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일교차가 큰 달이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고 찬바람이 불기도 하는데, 이때 우리 몸은 체온을 끌어올리기 위해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져서 다양한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이런 질환들 가운데 얼굴에 찬 기운이 과도하게 노출되면 혈액순환이 떨어지면서 원활하지 못해 발생하는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불면이나 과로, 스트레스, 면역 저하 등으로 인해 젊은 20대, 30대에 안면신경마비가 오는 경우도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안면신경마비 환자 수는 10년 전 6만 7159명에서 2022년 기준 9만 3053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안면신경마비(facial palsy)란, 안면 근육 움직임과 감각을 관장하는 7번째 뇌신경인 안면신경이 마비가 되는 증상이다. 안면신경이 마비되면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어색해지고 청각, 미각 등에서도 평소와 다른 감각이 느껴진다. 안면신경마비는 중추성과 말초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뇌졸중에 의해 발생하는 중추성 안면신경마비는 안면마비뿐 아니라 발음장애나 얼굴 감각 이상 등 다른 증상을 함께 동반하는 편이다.
대부분의 안면신경마비는 ‘벨마비, 구안와사’라고도 불리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이다. 면역력 저하, 세균, 바이러스, 뇌의 이상, 수술이나 시술 후유증 등에 의해 발생하는데, 바이러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초기에 귀 뒤쪽 통증과 불편감이 나타나며, 이명, 구강 건조, 눈물 과민, 안구 건조, 표정근의 마비 등이 발생한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완치율은 일반적으로 60~70%인데,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발병 즉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증상 발생 후 신경 손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며 회복 속도도 떨어져서 후유증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안면신경에 염증이 발생하면 약 3~7일간 지속해서 신경이 손상된다. 손상된 신경은 일반적으로 3개월에서 길면 1년 이상 회복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지는 만큼 신경 회복이 원활한 초기에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증상 발생 72시간 내 항바이러스제 및 스테로이드제를 적절히 투여하여 신경 손상 속도를 줄이고, 완전 회복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이와 함께 양한방 협진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한방 치료는 침, 두경부 추나, 약침, 한약 처방 등으로 신경이 회복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서 환자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침은 안면부 근육 및 팔다리에 있는 경혈에 자극을 가해서 마비된 근육의 회복을 촉진한다. 한약은 신경 염증 제거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안면신경마비의 한방 치료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증상만이 아니라 전신의 컨디션까지 고려해서 근본적인 치료를 하기 때문에 빠른 호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안면마비의 한방치료 효과를 밝힌 국내 연구자의 논문이 SCI급 국제학술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진동은 한의사가 쓴 “안면신경마비 치료를 위한 한약”이라는 논문이다. 안면신경마비 중에서 벨마비와 관련해서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안면신경마비로 내원한 환자 856명을 대상으로 안면신경마비의 초기 회복 속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한약/침 복합치료군에서는 93.2%가 3주 이내에 회복이 시작되었고 침 단독치료군에서는 83%가 회복되었다. 초기 회복까지의 소요기간 역시 한약/침 복합치료군은 평균 12.36일이었는데 침 단독치료군은 평균 16.43일이 소요돼서 한약/침 복합치료군의 회복이 1~7일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효과적인 안면신경마비의 한방 치료는 현재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적용 질환 중 하나여서, 한약 처방 비용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물론 개인차가 있으나 안면신경마비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후유증과 재발성의 소인이 있기 때문에 발병 초기에 신속하고 적극적인 치료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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