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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랫바람 속에서 둔황과 둔황학을 지켜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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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랫바람 속에서 둔황과 둔황학을 지켜가는 사람들"

[최재천의 책갈피] <둔황>, <실크로드 둔황에서 막고굴의 숨은 역사를 보다>

해인사에는 장경각藏經閣이 있고 둔황 막고굴 제17굴에는 장경동藏經洞이 있다.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 발견된 곳이다. 최고의 보물들은 어떻게 작은 석굴에 봉인되었을까.

가장 널리 인정받는 가설은 피난설과 폐기설이다. 1036년 탕구트족과 위구르족이 전쟁을 벌였고 둔황이 점령된다. 이때 막고굴의 스님이 서하 군대가 둔황을 점령하기 전에 전란을 피해 경전이나 문서, 불상 등을 밀실에 숨겼다는 것. 불교 연구가 중에는 장경동의 유물이 오늘날 보기에는 진귀한 역사적 문물이지만 당시에는 처리하기 복잡한 ‘신성하지만 쓸데없는 물건’이었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이렇게 쓰지 않는 물건을 처리하는 방법이 밀폐된 장소에 넣고 봉하는 방식. 일종의 폐기설이다.

얼마 전 신문 칼럼을 읽다가 읽게 된 책이 있다. 이노우에 야스시의 <둔황>. 장편 역사소설 <둔황>은 일본의 문예잡지 <군상>에 1959년 1월호부터 5회에 걸쳐 연재된 후, 같은 해 12월 고단샤에서 단행본으로 간행되었고, 한국에는 문학동네 세계 문학전집의 하나로 2010년에 1판 인쇄되었다. 내가 읽은 책은 2024년 1판 10쇄본. 이노우에는 피난설을 취하면서 문학적 상상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소설의 한 대목. 주인공 조행덕이 언제 전쟁의 불길이 닥칠지 모르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경전을 필사한 다음 문장 말미에 문장을 덧붙인다.

"때는 경우 2년 을해 12월 13일, 송나라 담주부 출신의 과거 응시생 조행덕은 하서 지역을 떠돌아다니다가 사주에 이르러, 지금 외적의 침입으로 온 나라가 소란하게 되었는바, 대운사 승려들의 경전을 둔황석굴로 운반하여 벽 속에 은닉하려 하나이다. 이에 경건한 마음으로 <반야바라다밀심경> 한 권을 필사하여 석굴에 안치하려 하옵니다. 바라옵기는 용천팔부의 보호와 원조로 성읍이 평화롭고 백성이 강녕하게 하소서. 두 번째 소원은 감주의 젊은 여인이 이승의 선행으로 인해 암흑의 저승에 들지 않고 현세의 업보를 모두 소멸토록 하옵고 무한한 복을 내리시어 공양이 충만토록 하소서."

귀한 것은 감추는 법이다. 진리가 그러하듯.

둔황이라는 명칭이 부활된 것은 청나라 건륭 연간. 소설의 1장부터 10장까지는 문학. 마지막 11장은 사실에 기반한 막고굴 약탈기.

예전엔 이랬다. "둔황은 중국에 있지만, 둔황학은 중국 바깥에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다. "둔황은 중국에 있고 둔황학도 중국에 있다."

모랫바람 속에서 둔황과 둔황학을 지켜가는 나의 오랜 친구들. 자오성량趙聲良 원장과 리리신李立新이 그립다.

▲<둔황> 이노우에 야스시 글, 임용택 번역, 문학동네
▲<실크로드 둔황에서 막고굴의 숨은 역사를 보다> 판진스·둔황연구원 글, 강초아 번역, 도서출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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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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