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지역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고령 농민들이 화재보험 보상 기준 차이로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정부와 경북 시·도가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개별 보험 보상 과정에서의 견해 차이가 이재민들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이번 산불로 전국에서 전소된 주택은 4천여 채에 달하며, 이 가운데 약 3,980채가 경북 5개 시군에 집중됐다. 안동시 남선면의 한 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검게 그을린 채 잿더미로 변한 주택 약 15채 중 보험에 가입한 경우는 단 2곳에 불과했다. 그것도 지역 농협 직원들의 권유로 몇 해 전 어렵게 가입한 보험이었다.
고령자 비율이 높은 농촌에서는 주택 화재보험에 가입한 경우가 드물다. 평균 연령 75세에 달하는 주민들에게는 월 5만 원의 보험료도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가입자들 상당수는 약관과 특약에 대한 이해도 없이 그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들었지만, 막상 사고가 발생한 후 보상을 받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문제는 ‘전소’와 ‘반소’의 판정 차이에서 비롯된다. 안동시는 해당 주택들을 전소로 판정했지만, 농협 손해보험이 위탁한 손해사정인은 “건물 구조체는 손상이 없어 전소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전소 여부 판단을 위해 구조 검토가 필요하고, 그 비용과 확인 절차는 피보험자가 몫”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입장 차이로 인해 보상금(주택 7천 만원,가전 3천 만원)한도 내에서, 수천만 원의 차이가 날 수 있다. 화재보험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보상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남선면의 이재민 윤모 씨(남, 64)는 “보험이 먹튀와 다를 게 뭐냐”며 “감가상각을 이유로 이것 빼고 저것도 빼고 나면 남는 건 멍든 가슴 뿐”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정부가 산불 피해 복구에 나서듯, 농협도 특별법적 조치를 통해 고령 농민들의 고통을 함께 나눌 때”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직 불난 집을 보고만 있고 철거도 못 하고 있다”며 “차라리 농협 손해보험에서 책정한 금액으로 농협이 원상복구 개념의 공사를 해주는 것이 맞지 않냐”고 꼬집었다.
이번 산불 피해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 농민들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의 세심한 제도 보완과 실질적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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