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시간 동안 이어진 광주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와 관련해 대기오염 측정 결과가 대부분 '기준치 이하'로 발표된 가운데, "단순 수치만으로 안전을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며, 토양·수질 오염과 장기적인 건강 영향에 대한 종합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전남대 부설 연안환경문제연구소 임익현 교수는 22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대기 중 오염물질은 바람을 타고 퍼져 순간적으로 고농도로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인체에 급성영향을 줄 수 있다"며 "화재 당시 지역 주민의 어지럼증, 두통 등 증상은 이런 순간 노출에 따른 반응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대기오염 측정은 위치나 바람의 방향, 측정 방식에 따라 그 한계가 명확하다"며 "광주시와 환경당국이 발표한 평균 수치는 일시적 고농도 노출을 반영하지 못하는 '평균의 함정'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준치 이하라는 수치만으로 주민 건강의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휘발성유기화합물 외에도 미세먼지 수치가 크게 상승하기도 했다. 광주시가 지난 21일 공개한 보건환경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주불이 잡힌 다음 날인 19일 오전 11시부터 미세먼지 수치가 급격히 상승했다. 같은 날 오후 8시에는 미세먼지(PM-10) 농도가 227㎍/㎥, 20일 오전 4시에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64㎍/㎥까지 치솟았다. 이는 각각 환경부의 '매우 나쁨' 기준(PM-10 151㎍/㎥ 이상, PM-2.5 76㎍/㎥ 이상)을 1.5~2배 초과한 수치다.
이 시기 공장 인근에서는 "마스크가 없으면 숨 쉬기 힘들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이어졌고, 차량과 건물 외벽에는 검은 분진이 내려앉았다. 일부 시민은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이러한 과정에서 배출된 유해물질이 주택 벽면이나 토양 위에 쌓였을 가능성이 높고, 비가 오면 이 물질들이 흘러들어가 하천을 오염시킬 수 있다"며 "농작물 피해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공기 중 수치가 낮아 보일 수 있지만, 땅이나 물속에 침적된 오염물질이 시간이 지나 다시 스며 나올 수 있다"면서 "이러한 잔류물질은 장기적인 건강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단기 관찰로 끝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무제품 연소 과정에서는 다이옥신,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등 발암 가능 물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흡수돼 장기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기·수질·토양을 포괄하는 종합환경영향조사와 주민건강 모니터링을 최소 1년에서 길면 2년까지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향 우려지역과 비교지역을 설정해 상대적 피해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산구에 따르면 22일 오후 4시 기준 시민 피해 접수는 총 5377건(3202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건강 이상을 호소한 인적 피해가 3048건, 분진·악취 등에 따른 물적 피해가 1826건, 기타 피해가 503건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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