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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본받아야 할 우리의 거울,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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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본받아야 할 우리의 거울, 핀란드

[복지국가SOCIETY] 방글라데시보다 못한 한국에 희망을

대한민국은 세계 13위 경제대국에 K-컬처, K-푸드 등 뿌듯한 자랑거리가 많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보다 못한 지표가 있다. 사회적 이동성(social mobility)이다. 사회적 이동성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개인 노력으로 경제 상황을 개선하는 신분 상승 지표이다.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의 보고서 세계인적자원경쟁력지수(The Global Talent Competitiveness Index, 2023)의 69개 평가 항목 중 하나다. 인시아드는 매년 전세계 나라들 순위를 매기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23년 보고서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국 134개에서 111위였다. 107위 방글라데시보다 못하고 다른 최빈국 아프라카 우간다(64위)보다 못하다. 한국의 순위는 2018년 94위, 2020년 105위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사회적 이동성, 방글라데시보다 못한 111위

과거 한국은 달랐다. 1960~90년대 고속 성장의 기적을 이룬 주역들은 개천에서 나온 용들이었다. 그때는 금수저 흙수저란 구분이 없었다. 가난한 시골 출신들은 출세의 꿈을 안고 모든 분야에 도전해 성공 신화를 쓰며 신분 상승과 함께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하지만 2025년 MZ 세대와 어린 용들은 경제적 양극화, 극심한 사교육과 대학서열로 인한 서열사회, 지역 양극화 등 이중삼중의 콘크리트에 덮여버렸다. 경직된 서열 사회에서 천재로 태어나도 소용없다. 부모가 가난하면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사장된다. 개천의 용들이 여기저기 꿈틀거려며 신분 상승을 하며 하늘을 덮어야 활력 넘치고 혁신적인 나라가 되는데 경제는 저성장으로 고착되고 미래 먹거리 산업도 보이지 않아 불확실성의 시대에 더욱 암울하다.

앞으로 보름 남짓 6월 3일이면 21대 대선이다. 21대 대통령에게 절실한 마음을 전한다. 어두운 개천 아래 어린 용들이 하늘로 비상할 수 있는 희망이 있는 나라, 대한민국으로 만들어주기 진심으로 바란다. 5년은 짧고 대통령이 모든 콘크리트를 단박에 걷어내 어린 용들을 하늘을 가득 채우는 기적을 일으킬 수는 없다. 풀어야 할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험난한 어둠 속 항해하는 배가 등대로 나아가듯 한 줄기 빛은 찾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광화문 출범식에서 '빛의 혁명'을 강조했다. 빛의 혁명, 12.3 계엄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뼈를 애는 혹한의 날씨에도 은박을 뒤집어쓰고 수많은 밤을 견딘 젊은 키세스와 응원봉으로 들어올린 빛의 혁명이다. 지금 이순간 더 큰 어둠과 높은 파도가 기다리고 있다. 빛의 혁명을 완성하기 위해선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을 알려줄 빛줄기가 요구된다. 방글라데시보다 못한 한국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빛줄기가 있다. 바로 서두에서 말한 보고서의 사회적 이동성 1위 나라 핀란드이다. 핀란드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동안 딱 한 번 2022년 2위를 제외하고 계속 1위였다.

핀란드는 어떻게 가장 행복한 국가가 되었나?

사회적 이동성 1위 뿐만 아니다. 핀란드는 UN 산하기관 SDSN(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에서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8년 연속 1위이다. 영국 레가툼 연구소가 167개국 대상으로 발표한 2023년 번영지수에서 핀란드는 4위(한국 29위)였다. 독일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23년 부패인식지수에서 180개 나라 중 가장 덜 부패한 나라 2위(한국 31위), 세계경제포럼 양성평등 보고서에서는 153개국 중 3위(한국 108위) 국가가 핀란드다. 정치 내전이라고 불리고 있는 한국 사회의 갈등지수는 OECD 30개국 중 3위이지만, 핀란드는 가장 낮은 1위이다. 또한 나날이 피부로 직감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핀란드의 기후변화 완화 지수는 180개 나라 중 3위(한국 126위)다.

일부는 핀란드가 복지를 중시하는 좌파 사회주의국가로 알고 있지만 핀란드는 2차대전 당시 소련과 두 번의 전쟁을 치렸던 철저한 반공국가다.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조차 핀란드를 자본주의 원칙 첫 번째인 사유재산권을 가장 잘 지키는 나라이며 가장 낮은 부패도를 유지하고 세계 최고의 법질서가 뒷받침하는 자본주의 세계의 모범국가로 손꼽았다.

핀란드는 세금을 많이 내는 나라로 유명하다. 핀란드 조세부담율은 GDP 대비 43%로 OECD 최저 수준인 한국의 19%보다 2배 더 높다. 최고 세율은 60%에 육박한다. 그러면 그들은 세금을 억지로 마지 못해 내고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핀란드 사람 79%는 세금 납부를 행복하다고 여기고 95%는 시민의 의무로 생각한다. 한국의 세금조사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세금을 흔쾌히 낸다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12%와 79%.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가?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신뢰도 차이가 크다. 신뢰도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 관리되고 부처별 장벽에 의한 이중삼중 낭비가 없다. 핀란드의 대표적인 사례로 AI 기술이 2018년부터 공공행정 서비스에 활용되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높은 신뢰도는 투명한 공개와 강력한 감시, 세계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에서 시작된다. 핀란드에서는 작은 정부, 큰 정부 같은 좌파우파 논란이 없고 의미도 없다. 그들은 작은 정부 큰 정부가 아닌 '똑똑한 정부'를 뽑는다.

지난 핀란드 정부는 34세에 총리가 된 사회민주당 출신의 여성 산나 마린의 첫 번째 정부 지침으로 "노르딕 복지국가에서 경제는 국민을 위해 관리되며, 반대는 아니다("In a Nordic welfare state, the economy is managed for the people, not the other way round)"라고 했지만 현재의 정부, 즉 극우정당이 제2당이 된 보수 일색의 연립정부는 "정부의 경제 및 재정 정책은 미래 세대를 위한 복지사회 보호에 기반을 두고 있다(The Government’s economic and fiscal policy is based on safeguarding the welfare society for future generations)"라고 천명하고 있다. 사민당 중심의 중도좌파 정부에서 경제를 위해 국민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그렇다고 쳐도, 극우정당이 포함된 우파정부에서 복지를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보호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아직도 미망에 빠진 논쟁, 즉 좌파우파의 성장과 복지는 핀란드에선 공동의 의무이자 책임이며 실용으로 검증된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혹자는 핀란드라는 나라는 인구가 520만 정도로 작아서 행복하고 잘 살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 UN의 행복보고서 2020년 특집 챕터는 '나라가 작아서 행복도가 높다'는 편견에 대해 명료하게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나라가 크면 시장규모와 함께 국력발전에 더욱 유리하다는 점은 자명하다.

▲핀란드 국기. 커먼즈 이미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모델들

빛의 혁명을 위한 빛줄기, 즉 벤치마킹할 수 있는 다른 나라로 미국, 일본, 중국 등을 뽑을 수도 있다. 미국에서 배울 점은 많다. 뛰어난 이노베이션과 근면·성실의 청교도 정신 등. 그러나 미국은 우리와 근본부터 다르다. 넓은 땅, 세계 3위 인구 규모, 풍부한 자원이 있는 나라다. 역사적 배경도 판이하다. 대한민국이 미국 같은 초강대국이 되기는 어렵다. 중국과 일본은 이웃이고 같은 아시아권이라 공통점이 제법 있겠지만 역시 우리의 모델로 삼기 어렵다.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으나 과거 조선 시대, 일제강점기 때를 돌아보면 우리의 필요보다 지배와 수탈과정에서 그들 이익에 의해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반강제적 이식을 받았을뿐이다. 중국은 G2라고 불릴 만큼 강대국이 되었으나 국가체제부터 공산당이 지배하는 일당독재로 우리의 모델이 아니다. 일본도 일왕을 신격화하는 입헌군주제이며 과거사 반성과 청산부터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유럽에는 독일이 있다. 독일은 우리와 같이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뤘다는 점에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복지국가 모델로도 손꼽힌다. 그러나 독일 역시 19세기 중반 풍부한 지하자원을 바탕으로 산업혁명에 성공했고 이후 유럽대륙의 강대국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세계 대전을 두 번이나 일으킨 침략국이기도 하며 지금도 유럽연합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강대국이다. 역시 우리와 역사 궤도가 제법 다르다.

핀란드 이웃 나라 스웨덴도 있다. 1980년대 시작된 신자유주의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경제불황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여러 나라가 스웨덴의 복지국가 연구를 많이 했다. 국내 진보진영 일부도 1989년 11월 냉전시대 상징이던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급속한 사회주의권 몰락 이후에 스웨덴을 모델로 삼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스웨덴은 사민주의, 즉 사회민주주의 전통이 강한 사회라는 점 등을 포함해 정치・사회・문화적 차이로 우리가 스웨덴 모델을 실천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지는 모습이다.

핀란드 모델과 '빛의 혁명' 완성

그렇다면 핀란드는? 핀란드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우리와 너무나 많이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일란성 쌍둥이와 같다. 첫 번째, 주변 강대국 사이에 위치해 오랜 피지배와 전쟁 등 고난을 겪었다. 핀란드는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와 스웨덴, 그리고 독일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유럽 주변부 소국으로 스웨덴 지배를 650년, 러시아 통치를 108년 받았다. 우리나라가 중국, 일본의 침략과 지배를 받고 지금도 강대국 틈에 생존해야 하는 모습과 오버랩된다.

두 번째 유사점으로 냉전과 이념대결의 최전선에 있었다. 한반도는 2차 대전 직후 한국전쟁이라는 민족 최대의 고난을 겪었고 현재까지도 분단 상황에 있다. 핀란드는 1917년 독립직후 한국전쟁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동족상잔의 이념내전을 겪었다. 백군이 승리하여 적군 잔당은 소련으로 피신하면서 2차 대전까지 긴장 관계를 유지했고, 2차 대전 패전 이후에는 전범국으로 소련에 막대한 보상금을 갚아야 했다. 냉전시대에는 국경을 마주한 공산대국 소련의 위협을 이겨내며 내적으로는 시장경제와 복지국가를 건설했다.

세 번째는 민족성이다. 핀란드는 다른 노르딕 국가가 노르만 민족인 것과 달리 핀족이다. 핀란드어는 우리와 유사한 우랄알타이어계이다. 현재는 우랄어와 알타이어로 구분이 되어 있지만 우랄알타이어라는 이론을 처음 제시한 사람은 핀란드 언어학자 카스트렌(Castran M, 1813~1852)이고 최초의 영문 한국어 문법책을 저술한 사람 역시 핀란드 언어학자 람스테드(Ramstedt G, 1873~1950)이다. 또한 핀란드인 민족성을 시수(Sisu)라고 하며 영어번역이 어렵다고 하는데 주한 핀란드 대사관에 의하면 '은근과 끈기'로 우리 민족성과 유사하다. 한국인과 핀란드 사람들만큼 사우나를 즐기는 민족은 없다.

네 번째, 경제성장이다. 한국이 6.25 동란 이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루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한 것처럼 핀란드 역시 2차 대전 패전국이 된 이후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고 7년만인 1952년 헬싱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핀란드는 전후 유럽국에 비해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한국과 핀란드 두 나라의 경제성장 유형도 닮았다. 정부 엘리트 관료들이 주도한 수출주도형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를 유지했고 적극적 외자도입과 저축 장려로 자본을 축적하여 중공업분야에 집중 투자하였다. 한국이 중화학공업에 치중했다면 핀란드는 펄프와 조선 등 기계공업이었다. 심지어 핀란드 학자 스스로 그들 경제성장 모델은 아시아의 용, 한국과 대만의 모델과 닮았다고 했다.

다섯 번째는 정치구조이다. 핀란드는 1917년 건국 이후 1990년초까지 강력한 대통령제를 유지했다. 이후 대통령제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차츰 대통령의 권한을 줄인 후에 현재는 이원집정제로 바뀌었다. 한국은 해방 이후 현재까지 대통령제이다. 여섯 번째, 장기집권 지도자이다. 핀란드에는 26년 장기집권한 케코넨이, 한국은 18년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이 있다. 두 사람 집권동안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동일하지만 케코넨은 공산대국 소련의 위협 속에 포용적 사회통합으로 복지국가 기틀을 이뤄낸 반면에, 박정희 대통령은 냉전시대 남북대결을 이용해 이를 유신개헌 등을 통한 군사독재의 길을 밟았다. 아울러 경제발전 과정에서 정경유착의 폐단이 유산으로 아직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약한 진보적 정치세력이다. 핀란드는 다른 노르딕 국가에 비해 사민당 세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복지국가 기반은 1918년 내전이후 중도보수세력에 의해 만들어졌고 2차 대전 이후 현재 사민당의 지지율은 20~30%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중도 및 온건보수와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6월 3일 새롭게 출범하는 민주정부에 바란다. 우리와 너무나 많이 닮은 나라 핀란드를 '빛의 혁명' 완성을 위한 등대 빛줄기로 삼길 바란다. 그들만큼 우리 대한민국을 사회적 이동성 1위 나라로 뛰어올라 개천 어린 용들이 활개치며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대국 주역이 되고 행복순위 1위 대한민국이 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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