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이 엄마를 챙기고, 엄마가 딸을 챙겼습니다.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웃을 수 있었던 여행이었어요.”
전북 진안군 안천면. 운암댐 너머, 깊은 산골 마을에서 특별한 여정이 시작됐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딸 9명과 엄마 5명, 총 14명이 함께 떠난 일본 자유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가족 간 유대감을 회복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준 특별한 시간이 됐다.
이들은 5월 14일부터 17일까지 3박 4일 동안 일본 가라츠시, 사가시, 후쿠오카 등 낯선 도시들을 스스로 걸었다. 여느 단체 관광처럼 정해진 코스를 따라다니는 대신, 지하철을 타고, 기차를 타며,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골목과 식당을 직접 찾아다니며 ‘교과서 밖’의 일본을 오감으로 체험했다. 이 여정에서 이들은 단지 ‘일본’뿐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함께 여행했다.
대부분 산간 지역에 거주하며 대중교통 이용 경험이 많지 않았던 참가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일부는 생애 첫 해외여행이었고, 이번 여행을 위해 처음 여권을 만든 이들도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공항, 낯선 도시의 지하철 노선도, 일본어 간판들 속에서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한 걸음씩 내딛었다.
함께한 엄마 한경화 씨는 “딸들과 걷고, 먹고, 이야기하며 처음으로 서로의 시간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며 “집으로 돌아온 뒤 대화가 부쩍 늘었다. 서로의 눈을 다시 마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안천고 3학년 정아현 양은 “엄마와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한 건 처음이었다”며 “현지인들이 사는 골목을 걷고, 작고 따뜻한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책이나 TV에서 봤던 일본과는 전혀 다른, 진짜 일본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일본의 전통 가옥과 성, 좁은 골목길 하나하나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책으로만 접했던 것들을 직접 보고 걸으니 모든 게 새롭게 느껴졌다. 우리가 얼마나 좁은 세상 안에 살고 있었는지를 깨달았다”는 한 학생의 말은 이번 여행이 남긴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번 여행은 (재)서동장학회, 행복드림복지회, 강익현한의원, 농협 전북지역본부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단순한 여행 경비 지원을 넘어,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기회’를 보탠 따뜻한 손길이었다.
여행을 기획한 (재)서동장학회 관계자는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세상을 걷는 이 경험이 아이의 인생에도, 엄마의 인생에도 길게 남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여행이 산골 마을의 또 다른 가족에게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기차도, 비행기도, 외국도 처음이었던 이들. 하지만 ‘서툰 첫걸음’은 두려움이 아닌 설렘으로 채워졌고, 무엇보다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 시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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