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남북 접경지역인 파주에서 유세를 벌인 가운데, 파주 주민들은 남한의 대북 방송 및 북한의 대남 방송,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렵다면서 중앙 정부 차원에서의 해결을 촉구했다.
20일 파주시 금릉역 중앙광장에서 열린 이재명 후보 유세에 시민 발언자로 나선 박경호 씨는 "대북 방송 그만하라, 대북 풍선 좀 그만 날려라. 대북 방송과 풍선으로 초래된 대남 방송 때문에 일상생활이 피폐해진 지 오래"라며 "주민들 모두 정신과 병원에 다닌 지도 오래됐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지금도 대북 풍선을 저지하기 위해 주민들은 농사일을 제쳐 두고 김경일 시장님 이하 공무원들과 함께 몸으로 막고 있다. 중앙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라며 "이제는 정상적인 일상을 찾고 싶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무서워하지 않게 해달라"라고 말했다.
지난해 남한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와 그에 따른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그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남한의 대북 방송과 북한의 대남 방송이 맞물리면서 파주시를 포함한 접경 지역 주민들은 소음과 남북 충돌 위험성으로 인해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의 대남 방송에서 동물 울음소리, 쇠를 긁는 소리, 귀신을 연상케하는 소리 등이 나오면서 주민들의 정신적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10월 24일 강화도에 거주한다는 한 주민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방부 당국자 및 국회의원들에게 무릎을 꿇으며 대남방송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박경호 씨는 이 후보에게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했다. 박 씨는 "DMZ(비무장지대)접경 지역은 더 이상 긴장으로 오가기 불편한 군사지역이 아니라 내일을 꿈꿀 수 있는 '피스존'(Peace Zone, 평화지역)으로 변모해야 한다. DMZ 지역이 평화 마을이 되어야 대한민국의 평화가 담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찬조연설에 나선 이재명 대선후보 선대위의 전수미 대변인은 "사실 제가 (북한) 인권 활동가로 파주 이곳에서 시작을 했다. 대북 전단을 북한에 날렸다. 죄송하다"며 "그때는 그게 북한 인권에 도움이 된다고 그렇게 들었다"고 과거 북한 인권 단체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전 대변인은 "내가 대북 전단을 보내면 북한 사람들 인권이 나아지겠지, 북한 주민들에 도움이 되겠지 했는데, 알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며 "제가 보낸 전단 내용은 인권과는 관계 없이 북한의 지도자를 비방하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전단을 날려본 사람으로 실체를 너무나 잘 알게 되었고 이것을 알리기 위해 미국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에 증인으로 참석했다"며 "전 세계에 대북 전단 실태를 알렸고 특히 우리 파주 시민분들을 포함해 접경 지역 분들이 얼마나 전단으로 인해 고통받고 계시고 전쟁의 위험 속에 떨고 계신지를 생생하게 증언했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지난 2020년 8월 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대북 전단 살포 및 북한 인권 단체에서 일했던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북 전단이 해당 단체들의 돈 벌이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고 그 중 일부는 단체의 유흥비로 쓰이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는 또 본인이 속한 단체에서 활동하는 탈북민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이 사건이 본인과 유사한 피해를 당한 탈북민 여성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당시 진술하기도 했다.
이후 전 대변인은 2021년 9월 더불어민주당의 상근부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해 민주당에서 취약한 분야로 평가되는 북한 인권 문제를 비롯해 장애인 등 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역할을 해왔다. 2022년 대통령 선거 때도 이재명 당시 후보의 캠프의 실용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한 바 있다.
본인이 장애인이기도 한 전 대변인은 이번 대선 캠프에서는 '인권'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대변인'을 맡게 됐다. 그는 이같은 직함이 더불어민주당이 북한 주민의 인권뿐만 아니라 국군포로, 북향민, 이산가족 등 분단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인권, 더 나아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중시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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