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여름이 되면 피부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유독 늘어난다. 특히 습진과 한포진은 땀과 열에 의해 쉽게 악화되는 대표적인 피부질환이다. 증상 자체는 비슷해 보이지만, 피부의 상태나 양상, 나타나는 부위 등에 따라 구분되며, 치료 또한 각기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습진은 일반적으로 가렵고 붉어지며 진물이 나는 만성 피부염을 말하고, 한포진은 손바닥과 발바닥에 작은 수포가 반복적으로 생기는 습진의 일종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피부질환을 단순히 피부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여름철은 기후적으로 습(濕)과 열(熱)이 강한 계절인데, 한의학에서는 이 외부의 사기(邪氣)가 인체에 침입하거나 체내에서 습열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할 때 피부에 염증이 생긴다고 본다. 특히 몸속 깊은 곳의 심부온도가 낮아지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모공이 닫히고, 그로 인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피부로 열이 몰리며 국소온도가 상승하게 된다. 이때 피부는 붉어지고, 시간이 지나 온도가 떨어지면 검게 변하는 과정을 겪는다.
양의학에서는 보통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스테로이드나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한다. 이 약들은 심부온도와 피부온도를 모두 빠르게 낮춰 가려움증을 진정시킨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심부온도가 낮아지며 자율신경계 중추인 시상하부는 체온 유지를 위해 모공을 닫는다. 모공이 닫힌 상태가 되면, 다시 열이 발생했을 때 배출되지 못한 채 정체되어 피부가 가렵고 붉어지는 증상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피부를 긁어서 진물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피부온도가 올라가면서 자체적으로 표면장력이 약해지고 내부압력이 증가해 수포나 농포가 생기고 진물이 나오는 경우도 흔하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의 핵심에는 심부온도 조절 실패와 세포대사 저하가 자리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피부질환 치료의 핵심을 “세포 기능 회복과 열의 원활한 배출”로 본다. 손상된 세포를 정상화시켜 심부온도가 최적화되도록 몸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세포염증을 치료해 주어야 한다. 세포가 정상적인 대사기능을 유지할 때 신체의 열에너지도 정상량으로 발생하며 모공은 자연스레 열리게 된다. 그리하여 피부 표피층에서 열에너지가 중첩 교차되는 현상이 사라지게 된다. 즉 피부조직에서 온도가 상승되지 않으니 염증, 발적, 발진, 가려움증 등이 근본적으로 소실되는 것이다. “청열해독(淸熱解毒), 거풍제습(祛風除濕)”을 중심으로 한 한약 치료는 내부의 열과 습을 다스리고, 침·뜸·외용요법은 피부의 열을 내리게 하여 체질 개선을 통해 면역력을 높인다. 이는 재발을 막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피부는 몸의 거울이다. 단순히 가려움을 잠재우는 것만으로는 피부질환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 습진과 한포진은 반복되기 쉽고, 그 자체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고질적인 피부질환이다. 몸 안의 열이 고르게 순환하고 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때, 피부 역시 건강한 상태를 되찾을 수 있다. 특히 여름처럼 악화되기 쉬운 시기에는 미리 체내 습열을 조절하고, 자신의 체질에 맞는 한방적 접근으로 관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생활 속 관리도 중요하다. 땀을 잘 흡수하고 통풍이 되는 옷을 입고, 과도한 음주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해야 한다. 또한 스트레스 조절과 충분한 수면을 통해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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