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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김문수 협력은 '변절 연대'가 아닌 □□ 야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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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김문수 협력은 '변절 연대'가 아닌 □□ 야합이다

[김종구의 새벽에 문득]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은 오래전에 정치적 생명을 다한 사람이다. 지난 총선에서 자신의 텃밭인 호남에서 겨우 13%의 지지를 받았다. 5선 국회의원에 도지사, 국무총리까지 지낸 경력이 부끄러운 초라한 성적표였다. 민심은 그에게 정치적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그의 말대로 "내가 가진 한 표를 주겠다"는 정도다.

이낙연 고문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지지했다는 소식은 엄밀히 말해 '정치 뉴스'가 아니다. 그가 누구를 지지한다 한들 별다른 정치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 뉴스에 응당 따라붙어야 할 대선 지형의 변동, 민심의 출렁임 등이 없다. 정치연대니, 정치공학이니 하는 말 자체가 과분하다. 그것은 단지 한 인간의 추악한 몰락과 양심의 붕괴에 대한 사회적 기록일 뿐이다.

이낙연 고문은 공연이 끝나고 조명이 꺼졌는데도 계속 무대를 서성이는 늙은 배우와 같다. 텅 빈 객석을 향해 독백을 이어가며 자신이 여전히 주인공이라 여긴다. 그는 허공을 향해 손을 허우적거리다, 내란 사태로 갑자기 대선 후보 유리구두를 신게 된 '늙은 남자 신데렐라'의 손을 잡았다. 맞잡은 두 주름진 손은 검고, 추하다.

이낙연 고문은 수시로 말이 변하는 사람이다. "혐오와 증오를 조장하는 양당제를 극복하겠다" "대선에 승리해 진짜 민주당을 재건하겠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누구의 선거도 돕지 않겠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말도 하고 싶지 않다"…. 그러더니 급기야 "괴물 독재국가 출현을 막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는 말로 끝났다. 그의 말은 줄곧 모순과 자가당착 속을 헤맸다.

그의 말은 의지의 표현이 아니라 증오의 배설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질투와 분노 앞에서 이성과 논리는 무력화된다. 이낙연에게 '질투는 나의 힘'이다. 그가 말한 '괴물 독재국가'라는 말은 되려 본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질투에 휩싸인 '괴물'이 된 것은 바로 이낙연이다.

이낙연-김문수 두 사람이 손을 잡은 것을 두고 '변절 연합' '전향자 연대' 등의 표현이 나온다. 민주당 덕으로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다 국민의힘 품으로 달려간 이낙연, 젊은 시절 노동운동을 하다가 극우 정치인으로 변신한 김문수. 하지만 그들은 변절자가 아니다. 변절이란 지켜야 할 신념이 있을 때 가능한 말이다. 그들에게는 애초 이념과 철학 같은 것이 없었던 듯하다. 그들이 처음부터 추구한 것은 오직 하나, 권력이었다.

김문수 후보를 젊은 시절부터 잘 알았던 유시민 작가는 한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로지 옳다는 신념만으로 혁명운동을 했다가 보수정당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고 전향했다면, 추구하는 목표를 혁명에서 출세로 바꾼 셈이니 변절이라고 해도 된다. 하지만 원래 추구한 목표가 권력이었다면 다르다. 권력을 차지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라 판단해서 혁명운동을 했다면 김문수는 변절자가 아니라 위선자라고 하는 게 맞다. 김문수는 여러 차례 이런 말을 했다. '하는 일마다 잘 되지 않아서 나 자신을 바꾸었다. 그랬더니 그때부터 모든 일이 잘 풀렸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성공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런 사람한테 진보냐 보수냐는 큰 의미가 없다. 어느 쪽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지가 중요하다."

이낙연 고문도 마찬가지다. 그는 고향이 호남이고, 기자로 야당 동교동계를 출입하다 고 김대중 대통령 눈에 들어 민주당 정치인이 됐을 뿐, 성향이 그쪽은 아니다. 그가 정치인으로 걸어온 궤적을 보면, 이념과 철학은 철저히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는 보수 우파다. 그는 언론도 조중동 족벌언론만을 사랑했고, 늘 그들의 주장에 동조했다. 그한테는 어느 정당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자신에게 권력을 주느냐가 중요했다. 여러 조건이 들어맞아 권력과 출세를 좇아 민주당에 왔을 뿐이다.

그는 고 김대중 대통령 덕분에 정치권에 들어왔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자 대변인을 거쳐,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를 지냈다. 그러나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주의를 배우지 않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상을 따르지 않았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온기를 품지 못했다. 그가 추구한 것은 이념이나 철학이 아니라 오직 권력과 입신양명이었다. 내란 동조 세력과 한 몸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김문수 후보 역시 정치권 진입 때부터 집요한 권력욕을 드러냈다. 그는 1994년 4월 제15대 총선 때 민자당 후보로 영입돼 경기도 부천에서 출마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선거를 사실상 총지휘한 이원종 정무수석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문수는 이번 선거에서 분명히 이길거요. 마타도어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을 보니 수십년 동안 정치를 해온 우리도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운동권에서 내부 권력 투쟁을 하면서 닦은 솜씨일 겁니다. 그렇게 선거 운동을 죽기 살기로 하면 이기게 돼 있습니다." 별명이 '혈죽(핏대) 선생'인 이원종 수석(2021년 작고)은 얼굴에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김문수 후보 이야기를 하면서 얼굴에 떠올린 칭찬과 경멸이 함께 뒤섞인 그 묘한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국민의힘 친윤 세력들은 김문수 후보의 권력욕을 과소평가했다. 그가 순순히 후보 단일화에 응하리라고 생각한 것부터가 착각이었다. 그는 자신의 본심을 숨기고 있다가 내부 경선이 끝나자 갑자기 발톱을 드러냈다. 친윤 쪽은 김 후보를 향해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는데 그 말은 본질적으로 맞다. 그는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말을 바꾸고 변신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주특기를 최대한 발휘해 대통령이 되고자 맹렬히 뛰고 있다.

이낙연 후보는 권력의 부스러기라도 챙겨보겠다는 기대감 속에 기꺼이 내란 세력과 손을 잡았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권력을 잃어버린 채 허공을 떠도는 자신의 처지를 견디지 못했다. 그가 그토록 입에 달고 살았던 '품위'도, 체면도, 양심도, 권력의 탐욕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낙연-김문수의 협력을 두고는 온갖 비판적 표현이 쏟아진다. 변절 연대, 반헌법 연합, 내란 야합…. 그러나 어떤 표현도 이 추악하고 기괴한 결탁을 온전히 묘사하지 못한다. 그 탐욕과 몰염치를 제대로 담아내기에는 우리의 어휘 창고가 부족한지도 모른다. □□ 야합에 들어갈 적확한 단어는 과연 무엇인가.

▲이낙연과 김문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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