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외면해온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전쟁범죄 문제와 관련,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 정부 차원의 사과·진상규명 작업을 요구하는 시민사회 차원의 청원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방한한 베트남전 학살 피해 생존자와 함께 대통령실에 직접 청원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베트남전 진상규명 TF와 베트남평화의료연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참여연대, 한베평화재단, 향린교회 등이 참여하는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대선 이전인 지난달 말경부터 진행해온 서명운동을 오는 22일 주말까지 마감하고 그 이튿날 청원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퐁니·퐁녓마을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65) 씨와 하미마을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68·동명이인) 씨가 오는 18일부터 한국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응우옌 씨 등은 방한 기간 퐁니마을 사건 관련 대법원 의견서 제출과 하미마을 사건 관련 서울중앙지법 재판 출석, 국회 토론회 및 기자회견과 이학영 국회부의장 면담 등 일정을 소화하고 23일 시민단체와 함께 대통령실 앞에서 청원 제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온라인 청원( https://actnow.do/AM9y ) 제안을 통해 "새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등 인권침해 문제 진실을 규명하라"며 "새로운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뒤늦게나마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12.3 계엄 이후 민주주의, 정의, 평화에 대한 시민들의 의지가 광장에서 분출됐다"며 "그 중 하나가 베트남전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이제껏 부인하고 외면해 왔다"며 "그러나 피해자 응우옌티탄이 최초로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에서 한국 사법부는 2023년 1심, 2025년 2심 판결 모두에서 진실을 인정하고, 대한민국의 법적 책임을 확인했다. 이제 한국 정부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1999년부터 이어져 온 한국 시민사회의 베트남전 진실규명 운동을 통해 소중한 판결이 선고됐지만, 한국 정부가 여전히 진실규명을 회피하고 책임을 외면해 온 결과 한국과 베트남 양 사회에 진정한 평화는 없었고 피해자 권리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 차원의 법안 마련과 함께 행정부의 노력도 촉구하며, 대통령에 대한 청원을 통해 △국가책임 인정 판결 수용 △전쟁범죄 은폐 인정과 사죄 △진상조사를 통한 민간인학살 등 인권침해 사실인정과 공식 사과 △전쟁기념관 전시 등 국가 공식기억 조치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진행 중인 국가배상소송과 관련, 대한민국은 상고를 취하하고 항소심 판결에 따라 원고 응우옌티탄에게 배상하라"며 " 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라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특히 이번 소송에서는 대한민국이 사건의 진실을 고의로 은폐한 점이 공식 확인된 만큼 민간인학살 이후 장기간 이를 은폐하고 진실규명 책임을 회피한 점까지 포함해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법률을 제정해 진상조사를 위한 공식 기구를 설립하고 베트남전 시기 한국군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살해, 상해, 폭행, 전시성폭력 등 일체의 불법행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조사결과를 공포하라"며 "조사 결과 인정된 중대한 인권침해 피해자들에게 한국 정부는 공식 사죄를 포함해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시키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부디 대한민국의 새 정부가 국민들의 요구와 베트남 피해자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응답하고 그에 상응하는 정의로운 조치를 실행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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