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평택은 ‘기회의 땅’이었다. 미군기지 이전, 삼성 반도체 투자, 고덕국제신도시 조성, 평택항 확장, 브레인시티 개발 등 수많은 개발 호재가 쏟아지면서 평택은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도시처럼 보였다. 그러나 화려한 외형 성장 이면에는 균열이 있었다.
평택은 지금, 텅 빈 상가, 연계성 없는 산업지구, 지연된 개발 계획, 소외된 원도심, 일장춘몽이 된 국제도시 청사진 등 암울한 현실에 봉착해 있다. 이에 <프레시안>은 ‘왜 평택은 멈췄는가’를 진단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묻기 위해 3회에 걸쳐 평택의 실상과 대안을 모색해 본다.

1. 멈춰선 도시, 균형 잃은 개발
2. 사라진 전략, 무늬만 국제도시
3. 지속가능한 도시, 대안은 없나
‘삼성이 떠받친 도시’로 불렸던 평택은 2023년 반도체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곧바로 시 재정에 타격을 입혔고, 신청사 건립 등 대규모 행정 사업들이 멈춰 섰다.
고덕국제신도시, 브레인시티, 포승·현덕지구, 평택항만 개발계획 등 주요 프로젝트들도 잇달아 주춤거리고 있다. 계획은 거창했지만, 실행은 없었다.
오늘날의 평택시는 1995년 행정구역 통합(평택시·송탄시·평택군) 이후 신평택시로 출범하며 대형 국책사업들이 평택의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캠퍼스 유치, 미군기지 이전, 고덕국제신도시 조성, 포승지구 및 평택항 배후단지 개발, 브레인시티, SRT 평택지제역 개통까지.
이 같은 굵직한 개발과 인프라 확충 계획은 인구 유입과 기업 유치를 동시에 이끌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평택은 수도권 남부의 ‘미래성장축’으로 떠올랐다.
도시의 외형은 화려해졌고, 각종 통계지표도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성장의 이면에는 복합적인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각 지구는 계획 당시 의도한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 채 단절됐고, 도시 전체는 유기적 연계는커녕 개별적 사업도 답보에 빠졌다.
사업 주체 간 이해 충돌, 중앙과 지방 정부의 계획 불일치, 반복된 인허가 지연은 실행력을 떨어뜨렸다.
생활 인프라 구축은 후순위로 밀리며 시민들의 삶의 질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원도심과 신도시간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까지 겹쳤다. 반도체 경기 침체는 삼성의 평택 투자 축소로 이어졌고, 이는 평택시 세수 감소로 직결됐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납부한 법인지방소득세는 2022년 1470억 원, 2023년 1393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0원으로 급감했다. 시 재정에 큰 타격이었다.
국내 경기 침체와 고금리, 부동산 거래 급감도 도시 개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민간 사업자의 철수, 분양 지연, 상업지구의 높은 공실률로 이어졌고, 계획된 프로젝트 대부분이 지연되거나 축소됐다.
현재 평택은 기능적으로 분절된 도시다. 고덕국제신도시는 상업용 공실률이 70%에 달하고, 브레인시티는 기반시설조차 갖추지 못했다.
포승·현덕지구는 규제와 전략 부재로 산업·관광 기능이 모두 정체돼 있으며, 평택항은 배후단지와의 연결 없이 고립돼 있다.
지자체와 시민사회는 “왜 이렇게 됐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동시에 제기됐지만,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은 한발 물러섰고, 민간은 관망하고 있으며, 정치는 이벤트에 치중하는 형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평택의 가장 큰 위기는 ‘방향성 상실’이다. 외형 성장에만 몰두한 결과, 정작 도시는 ‘속빈 강정’으로 변해갔다.
국제도시로서의 정체성은 희미해졌고, 지역 간 연계와 기능 통합은 퇴색됐다. 급격히 유입된 인구는 정주 기반이 약한 도시에 적응하지 못했고, 일부는 다시 떠나고 있다.
이제 평택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계획이 아니라 도시 전략의 재정비다. 기능 간 연결, 주체 간 조정, 실행력 확보가 가능한 구조의 재설계가 시급하다. 산술적인 성장률이 아니라,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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