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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기능성 음료’ 뜨거운데…정보 검증은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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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기능성 음료’ 뜨거운데…정보 검증은 충분한가?

면역‧단백질‧체중조절‧릴랙스‧슬립까지 ‘5대 기능’으로 세분화… 제로 슈거·식물성·클린 라벨이 새 소비 기준

‘건강을 마신다’는 말이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면역력·장 건강·수면·단백질 보충까지 기능별로 세분화된 음료가 편의점 냉장고를 꽉 채우고 있다.

최근 한국농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능성 음료 시장은 2024년 698억 달러에서 2032년 1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역시 ‘헬시 플레저’ 트렌드와 맞물려 연평균 7%대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보고서가 꼽은 다섯 가지 키워드는 면역·단백질·체중조절·스트레스 완화·수면 관리다.

실제로 비타민·아연 함유 면역 샷, GLP-1 호르몬 분비를 겨냥한 체중조절 음료, L-테아닌과 체리 추출물을 넣은 수면 토닉 등 기능별 솔루션 음료가 쏟아진다.

더 나아가 저당·비건·식물성 원료, 친환경 패키지까지 ‘가치 소비’ 코드가 결합하며 시장은 고급화·맞춤화로 재편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능성 음료 시장은 크게 다섯 갈래로 진화하고 있다.

면역력 강화 제품이 선봉이다. 비타민 C와 아연, 프로바이오틱스 같은 면역 관련 성분을 한 병에 담아 ‘하루 한 샷’으로 체내 방어력을 끌어올린다는 콘셉트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

단백질 보충 제품도 눈에 띠게 발전하고 있다. 운동족뿐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단백질 섭취에 눈을 돌리면서 고단백 저당의 RTD(Ready to Drink) 음료와 식물성 단백질 쉐이크가 매대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항상 많은 소비자들의 관삼을 받고 있는 체중조절 카테고리는 식전(Pre-meal) 음료가 주도한다. GLP-1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식욕을 억제하거나 위에서 젤리로 변해 포만감을 높여 주는 신개념 제품들이 출시돼 다이어트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현대인들의 문제인 스트레스도 하나의 영역으로 제품들이 개발 출시되고 있다. 테아닌·라벤더·카모마일 등을 넣은 무카페인 ‘릴랙스 워터’가 긴장 완화와 심신 안정 효과를 내세우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수면 관리 제품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L-테아닌, 몽모랑시 체리 추출물, 크로세틴 등을 배합해 잠들기 전 마시는 ‘슬립 토닉’ 형태가 늘어나고, ‘마시는 수면 보조제’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문제는 정보의 속도다. 영상 한 편, 썸네일 한 장이 순식간에 트렌드가 되는 시대에 정확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다.

이번 주 우연히 SNS에서 보게된 ‘디카페인이 몸에 해롭다’는 영상이 그 예이다. 제작자는 “디카페인 커피가 몸에 해롭다”는 자극적 제목과 함께 1905년 화학용매(디클로로메탄) 추출 공정을 들먹였다.

이 화학용매를 사용하는 디카페인 공정은 이미 수십 년 전 퇴출됐고 국내외 디카페인 커피는 물·CO₂ 추출이나 식품 등급 에틸아세테이트 공법을 쓴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댓글 창에는 “큰일이다”, “당장 끊어야겠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처럼 과학적 근거가 부실한 자극적 콘텐츠에 “큰일 났다”는 댓글이 쏟아진 광경은 기능성 음료 정보 역시 언제든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확대만큼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다. ‘혈당 잡는 음료’가 실제로는 고당 음료였던 사례, ‘콜라겐 워터’가 1일 권장량에 한참 못 미치는 콜라겐을 넣고 과대 포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식약처가 2020년부터 일반식품에도 기능성 표시를 허용하면서(일명 ‘기능성 표시 식품 제도’) 기업 자율과 소비자 판단의 역할이 커졌다.

기능성 음료를 고르기 전, 소비자에게 권하고 싶은 검증 루틴은 이렇다.

먼저 출처를 본다. 논문·정부 보고서 같은 1차 자료인지 확인해야 한다. 시점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10년 전 연구나 현재는 쓰이지 않는 제조 공정이 근거라면 그대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그리고 함량과 섭취량을 살핀다. “콜라겐이 들어 있다”는 말보다 ‘몇 ㎎’인지가 중요하다. 또한 개인차를 인정하는 것도 중요한데 동일한 성분도 체질·질환·약물 복용 여부에 따라 효과와 안전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태도도 중요하다. 기업은 “무설탕·제로·기능성” 같은 키워드만 앞세우기보다, 임상 데이터와 함량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규제기관 역시 기능성 표시 심사를 더욱 정교화하고 허위·과대 광고에 대한 가시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기능성 음료는 분명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스마트한 선택지다. 그러나 정보가 과학을 앞질러 소비를 흔드는 순간, 건강은 마케팅 문구만큼이나 쉽게 흔들린다.

제품을 고르기 전, 한 번만 더 출처를 확인하자. 건강을 위한 음료라면 정보를 마시는 우리의 태도부터 ‘기능성’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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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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