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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특수고용 최저임금 차별, 올해도 계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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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특수고용 최저임금 차별, 올해도 계속할 것인가

[오민규의 인사이드경제] 헌법만 봐도 답은 분명…노동법 적용 확대 역사를 봐도 마찬가지

"나는 비록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진 않지만, 앱을 통해 배달(대리운전) 일감을 받고 플랫폼은 수수료를 챙겨간다. 수수료를 뺀 나머지 보수를 받아 생활해 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플랫폼에서 보수 정산이 가로막혔다. 시키는 대로 일을 다해줬는데 돈을 떼인 거다. 그런데 내가 받아야 할 돈은 '임금'이 아니라서 노동청에 체불임금 신고도 안 된단다.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를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라는데 대법원 판결 받아와도 떼인 돈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열심히 일했는데 이게 왜 '임금'이 아니란 말인가?"

모든 노동관계법 기준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배달 라이더나 대리운전 기사로 오래 일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일이다. 열심히 일하고 받아야 할 돈이 '임금'이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최저임금법도 적용되지 않고, 임금채권보장법도 작동하지 않는다.

사실 최저임금법만이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비롯해 산재보험·고용보험도 일부 적용되긴 하지만 온전하게 작동되지 않는다. 플랫폼노동자에게 이들 법률이 차별적으로 작동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산재보험법·고용보험법·산업안전보건법·최저임금법 등의 목적은 모두 다르다. 그런데 이 법률에서 말하는 '근로자'는 모조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제한된다. 각 법률의 목적을 실현하는 방식이 모두 다른데 어째서 적용대상은 이렇게 일률적이란 말인가?

맞아 죽을 상황에도 보호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

"앱에 표시된 도착지 인근에서 고객이 '지금 어디 가는 거냐'며 화를 낸다. 술에 만취한 고객이 처음 요청한 목적지와 달리 시내에서 외곽으로 2~3km 더 들어가란다. 이러시면 곤란하다고 정중하게 얘기했더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며 강압적인 태도로 차를 세우고 가라고 한다. 심장이 뛰고 눈앞이 캄캄해진다. 더 운행할 경우 안전이 우려되어 아파트 입구 일반도로 끝 차로에 차를 세우고 운행을 종료했다. 며칠 후 콜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주정차단속구역에 차를 세우고 이탈했다며 배차정지를 하겠다고 했다. 너무 억울해서 항변했지만 플랫폼은 내 계정을 막아버렸다. 맞아 죽더라도 주정차 금지구역이 아닌 곳을 찾을 때까지 이탈하지 말라는 것인가?"

맞아 죽을 상황에 처했는데도 '작업중지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작업을 중지했더니 계정정지(해고)라는 불이익을 당해도 보호받지 못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감정노동자 보호조치'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유는 모두 똑같다.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의 '감정노동자 보호조치' '작업중지권'이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상황을 '정상적'이라고, 그러니 개선하지 말고 그냥 두자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노동관계법이 제자리에 서 있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 법률들의 탄생 시점부터 적용대상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 노동관계법이 변화해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노동법 변화는 적용대상 확대의 역사

이들 노동관계법은 제정 및 시행시점에서는 적용대상이 그리 넓지 않았다. 이를테면 1988년 시행된 최저임금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중에서도 '상시 10인 이상 제조업'에만 적용되었다. 1964년 시행된 산재보험법은 '상시 500인 이상 광업·제조업'에만, 1995년 시행된 고용보험법은 '상시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법률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좁은 적용대상은 빠른 속도로 넓혀지게 된다. 최저임금법을 예로 들자면, 법 시행 2년 뒤인 1990년에는 10인 이상 사업장이란 제한은 풀리지 않았지만 제조업을 넘어 전 산업을 대상으로 확대되었고, 1998년에는 5인 이상 전 산업 사업장으로 넓혀지게 된다. 이들 노동관계법 적용대상은 좁은 범위에서 시작되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온 것이다.

이들 법률의 적용대상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이제 근로기준법보다 더 넓은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일부 조항만 적용되는 등 아주 넓은 사각지대를 갖고 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에 대부분의 노동관계법이 '1인 이상 사업장' 그러니까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그 적용대상을 모두 확장하게 된다.

최저임금법의 경우 2000년 11월 14일부터 1인 이상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것으로 대상을 넓혔다, 산재보험법은 2000년 7월 1일, 고용보험법은 1998년부터 10월 1일부터 1인 이상 사업장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하였다. 산업안전보건법의 경우 2013년까지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는 법조항 명시(포지티브) 방식이었다면 2014년부터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법조항 명시(네거티브)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근로기준법보다 확대된 적용대상

그뿐이 아니다. 2018~2020년을 거치면서 (최저임금법을 제외한) 산재보험법·고용보험법·산업안전보건법이 모두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상당수를 이른바 '노무제공자'라는 이름으로 포괄하는 적용대상 확대가 이뤄지게 된다.

사실 산재보험법은 이미 2008년부터 특례 조항을 통해 특수고용 일부 업종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한 바 있는데, '전국민 고용보험'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2020년애 고용보험에도 플랫폼·특수고용 일부 업종을 '노무제공자'라는 이름으로 하여 적용대상을 확대하게 된다. 2022년에는 산재보험법 특례 조항을 뜯어고쳐 전속성 기준 때문에 가입을 못하고 있던 플랫폼·특수고용 상당수 노동자들로 적용대상을 확대하기에 이른다.

이런 취지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이다.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알려진 2019년 산안법 전부개정에서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법 제1조를 개정한 것인데, 산안법의 보호 목적에 명시된 '근로자'를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변경한 것이다. (아래 표)

▲ 2019년 산안법 제1조 개정 내용.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차별 불러온 별도 트랙 '노무제공자'

비록 적용대상이 넓어지긴 했지만 '노무제공자'라는 별도의 트랙을 만드는 방식은 아주 큰 문제를 낳았다. 기존 적용대상인 '근로자'와 차별을 두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노무제공자'로 분류되는 순간 고용보험·산재보험 가입은 가능하지만 우선 고용보험에서는 육아휴직·직업훈련·고용안정 사업에서 배제되어 버린다.

오직 실업급여, 그리고 본인 출산휴직 급여만 인정되는데 실업급여의 경우 혜택을 받았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마저도 차별적으로 적용된다. 최근 20~30대 젊은층의 플랫폼노동 유입이 급증하고 있는데, 플랫폼노동에 육아휴직·출산휴직 혜택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대체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의 경우 비록 1조의 목적 조항이 크게 바뀌긴 했지만 노무제공자에게 적용되는 조항은 매우 상징적인 77조, 78조에만 제한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작업중지권과 감정노동자 보호 조치에서 제외되고 있는데, 이 조항들은 사실상 산안법의 핵심에 해당한다. 즉, 알맹이가 빠진 채 형식적 적용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헌법만 충실하게 따라도

헌법 32조 제1항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제3항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최저임금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의 근거가 되는 헌법 조항은 32조 제1항과 제3항이다. 아무리 뜯어봐도 적정임금·최저임금이나 근로조건 보장의 적용대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라는 문구는 없다. 게다가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라는 표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여기서 사용된 '근로자' 개념은 고용되기 이전, 또는 실업과 채용 사이에 있는 이들을 포함한다.

즉 헌법에서 사용된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보다 훨씬 넓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의심해 봐야 한다. 일률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만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는 최저임금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관계법의 태도는 헌법 취지에 부합하는 것일까?

하지만 최저임금법·산업안전보건법·산재보험법·고용보험법의 경우 이미 근로기준법 적용대상보다 넓은 범위로 영역을 넓힌 상태이다. 노동관계법 적용대상이 당연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여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현실에서 설득력을 잃은 얘기이다. 앞에서 얘기했던 주요 노동관계법 적용대상 확대의 역사를 표로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 주요 노동관계법 적용대상 확대의 역사.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최저임금 적용대상 확대부터 제대로 가야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그나마 '노무제공자'라는 차별적 트랙으로 다른 노동관계법이 적용대상을 넓혀온 반면, 유일하게 최저임금법만 확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3~4년 전부터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등 이른바 '비임금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법 확대적용을 내걸고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선진적인 길을 갔지만 그 과정에 '노무제공자'라는 이상한 차별적 트랙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아직 적용대상이 확대되지 않은 미답의 영역 최저임금법이 남았다. 그렇다면 최저임금법에서부터 '노무제공자' 차별 트랙이 아니라 제대로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모범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그 방향은 무엇일까? 사실은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앞에서 언급한 '헌법상 근로자 개념'으로 적용대상을 확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상 근로자 개념은 어디까지를 포괄하는 것일까? 논자들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 가지만은 의견이 일치한다. 헌법상 근로자 개념이 최소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보다는 넓다는 것이다.

현재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의 상당 부분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지위를 획득하고 있다. 헌법만 충실하게 따라도 사각지대에 있는 수백만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온전한 노동기본권을 회복시킬 수 있다.

▲ 최저임금 적용대상 확대의 역사와 과제.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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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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