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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연 극우 파시즘의 문, 어떻게 닫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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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연 극우 파시즘의 문, 어떻게 닫을 건가?

[강상구 시사콕] 신진욱 중앙대 교수 "한국, 파시즘에 취약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에 실패하자 극우 사회 세력을 정치 무대로 끌어들였어요. 저는 이에 대해 파시즘의 문을 열어젖혔다고 표현합니다. 윤석열이 문을 열어줬더니 더이상 윤석열도 통제할 수 없는 사회 저변에 존재했던 극우 세력이 그 문을 통해 들어오게 됩니다. 극우 사회세력이 제도 정치 내에서 보수의 주도권을 가져갈 정도의 힘을 갖게 됐어요.

전광훈 목사나 손현보 목사 집회에 국민의힘 지도부에 있는 의원들이 가서 줄 서서 사회자가 '이제 충성 인사를 하시겠다' 그렇게 소개를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연단 위에 올라가 대한민국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도저히 해서는 안되는 헌법재판소, 법원에 대한 폭력적인 언사들을 쏟아냅니다. 이처럼 정치권력 내부의 반헌법적 세력과 사회 내 극우 집단이 만나 동맹을 맺게 되는 이 구도가 전형적인 파시즘적 구도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의 극우 세력에 대해 연구해온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14일 프레시안tv <강상구 시사콕>에 출연해 윤석열 정권은 끝났지만, 그로 인해 활성화된 극우 정치가 동시에 막을 내리는 게 아니라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극우, 민주주의 거부하며 동질성 추구하는 신념 체계…체제 공격하면 파시즘

신 교수는 '보수'와 '극우'의 차이에 대해 일차적으로 '극우'는 이념이나 사상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보수'는 법과 질서, 전통과 관습, 도덕과 명예 등을 중심에는 두는 이념이나 사상인 반면, '극우'는 진보와 보수가 보편적으로 합의하는 정치적 원리(민주주의, 법치 등)와 사회적 가치(인권, 자유, 평등, 다원주의 등)를 부정하고 공격하는 사고 체계다. 여기서 더 나아가 조직적 행동으로 체제를 공격하면 파시즘이 된다.

신 교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극우 성향의 유권자 층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언론에서 소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상계엄이 정당했다'는 응답이 20% 정도,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면 대한민국이 공산화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30% 정도 나타났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이전인 2023년에도 '(2020년)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이들이 27% 정도 됐다고 한다.

문제는 윤석열과 국힘이 극우 성향 유권자들을 제도적 틀 안에서 제어하고 온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이들도 제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국민의힘이 전면적으로 극우정당화 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전과는 구분되는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신 교수는 지적했다.

일제강점기로 올라가는 한국 극우의 뿌리…한국, 유럽보다 파시즘에 취약한 정치 시스템

신 교수는 한국 극우의 역사는 세계사적으로 파시즘이 등장하는 시기인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된다고 봤다. 당시 식민지 지배체제가 해방 이후에도 독재정권을 통해 계승되어 오면서 우리 사회의 심층 구조에 존재해왔는데, 이를 최초로 뒤흔든 사건이 1987년 민주화였다.

"저명한 정치학자 아담 쉐보르스키는 민주주의를 제도화된 불확실성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선거를 하면 누가 이길지 모른다는 전제 위에서 경쟁을 합니다. 지더라도 그걸 인정하고 결과에 동의하고 다음에 더 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어서 이겨야겠다, 이런 게 민주주의적 합의고 약속입니다. 이처럼 근본적으로 권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을 못 받아들이는 쪽이 독재의 계승자들이었던 거죠."

한국에서는 '극우=체제=정권'으로 존재해오다가 87년 민주화를 통해 흔들리고,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통해 진짜로 정권 교체가 되면서 "능동적인 보수의 조직화, 극우의 조직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반 "뉴라이트가 등장"하게 됐다. 신 교수는 극우적 사고의 확산과 대중행동이 시작되고 가시화되기 시작한 사건이 2017년 '박근혜 탄핵'이라고 봤다.

"수만에서 수십만명의 군중이 모이는 탄핵 반대 집회로 질적인 변화를 겪게 됩니다. 이들이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광화문에서 토요일마다 극우 집회를 했어요. 여기 참여하신 분들이 모두 극우는 아니고 문재인 정부가 싫어서 나온 분들도 계시죠. 그런데 그 집회에 나와 극우적 주장, 음모론, 가짜뉴스, 이런 것들에 익숙해지는 거죠. 이런 분들이 수십만명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박근혜 탄핵을 계기로 전통적인 보수 언론과 종편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탄핵에 기여를 했잖아요. 그러면서 극우 대안 언론(극우 유튜브 채널)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두번째로 중요한 사회적 계기가 코로나입니다. 2020년부터 길게는 3년 정도 비대면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이 밖에 못 나가고 집에서 유튜브를 봤습니다. 대면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에 대한 통제가 일어나는데 이런 과정이 없다보니 가짜뉴스나 음모론의 향력이 더 커지게 되죠. 이런 토대 위에서 윤석열 정권이라고 하는 극우 정치 권력이 등장하게 된 겁니다."

신 교수는 "민주주의의 퇴행", "민주주의의 부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극우 정치 세력의 부상은 미국, 유럽 등 전세계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도 2010년대부터 극우 정당이 급속도로 세를 불려 2020년대에는 집권을 내다볼 정도가 됐다. 이탈리아는 극우 정권이 들어섰고,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스웨덴 등 많은 나라의 선거에서 1,2위 득표를 할 정도로 성장했다.

문제는 한국은 유럽 국가들에 비해 파시즘으로 갈 수 있는 위험성이 더 높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대통령제 하의 거대 양당 구조에서 그동안 극우 성향이 있는 정도였던 보수 정당이 이제 전면적으로 극우 정당화됨에 따라, 유럽처럼 내각제에서 별개의 극우 정당이 성장하는 방식보다 훨씬 큰 파괴력을 갖는다. 트럼프가 집권한 미국도 마찬가지 패턴이다. 한국이 여기에 더해 한국은 역사적 뿌리도 깊어서 독재의 극우적 이데올로기와 이를 계승하는 파워 엘리트 집단이 현재까지 온존해 있다. 신 교수는 "사실상 극우화된 보수 정당이 양당 경쟁 체제에서 향후 만약 승리한다면 매우 급속도로 파시즘적인 상태까지 나아갈 수 있는 조건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며 "유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폭력적 잠재력을 가진 사례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2030 남성 극우'는 '위험한 소수'…다수가 침묵하게 만들지 말아야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동'은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 사건은 기존의 '2030 남성 보수화' 담론에 더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신 교수는 "2030 남성들은 왜 극우화 됐을까", "2030 여성들과 달리 2030 남성들은 왜 탄핵 광장에 안 나왔을까" 이런 시선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경험적인 현실과도 맞지 않고, 전략적으로도 현명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2030 남성들은 왜 안 나왔어?' 이러면서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는 취급을 하면 방어적이 됩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연령대에 보수적이지 않은 청년 남성들이 개별적으로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적인 담론이 '2030 남성은 보수야' 이렇게 에워싸고 있으면, 청년 남성들 내에서 '나만 다른가?', 제각각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산술적으로 다수지만 제각각은 고립돼서 마이너리티라고 착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산술적으로 소수지만 강력한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 극우 청년들 앞에서 침묵하게 됩니다. 이게 현재의 구도라고 생각합니다."

신 교수는 2030 남성들이 같은 연령대의 여성들보다 보수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연령대 남성들과 비교했을 때 과도하게 단순화되거나 과장된 인식이 많다고 말했다. 윤석열 탄핵 정국 내내 탄핵 반대 여론이 제일 적었던 연령대가 20대와 40대였다. 헌재 선고 후에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이 가장 적었던 것도 20대 남녀였다.

하지만 2030 남성 내의 '위험한 소수'의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예를 들어 지난 1월 조사에서 '지나친 페미니즘의 영향을 막기 위해서라면 법 규칙을 어기거나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문항에 20대 남성의 32%, 30대 남성의 25%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소수라는 것이 위로가 되지 않는 위험한 소수가 있는 것이다.

파시즘의 문을 닫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윤석열이 열어젖힌 파시즘의 문을 닫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현재의 "탄핵 유권자 동맹을 임기 5년 동안 해체되지 않고 계속 끌고 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역사적 과제"라고 신 교수는 강조했다.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

"극우가 위험하기 때문에 민주주의 최소동맹을 하자는 건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시즘 100년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토양으로 이야기했던 것이 경제적 불평등과 불안정입니다.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서 모든 기성 정치 세력과 엘리트들에 대한 대중의 환멸이 생기면 파시즘적, 포퓰리즘적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늘어나게 됩니다. 재분배, 평등, 이런 의제들을 반영해주는 정치 세력이 없으면 탄핵 유권자 동맹이 이완되고 해체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그 틈새로 또다시 극우 파시즘 세력이 부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합니다."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강상구 시사콕>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ACti99S0dY&t=3058s)

▲<강상구 시사콕>과 인터뷰 중인 신진욱 중앙대 교수.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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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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