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작가 주호민 씨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경기도 특수교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항소6-2부(부장판사 김은정 강희경 곽형섭)는 13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경기도교육청 소속 특수교사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의 판결을 파기한 뒤 무죄를 선고했다.
앞선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A씨에게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바 있다.
선고 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됐던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과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는 "장애로 인지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증거로 인정한 1심 재판부와 달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기록에 따르면 피해 아동의 모친이 자녀 옷에 녹음 기능을 켜둔 녹음기를 넣어 수업시간 중 교실에서 이뤄진 피고인과 아동의 대화를 녹음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이 같은 녹음파일과 그 내용에 대한 녹취록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에 해당되는 만큼, 이를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선고이유를 설명했다.
또 "검찰은 피해 아동 모친의 행위가 형법 20조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되는 만큼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금지 규정을 위반해 취득한 내용을 증거 능력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통신비밀보호법 4조를 적용함에 있어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2022년 9월 경기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 맞춤학습반 교실에서 주 씨의 아들 B(당시 9세)군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싫어죽겠다" 등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특수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인정하고, 사생활 및 통신의 불가침의 헌법 규정과 제3자에 의한 몰래 녹음을 불법임을 명시한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를 구현한 마땅한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교총 측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회는 물론, 학교에서 확산하는 불법 녹음이 근절되길 바란다"며 "나아가 정당한 학교 행정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신고와 고소로 해결하고자 하는 잘못된 풍토가 개선되고, 민원과 상담 등 정당한 방법과 절차를 통해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이날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임 교육감은 앞서 2023년 8월 주 씨가 해당 사안과 관련해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돼 ‘교육공무원법 제44조의 2’에 따라 직위 해제된 A씨에 대해 "이번 사건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것"이라며 "더 이상 선생님들이 혼자 대응하지 않도록 기관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며 A씨의 복직을 결정한데 이어 "이번 사건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며 "현장에서 사명감으로 일하는 선생님이 의지를 잃거나, 학교 공동체 간의 신뢰가 무너지면 학교 교육현장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재판이 시작된 뒤에도 ‘아이는 잘 지내는지, 더 인내심을 가지고 섬세하게 대하지 못한 게 후회 된다’라던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그동안 수많은 관심과 논란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라도 특수교육 현장을 깊이 헤아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토로했다.
임 교육감은 "이번 사건은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 특수교육 전체에 큰 상처를 남긴 안타까운 일로, 어려운 여건에서 학교생활을 이어가는 장애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절박한 심정과 고충을 알기 때문에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의 상처가 하루빨리 보듬어질 수 있도록, 더 나은 특수교육 환경을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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