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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不汗黨)’과 ‘치한(癡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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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不汗黨)’과 ‘치한(癡漢)’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명예교수]

예전에 ‘나쁘다’의 어원을 밝힌 적이 있다. <계림유사>에 ‘나분(那奔)’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말로, 그 뜻은 ‘높다(高)’는 말이다. 그래서 ‘나쁜 놈’은 ‘높은 사람’이라고 풀었다. 물론 ‘나븐’과 ‘높은’의 어근이 같다는 말도 하였다. 옛날에는 고관대작들이 높은 자리에 앉아서 백성을 괴롭혔기 때문에 ‘나쁜 놈’은 ‘높은 놈’이었는데, 현대에 와서는 ‘bad gay’라는 의미로 말의 뜻이 전성되었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사람이 <나쁜 사람이 당선된다>라는 책을 선물한 적이 있다. 필자는 지나치게 착해서(?) 선거판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빗대서 자중하라고 사다 준 책이다. 그 책을 보면 ‘지나치게 물이 맑으면 따르는 사람이 없고, 약간은 나쁜 짓을 하면서 주변인들을 잘 챙겨줘야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황희 정승도 알고 보면 뒤가 구린 행위가 제법 많이 있었음이 이를 증명한다. 나쁜 사람들은 땀을 흘리고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옛말에 무한불성(無汗不成 :땀을 흘리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와는 반대가 되는 말이다. 성경에도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고 했다. 즉 일을 열심히 해서 먹고 사는 길을 찾으라는 말이다.

우리말에 ‘불한당(不汗黨) 같은 놈’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에는 참으로 많이 듣던 말이다. 요즘은 한자어라 꺼리기 때문인지 자주 듣지는 못한다. ‘불한당’은 “땀을 흘리지 않는 무리”라는 뜻이다. 즉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강도를 일삼던 떼나 화적떼를 일컫는 말이다. 다른 말로 ‘명화 도둑’, ‘명화적(明火賊 : 조선 시대, 철종과 고종 때 횃불을 들고 잘사는 집을 습격하던 도적의 무리)’, ‘화적(火賊 : 떼를 지어 돌아다니며 행패를 부리고 강도짓을 하는 무리)’이라고도 한다. 요즘에는 주로 ‘떼를 지어 다니면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쓴다. 때로는 ‘파렴치한 행동으로 남의 재물을 갈취하거나 억지로 빼앗는 사람들’, 혹은 ‘막되어 예의를 갖출 줄 모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불한당보다 더 심한 경우를 ‘날불한당’이라고도 한다. ‘남의 재물을 함부로 빼앗거나 몹시 악독하고 나쁜 짓을 하는 무리’를 이르는 말이다. 참으로 있어서는 안 되는 무리를 이른다. 예문을 보자.

내가 설령 천하에 다시 없는 불한당이라고 할지라도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그는 불한당처럼 야비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삼순이는 불한당 같은 놈들에게 몸을 망쳤다.

와 같이 쓴다. 나쁜 남자 중 하나의 종류라고 본다. 이런 종류 중에 ‘치한(癡漢)’이라는 단어가 있다. 여기서 ‘-漢’은 ‘일부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명사나 어근 뒤에 붙어, 그러한 사람의 뜻을 더하여 명사를 만드는 말’, 혹은 ‘일부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명사 뒤에 붙어, 그러한 특징을 갖는 남자’의 뜻과 ‘욕하여 이르는 뜻을 더하여 명사를 만드는 말’이다. 우선 치한癡漢이라는 단어는 ‘여자를 희롱하는 사내’, ‘어리석고 미련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치인(癡人 : 어리석고 미련한 사람)이라고도 한다. ‘-한’이 들어간 단어 몇 가지를 더 살펴보면, 색한(色漢 : 여색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내를 욕하여 이르는 말, 추잡한 행동으로 여자를 희롱하는 사내), 악한(惡漢 : 악독한 짓을 하는 사람), 괴한(怪漢 : 행동이나 차림새가 수상한 사내) 등과 같다. ‘치한의 예문을 보자.

치한들은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사람들에게 발각돼 붙잡혔다.

나를 치한으로 여겼는지 앞서가는 여인이 반달음질로 도망을 간다.

그 여자는 남자들이 옷깃만 스치며 지나가도 치한으로 취급한다.

와 같다. 요즘은 ’남자들은 잠재적 성범죄자‘라고 하는 말도 있다. 불한당 같이 살아도 안 되지만 치한이 되어서는 더욱 안 된다. 개미처럼 땀을 흘리고, 일 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아야 한다. 아름다운 세상인데, 잠재적인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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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김규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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