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관계 여성 살해 30대 남성 계획범죄…납치극까지 벌여

사실혼 관계의 여성을 살해하고 숨진 30대 남성이 경찰의 분리 조치로 지인 집에 머물고 있던 피해자를 납치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전날(12일) 발생한 이 사건 피의자 A씨가 납치살인을 벌인 정황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화성동탄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가정폭력 신고 후 경찰의 긴급 임시 조치로 A씨와 분리돼 있던 피해자 B씨는 지정된 임시 숙소가 아닌 지인의 오피스텔에서 지내왔다.

그러나 A씨는 지난 12일 오전 7시께 앞서 가정폭력 신고로 인해 분리 조치돼 있던 B씨가 3월부터 머문 화성 동탄신도시의 오피스텔로 찾아갔다.

이후 오피스텔 내부에 들어가 있던 A씨는 외출하기 위해 집을 나선 B씨를 제압한 뒤 자신이 타고 온 렌터카에 강제로 태운 뒤 두 사람이 함께 살았던 6㎞가량 떨어진 화성 동탄신도시 내 한 아파트 단지로 이동했다.

그는 오전 10시 41분께 B씨를 끌어내 집으로 향하던 중 B씨가 달아나자 곧바로 뒤쫓아 가 아파트 단지 내 주민 통행로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A씨는 범행 후 아파트 자택으로 올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흉기에 찔린 B씨를 발견한 주민의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현장에 출동해 B씨를 병원으로 옮기는 한편,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한편, 병원으로 이송된 B씨는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A씨가 B씨를 살해한 후 자택으로 달아난 것을 확인하고, 집 현관문을 개방해 오전 11시 35분께 사망한 A씨를 발견했다.

이후 A씨는 자택으로 올라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방범카메라 영상 분석을 통해 이 같은 정황을 파악했으며, A씨의 유서도 확보했다.

B씨는 이미 A씨를 총 세 차례 신고한 이력이 있었다.

작년 9월 첫 신고에서는 유리컵을 던졌다는 내용이었고, 두 번째는 지난 2월 단순 말다툼이었다.

그러나 지난 3월 세번째 신고에서 피해자는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이에 경찰은 접근 금지 명령과 스마트워치 지급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B씨는 경찰이 마련한 임시 숙소 대신, A씨가 모를 것이라고 판단한 지인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가 신변이 노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B씨는 스마트워치를 손목에 차지 않고 가방 속에 넣어둔 상태로 신고를 시도할 틈도 없이 피습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피해자의 주거지를 알아낸 정황 등을 계속해서 수사해 나갈 것”이라며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