은 유지될 것"이라며 "영국이 이를 0으로 낮추지 못했다면 다른 나라가 그렇게 할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고 덧붙였다.

합의가 성사됐다고 하기엔 구체성이 떨어진다 점도 지적된다. <뉴욕타임스>는 영국 컨설팅사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북미 수석경제학자 폴 애시워스가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가 오늘 서둘러 발표한 '완전하고 포괄적인' 무역 협상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이처럼 '협상' 진전을 보여주려 서두르는 것은 행정부 안에서 관세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타격하기 전에 이를 인하하려는 절박함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고 설명했다.

대미 적자국 영국은 비교적 '쉬운 협상'…흑자국들은 '참고만'

<뉴욕타임스>는 미 당국자들이 이번 합의가 다른 미국 무역 상대방들에게 시장 개방에 동의하면 일부 관세가 인하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다가가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25% 관세가 매겨진 한국을 포함해 영국과 달리 징벌적 상호관세가 예고된 대미 흑자국들이 이번 협상을 가늠자로 삼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외교 당국자들이 이번 협정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영국에 맞춘 특정 사안을 주로 다뤄 다른 나라들에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진 못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들 나라들은 대미 적자국인 영국처럼 쉽게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당국자들은 다른 나라들이 이번 합의를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이를 자국 협상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말 스위스에서 미국과의 회담을 목전에 둔 중국의 경우 미·영 합의에서 중국을 겨냥한 것 내용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중국 관세가 "145%로 더 높아질 수 없다. 그러니 내려갈 것"이라고 관세 인하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다.

신문은 EU의 한 외교관이 영국 사례가 도움이 되지만, 영국 시장은 EU보다 훨씬 작고 27개국이 소속된 EU보다 훨씬 통합돼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캐나다와 미국에서 활동하는 무역 전문 변호사 마크 워너가 대부분의 수출을 미국에 의존하는 캐나다의 경우 자동차, 유제품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더 많고 마크 카니 캐나다 정부가 비교적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캐나다 또한 영국보다 더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자동차 부품의 40%를 공급하는 멕시코 또한 더 길고 복잡한 협상을 치를 것이 예상된다.

CNN은 "협상 1개가 성사됐고 99개가 남았다"며 미국이 상호관세를 유예한 7월8일까지 이러한 협상을 100개 이상 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미 중도우파 정책 연구소 아메리칸액션포럼의 무역 정책 분석가 제이콥 젠슨이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리는 통상적 무역 협상을 위한 시간이 거의 없다"며 "미 무역대표부가 90일 안에 100개에 달하는 개별 무역 합의를 협상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젠슨은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곧 관세를 복원할지 추가로 연기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8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오른쪽)가 배우자 빅토리아 스타머와 함께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 영국 국기를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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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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