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추진 중인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에 관한 세부 적용기준 고시' 개정 시도가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등 도내 20개 시민·환경단체는 12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고시 개정은 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Equinor)를 위한 특혜이자, 제주 바람 자원을 매각하는 ‘매풍(賣風)’ 행정”이라며 강력 규탄했다.
이번 논란은 제주도의 ‘공공주도 2.0 풍력 개발’ 첫 사례로 추진 중인 추자도 해상풍력 사업과 관련해, 실측 풍황자료 보유 기업에 유리하게 고시 기준이 완화되려는 움직임이 알려지며 불거졌다. 현재 고시는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1년 이상 실측된 풍황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실측자료를 확보한 사업자는 에퀴노르 한 곳 뿐이다.
제주도는 불공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위성자료를 활용한 평가도 허용하는 방식으로 고시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위성자료는 입지 판단의 참고 자료일 뿐이며, 수익성 평가나 이익 공유 구조 설계에는 적합하지 않다”면서 “결국 실측자료를 가진 에퀴노르 외에는 사실상 공모 참여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비판했다.
제주행동은 “실측자료는 풍력터빈의 설계, 전력 생산량 산출, 사업 수익 추정 등 핵심 의사결정 요소”라며 “이를 배제하고 위성자료로 기준을 낮추는 것은 공모제도 자체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업자가 수익성 분석이 어려운 상황에선 이익 공유를 보수적으로 설계해 결과적으로 도민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들 것”이라며 “지금의 고시 변경은 도민을 위한 것이 아닌, 특정기업을 위한 ‘단독 공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3GW 규모의 대형 해상풍력 계획은 처음부터 에퀴노르가 제안한 안과 일치한다"며 제주도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또한 "제주도가 에퀴노르 본사를 방문한 직후 추자도가 사업지로 지정됐다는 정황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제주행동은 역사적 사례까지 언급하며 “1905년 을사늑약과 1910년 경술국치를 기억해야 한다. 당시처럼 자국 자원을 외세에 넘긴 행위와 지금의 상황이 무엇이 다른가”라며 “제주의 바람 자원을 외국자본에 넘기는 행정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도는 불필요한 가스발전 증설을 중단하고, 에너지 효율화와 전기저장장치 확대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오영훈 도지사는 공공성의 원칙을 훼손하는 고시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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