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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도 블랙리스트? 가수 하림, 尹 파면 집회 섰다는 이유로 통일부 행사 섭외 취소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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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도 블랙리스트? 가수 하림, 尹 파면 집회 섰다는 이유로 통일부 행사 섭외 취소돼

통일부 "행사 시기 대선,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 불러올 수 있어 섭외 중단"…하림 "이것도 블랙리스트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촉구 집회 무대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통일부 주최 행사에 섭외됐다가 취소 통보를 받은 가수 하림 씨가 블랙리스트가 여전히 있는 것이냐며, 음악을 음악 자체로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14일 하림 씨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인 페이스북 본인 계정에 "계엄의 상처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이 시점에, 며칠 앞으로 다가온 국가기관 주최 행사에서 갑작스럽게 섭외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작년에 광장에서 노래를 했다는 것"이라며 "이것도 블랙리스트인가"라고 물었다.

앞서 13일 하림 씨는 위 계정을 통해 섭외 취소 사실을 밝혔는데, 이 행사는 오는 28일 통일부가 '북한인권 공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개최 예정이었던 '남북 청년 토크콘서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통일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실무진이 기획사와 행사안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행사 예정 시기가 대선 기간이라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로 섭외를 중단한 것"이라며 "부처 차원에서 배제 방침이나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림 씨는 "행사 내용도, 이미 확정된 포스터도 있었고, 좋은 취지의 행사라 낮은 개런티에도 기꺼이 함께하기로 했던 자리였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제가 거리에서 노래했다는 그 사실이 여전히 불편했던 모양"이라며 "한때 실재했다고 알려진 블랙리스트가 지금도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다. 설사 간간이 해온 활동때문에 제 이름이 어딘가에 올라 있다 하더라도, 소극장에서 열리는 작고 가난한 행사까지 영향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도 결국은 어느 한 중간관리자의 눈치 보기에서 비롯된 일이 아닐까 싶다"며 "저는 이것을 조직적인 탄압이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두려움의 구조로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섭외 취소를 통보받았을 때 이를 바로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이를 통보하는 것이 보통 책임지기 어려운 위치의 실무자들이었고 그들이 상처받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렇게 조용히 넘겨온 일들이 우리 모두의 입을 닫게 만드는 것을 언젠가 깨닫게 되었다. 함께 노래했던 동료와 후배들도 저와 같은 입장에 놓일 수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이 이야기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싸움이 되지 않도록, 상처 주지 않도록, 그러나 침묵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림 씨는 음악가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많은 음악이 결국 동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오랜 시간 슬픔을 달래고, 마음을 모으는 데 사용되어 왔다. 저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때 노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다"며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 무대에 선 것에 대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요즘은 정치적으로 보이는 일과 실제 정치적인 것의 경계가 아주 모호해진 시대다. 슬픔에 반응하고, 연대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조차 쉽게 '정치적'이라는 이름 아래 놓이며 프레임에 갖히곤 한다"며 "간혹 정말로 음악을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내려는 분들도 있지만, 음악가들의 모든 표현을 정치로만 해석하려는 언론의 시선은 음악이 할 수 있는 다양항 좋은 일들을 억누르기도 한다"고 언론 보도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하림 씨는 "저는 꿈꾸고 있다. 음악은 칼도, 방패도 아니기를. 음악은 그저 음악일 뿐이다"라며 "하지만, 그 '뿐'인 음악이 누군가에게는 젊은날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그 음악이 전부인 친구들 누구도 낙엽처럼 정치적 이슈에 쓸려 다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소동을 기록한다.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음악이 더 안전한 곳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가수 하림 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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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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