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사법개혁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고 있는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남원·장수·임실·순창)이 한 지방지에 기고한 칼럼의 내용으로 인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희승 의원이 '제도를 바꾸는 일은 장을 담그는 일과 닮았'으며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부작용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며 천천히 준비하는 '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됐다.
기고문을 링크한 박희승 의원의 SNS 게시물에는 글 내용에 대해 공감하는 찬성 측과 반대하는 측이 '온라인 설전'을 벌이고 있으며 박 의원의 지역구에는 박 의원이 개혁 의지가 있는지를 묻는 여러 장의 플래카드가 내걸리기도 했다.
박희승 의원은 최근 '전북도민일보'에 '시간이 만드는 맛, 숙의가 만드는 나라'이라는 제목으로 오피니언란에 기고문을 게재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순창의 장(醬)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빗대 오랜 시간이 걸리 듯 사회의 새로운 제도를 위해서는 신중하고 오래 논의를 거치는 숙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박 의원은 "방향이 옳다고 해서 개혁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제도를 바꿀 때는 작은 부분까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의대 정원 확대는 숙의 없는 정책의 폐해를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방향은 옳았을지언정 방법이 틀렸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집권 여당이 되었다. 정책을 어설프게 설계하고 갈등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선의만을 내세우는 정치는 결국 국민의 삶을 짓누른다"고 주장하면서 "개혁을 이끌 힘을 국민께 부여받은 만큼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사법, 의료, 연금 등 사회의 뿌리가 되는 제도들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차분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박 의원은 '빠른 개혁보다 제대로 된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셈인데 이 같은 칼럼이 알려지자 박의원의 SNS에는 공감을 표시하는 찬성과 이에 반대하는 댓글이 쌍벽을 이뤘다.
찬성하는 측은 '응원합니다'나 '엄지척'의 이모티콘을 댓글로 남겼다.
반면 반대하는 이용자들은 장문의 글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때 언론개혁 검찰개혁 숙의하다 이 꼴 났는데 다시 내란세력에게 시간을 주자는 것이냐"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는 "지금 당장 판사들이 사형이나 무기징역 받을 인간들을 다 풀어주고 있는데 언제 숙의하고 언제 뜯어고치느냐"면서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햇살과 바람 시간과 인내(를 주장하고 있느냐)?"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또 "개혁은 집권 초기에 가장 힘이 셀 때 하는 것"이라며 "지난 문재인 정부 때도 속도보다 신중을 택하다가 개혁하나 완성못해 정권을 내어주고 반성은 안하고 국민들에게 오만하게 가르치려고만 드느냐"고 성토했다.
한 이용자는 '방향은 국민들이 정한다'면서 "장이 바람좋고 볕 좋으면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담글 때는 장독도 소독하고 염도도 맞추고 해야 한다"고 박 의원의 기고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내란수괴와 그 동조세력 중의 하나인 사법부는 반드시 개혁해야 할 대상"이라며 굳이 '숙의'라는 단어를 써가며 통합을 주장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박의원의 기고문에 대한 반발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박 의원의 지역구인 임실읍과 순창읍, 남원시내 등지에는 '사법개혁을 간절히 원하는 주민일동'명의의 플래카드가 여러 점 확인됐다.
플래카드에는 '박희승의원님! 이재명대통령 시대에 사법개혁의 의지는 있습니까?'라는 문구가 쓰여 있어 박 의원의 '숙의'가 필요하다는 기고문에 대한 지역내 반발여론을 작지 않음을 드러냈다.
앞서 박 의원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대법관이 늘면 3심은 당연해지고 헌법재판소의 4심까지 더하면 국민은 소송지옥에 빠진다'는 등의 일관된 입장을 밝혀 온 바 있으며 내란 등 3대 특검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수사하고 빨리 국민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