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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에 어른거리는 새만금사업의 어두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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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가덕도신공항에 어른거리는 새만금사업의 어두운 그림자

선거 때마다 유권자 길들이는 국책사업, '이제는 그만할 때'

윤석열 정부에서 부산엑스포(2030년)를 유치하겠다며 오는 2029년 12월 개항 예정으로 추진한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표류하면서 수십 년 제자리 걸음인 새만금사업의 어두운 그림자가 가덕도신공항사업에도 어른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규모 면에서 볼 때 2029년까지 개항 목표가 터무니없다는 지적이 많았는데도 정부는 밀어 부쳤고 가덕도신공항의 조기 건설 이유가 됐던 2030부산엑스포 유치는 119대 29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실패했다.

꿈에 그리던 엑스포 유치는 무산됐지만 공항 건설사업은 지난해 4월에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희망 심어주기' 공약을 거듭하면서 그대로 진행됐다.

1991년에 착공해 34년 째 공사 중인 새만금에도 국제공항 건설계획이 들어 있다. 그런데 새만금국제공항은 34년 째 계획만 있고 착공도 못하고 있다.

새만금국제공항을 비롯해 새만금 사업은 그동안 치러진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 전북도민을 '현혹'시키는 국내적으로도 가장 규모가 큰 지역균형개발사업이며 국책사업이다.

그 가운데 새만금국제공항의 전체 사업비는 불과 8077억 원 가량,

활주로 2500미터 길이에 국제공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규모이지만 새만금 사업이 시작된 지 30년이 훌쩍 지나도록 아직도 착공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덕도신공항의 전체 사업비는 공항에 연결되는 도로,철도를 포함해 올해 기준 15조 6427억 원이다. 이 가운데 올해에만 964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가덕도신공항의 올 한해 투입되는 사업비가 새만금국제공항 전체 사업비를 훌쩍 초과한다.

새만금개발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새만금사업 개요'에 따르면 새만금사업은 1991년에 시작됐으며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비상할 '글로벌 명품 새만금'을 건설하는 국책사업으로 소개되고 있다.

전체 사업비는 22.79조 원, 이 가운데 국비 투자는 12.14조 원, 나머지는 지방비 0.95, 민자 9.7조원 이다.

새만금사업의 완공 목표 연도가 2050년도이니 완공까지는 무려 60년이 걸리는 셈인데 국비는 달랑 12조 원만 투자되는 것으로 돼 있다. 착공 5년 만에 완공하겠다는 가덕도신공항 사업비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사업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되는 가덕도신공항과 새만금국제공항의 개항 목표 년도가 오는 '2029년 말'로 같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현재 공사 중인 울릉공항과 자주 비교가 되고 있다.

단순 비교만 해봐도 울릉공항 활주로는 1200m, 가덕도신공항은 3500m로 3배에 가깝다. 전체 면적도 울릉공항은 43만㎡,가덕도신공항은 666만9000㎡로 15배가 넘는다. 그런데도 가덕도신공항을 울릉공항 보다 짧은 5년 만에 완공하겠다고 장담했다.

울릉공항은 2020년 11월에 착공해 올해 개항한다는 목표였으나 2026년 12월에 개항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유야 어떻든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시작됐으니 지역 주민들은 예정대로 추진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이마저 불투명해졌다.

4차례 유찰 끝에 지난해 10월 수의계약을 한 현대건설 측이 공항건설에 필요한 '케이슨공법'을 적용하려면 케이슨 거치 기간만 해도 7개월 이상 걸리는 데다 연약지반을 안정화하는 데에만 17개월이 소요된다며 공사 기간 연장을 요구하다 수의계약 절차가 중단된 것이다.

애당초 공사 난이도가 높아 짧은 기간에 완공이 불가능한데도 정치권이 2030부산엑스포 유치 가능성을 높이겠다면서 그에 맞춰 개항 목표 연도를 2029년 말로 정해 놓고 밀어 부쳤다는 지적이다.

경제성이 턱없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예비 타당성 조사조차 면제받은 것은 덤이다.

윤석열 정부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전제로 개항 시기를 앞당겼고 2023년 12월 6일, 부산엑스포 유치가 턱없는 성적으로 실패하자 윤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자기 책임이라고 말하면서 '부산 이즈 비기닝' '부산은 다시 시작한다'를 외치며 부산의 숙원사업이자 대선 공약 사업인 가덕도 신공항 개항과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북항 재개발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윤 전 대통령은 "엑스포를 위해 추진한 지역 현안 사업은 그대로 더 완벽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가덕도 신공항은 반드시 계획대로, 제대로 개항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공항과 연계된 철도 항만 등 트라이포트 물류 플랫폼도 계획대로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새만금에 대해서도 비슷한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그가 후보 시절이던 2022년 2월 7일 전북기자협회 공동인터뷰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전북지역 발전을 위한 길을 제시하는 것은 '선물'이 아니라 '책무'"라고 말했고 "전북의 미래는 새만금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새만금국제공항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도 총선을 앞둔 지난해 3월 15일, 그 해 1월 흉기 피습 사건 이후 처음으로 다시 부산을 찾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정부·여당 대신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부산 북항 재개발 등 숙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공사 난이도' 문제와 '환경파괴' 논란은 불문하고 선거 때만 돌아 오면 불가능하게 보이는 개발사업을 약속하면서 선거를 앞두고 표를 호소한다.

이번에는 3년 만에 또 다시 대통령 선거가 다가 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국민의힘 전북도당은 "전북의 새만금을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 새만금으로 완성하겠다"며 "새만금국제공항의 활주로 연장과 적기 개항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새만금사업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2년 전인 2023년 8월 '새만금 잼버리 대회' 파행 이후 전북도에 모든 책임을 돌리며 정부가 새만금국제공항 등 주요 SOC 예산을 78%나 대거 삭감할 때 이를 사실상 방관하고 거들었던 국민의힘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2년 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공사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가덕도신공항 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현대건설의 입장이 차라리 솔직하다.

선거 때만 되면 지역균형개발과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유권자들을 현혹시키는 공약으로 지역민들을 '희망고문' 하는 정치권의 오랜 관행도 이제는 그쳐야 한다.

▲ⓒ가덕도신공항과 새만금국제공항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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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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