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과 전북 간 양자 경쟁 구도에 놓인 경찰청 추진의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과 관련한 거대 여야 정당의 21대 대선 '공약 접근법'이 정치권의 이슈로 떠올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18일 '제1차 대선 후보자 초청 TV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 지원 공약을 겨냥해 "남원에 유치하겠다고 해놓고 아산에도 유치하겠다며 후보일 때부터 양다리 공약을 남발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전국 226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한 '우리 동네 공약'에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 지원 지역으로 충남 아산시와 전북 남원시 두 곳을 동시에 명시한 것에 대한 공격인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지도자는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쓸지 냉정하게 선택해야 한다"며 "다 해주겠다는 말은 결국 다 못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이재명 후보를 공격했다.
남원시를 지역구로 둔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전국 47개 기초단체가 '제2중앙경찰학교'를 유치하겠다고 신청했고 심사 절차를 거쳐 전북 남원시와 충남 아산시·예산군 등 3곳으로 압축된 상황"이라며 "이런 현실에서 전북과 충남의 선의의 경쟁 유도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의 21대 지역 대선 공약을 보면 '충남 아산시 공약'은 총 6개로 △미래 모빌리티 기술 고도화 및 테스트베드 구축 지원 △KTX 천안아산역 광역복합환승센터 구축 지원 △수도권-중부권 초광역 직결라인 GTX-C노선 구축 적극 지원 등 굴직한 현안이 포함돼 있다.
또 △행정기능+도시재생 결합한 '아산 행정플러스 타운' 조성지원 △아산시 문화체육시설 대량 확충 지원 등과 함께 △경찰클러스터 완성, 대한민국 경찰 의료·교육 집적지 조성지원 등으로 되어 있다.
반면에 '전북 남원시 공약'은 총 5개이며 △국토 중부권-남부권 연결 광역교통망 체계 개선 지원 △공공의과대학 설립 적극 추진 △제2중앙경찰학교 남원 유치 지원 △남원성 복원을 통한 역사문화도시 조성지원 △말 산업 인프라 및 수행기관 유치 지원 등으로 나타났다.
전북 정치권에서는 "두 지역에 모두 유치하겠다고 말하면 '양다리'이겠지만 '유치되도록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공약"이라며 "공약에서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충남과 전북 공약에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 지원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전북자치도당은 "전북과 충남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제2중경 유치' 공약을 넣는 것은 논란을 촉발할 수 있다"고 중앙당에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의의 경쟁을 유발하기 위해 2곳 유치를 지원하겠다는 민주당의 공약을 '양다리'라고 본다면 아예 언급하지 않은 국민의힘 공약은 '유치 포기선언'으로 해석해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과 관련한 거대 여야의 '대선 공약 접근법'이 서로 다른 가운데 최종 후보지 선정은 '균형발전'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여론은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경찰청은 당초 '제2중앙경찰학교 부지'와 관련해 지난해 말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후보지 3곳의 유치 경쟁이 과열로 치달으며 올 하반기로 연기한 상태이다.
경찰청은 자체적으로 타당성 용역 등을 거친 뒤 올해 최종 후보지를 결정하고 2026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한 뒤 중기사업계획 마련 및 예산 확보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북지역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익산지역 유세 등에서 여러 차례 '전북의 3중 소외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고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며 "정부 교육기관의 균형배치 차원에서 최종 후보지가 선정되길 희망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도우 경남대 교수(경찰학부)가 '인사혁신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안내된 공무원 교육훈련기관 31개'의 권역별 입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충청권이 14개를 차지해 전체의 45.1%를 점유했다.
충남은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많은 7개를 보유했는데 1980년에는 경찰대학 교무과(아산)가 들어섰고 2년 뒤인 1982년에는 경찰인재개발원(아산)이, 그리고 다시 2년 뒤인 1984년에는 경찰수사연수원(아산)이 각각 입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다 중앙소방학교(공주)가 1995년에 설립된 데 이어 우정공무원교육원(천안)이 1999년에 자리를 잡았고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천안)과 관세국경관리연수원(천안)도 2014년과 2021년에 충남에 들어섰다.
충청권 다음으로 수도권에 9개(29.0%) 기관이 포진해 있어 '수·충권'에만 공무원 교육훈련기관의 74.2%(23개)가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호남권은 전북 1개에 전남 2개 등 3개(9.7%)가 전부였고, 경상권도 대구·경북 2개에 부산·경남 1개 등 호남과 같은 수준에 만족했다. 제주도는 2개의 공무원 교육훈련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한 해 5000명의 경찰공무원 교육생이 9개월 동안 교육을 받는 기관을 낙후 전북에 배치할 경우 인구소멸의 위기지역에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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