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또 안타까운 사연이 하나 나왔다. 먹고살자고 일하러 갔는데 되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기업이) 법을 어겨서 누군가 피해를 입으면 그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 게 정상 아닌가"라고 밝혔다. SPC 제빵공장 노동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중대재해처벌법'의 당위성을 강하게 역설한 것. 이 후보는 "중대재해법은 악법"이라며 폐지를 주장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20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태조이성계상 앞 유세에서 "전 세계에서 산업재해 피해가 제일 많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1년에 2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먹고살자고 일터에 갔다가 되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전날 오전 3시께 경기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 A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이 후보는 이에 이날 오전 본인 페이스북에서도 "반복된 산재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 후보는 "국민 대다수가 노동을 통해 먹고살고 있는데 그 노동자들이 노동현장에서 안전시설 미비로, 과로로 목숨을 잃고 그 집안이 풍비박산나는 게 타당한 일인가"라며 "(기업이) 법이 정한 근로기준·노동환경기준을 안 지켜서 (노동자들이) 안전사고로 추락해 죽고, 떨어져서 깔려 죽고, 가스가 새서 질식해 죽고, 도로공사하다 무너져서 죽고, 병에 걸려서 죽고 이런 건 최소화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노동현장을 관리·감독하는 인력이 대충 3000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이) 어느 산업 건설 현장에서 법이 정한 안전장치를 다 하고 있느냐. 안전대를 갖추고 있느냐, 추락방지망은 설치했느냐, 감독관은 제대로 배치돼 있느냐. 이걸 관리를 해야 될 것 아닌가. 이걸 관리를 안 하니 (기업들이) 전부 다 위반하고 있잖나"라고 말해 현행 산업안전체계의 부실을 꼬집기도 했다.
이 후보는 기업들을 겨냥해선 "돈을 벌려면 (안전 관리에도) 돈을 써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일갈했다. 그는 "안전시설·안전조치 안 해서 돈 누가 벌었나. 사업자가 벌었다"며 "그런데 사업자의 안전시설 안에서 누군가 죽고 다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이익을 버는 사람이 아니고 고용된 관리자, 그 사람들만 책임진다. 그러니 법을 어기고 안전조치를 안 하는 게 이익이니까 (기업이) 계속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전조치 미비에 의한 사고 발생 시 관리자를 넘어 '사업주'를 처벌하게 하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대표적 쟁점 요소다.
이어 이 후보는 "지금 중대재해처벌법을 가지고 폐지하라느니 악법이라느니 이런 얘기를 하는 분들이 있다"며 "중대재해법은 여당·야당이 합의해서 만든 법이다. 국민의힘이 같이 합의해서 싸인해 놓고 그걸 악법이라고 국민의힘 후보가 주장하면 되겠나"라고 말해 국민의힘 측 김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김 후보는 지난 18일 대선 TV토론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악법'이라 규정하며 해당 법안들을 추진 중인 민주당 소속 이 후보를 비판한 바 있는데, 이를 정면으로 맞받은 것이다.
이 후보는 "회사가 운영을 하면서 필요한 안전시설·안전조치를 안 해서 과실이 있어서 누군가가 많이 다치고 많이 죽었다. 그러면 그 안전조치를 안 한 과실이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자, 형사처벌을 하자. 이게 잘못된 건가?"라며 "이걸 왜 폐지하자고 하나", "그래서 어제 같이 또 누군가 죽어가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토론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와 중대재해법을 가지고 대립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위주의 법", "산업재해를 없애기 위해선 예방 위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서도 "틀린 말"이라며 "(중대재해 발생 시) 형사처벌을 하는 더 본질적 이유는 예방효과"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처벌을 하게 되면 이미 지난 일에 대해서 복수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근로자를 고용해서 일 시키는 사람들이 '잘못하면 나도 처벌받는구나',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로자들 안전을 지키는 게 법률상 의무니까 잘지켜야되겠다', 이렇게 마음 먹게 하는 것", "(중대재해처벌법을) 몇 년 동안 시행해보니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많이 줄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업자들 몇 사람이 '(중대재해법을) 폐지하면 내가 편할 것 같다'고 폐지해달라고 한다고 그쪽 편을 들면 되겠나"라고 국민의힘 측을 비판했다. 이어 "일부 언론들도 똑같다"며 "국민의 입장에서 다수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중립적으로 (보도를) 해야지, '이거 해서 사업 망한다', '이거 해서 사업 못한다'고 이렇게 선동하면 되겠나"라고 언론을 겨냥하기도 했다.
다만 이 후보는 모든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적용에 대해서는 "이걸 뭐 5인 미만까지 언제까지 확장 적용할 거냐는 건 계속 미뤄지고 있잖나, (기업들이) 준비하라고"라며 "유예기간을 주고 있잖나"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시사했다. 노동계와 민주노동당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즉시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날 의정부·고양·파주·김포 등 경기북부 일대를 순회한 이 후보는 자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가 추진한 바 있는 경기북도 분도 의제에 대해 "경기북부는 각종 규제 때문에 사실 산업경제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남북을) 분리하면 이 규제가 해제가 되나. 그건 아무 인과관계가 없는 얘기"라며 "북부를 분리하면 마치 엄청난 규제완화가 되는 것처럼 그렇게 얘기하면 사기"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는 "분리를 안 하고도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면 하는 거고 분리돼도 규제를 완화할 수 없다면 못하는 것"이라며 "(규제와 분리) 그게 관계가 없는 건데 관계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건 기만"이라고 분도 의제를 거듭 비판했다. "부·울·경 합치자고 메가시티 만들고 있다. 대구·경북 합치자 하고 있다. 충남·충북·대전·세종도 지금 메가시티를 만들려 한다. 전남·광주도 합치려 한다"며 "대한민국이 이러고 있는데 경기도를 왜 지금 상태로 특별한 이득 없이 분리를 하는가"라고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김포 구래역 문화의거리에서 진행한 유세에서도 "경기도만 왜 재정을 손봐서 (남북으로) 찢는다는 건가. 남북을 가르면 득 보는 쪽이 하나 있다. 남쪽 주민들이 재정이 늘어난다. 왜? 1조2000억 정도 자기들이 혼자 쓸 수 있으니 그렇다"며 "(지역을) 쪼개고 싸움을 시키고 정치적 이익을 얻고 전체적으로 손실 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하면 정치가 아니라 협잡"이라고까지 했다.
이 후보는 지난 총선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공약으로 제시한 '김포시 서울 편입'을 두고서도 "작년에 가장 어처구니 없던 게 '김포 시민 여러분 서울 만들어줄게요', '목련이 필 때까지 만들어줄게요'(라고 한 것)"이라며 "그게 올해의 목련인지 200년, 5000년 후 목련인지는 모르겠지만, 목련이 폈는데 왜 소식이 없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기북부 지역 맞춤 공약으로는 "제일 중요한 건 미군 공유지 개발이 안 되고 있다"라며 "도지사로선 어쩔 수 없었지만 대통령이 돼서 여당이 되면 법을 바꿔서 (공유지 개발이) 영 안 되면 장기임대라도 해줘서 개발할 수 있게 하면 되지 않나"라고 했다. "평화 경제 특구, 개발에 대한 특별한 예외들도 정말로 접경지역에 가까운 더 억울한 지역들에 대해서는 법률이 허용하는 내에선 꼭 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한편 이날 이 후보는 최근 김 후보와 국민의힘 측이 주요 공세 소재로 삼고 있는 '커피 원가 120원'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역공을 폈다. 이 후보는 경기지사 시절 '닭죽집' 등 계곡 불법영업 문제를 처리했던 과정을 설명하며 "(사장들을 설득하기 위해) '커피 원가 120원 이라는데 그거 한 8000원, 1만 원 받고 팔면 손님 많이 오면 그게 더 낫지 않냐, 그렇게 바꿔라'라고 제가 얘기했다"며 "제가 틀린 말 했나"라고 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힘을 겨냥 "이재명이가 자영업자를 폄훼했다고 열심히 떠들고 있다"며 "하지도 않은 말을 조작해서 다른 나쁜 말을 한 것처럼 조작을 하면 그게 대화가 되나. 그건 싸우자는 것", "어떻게 거대 정당이 거짓말을 밥먹 듯하나"라고 역공을 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일부 언론들이 왜 그런지는 대충 짐작이 되는데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는다"며 "(정보를) 왜곡하거나 심지어 조작하거나 가짜뉴스로 사람들 판단을 흐리고 있다"고 언론보도를 거듭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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