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독자들의 후원금만으로 제작, 배포되고 있는 '부안이야기'가 2025년 여름호(통권 32호)를 발간했다. 2009년 창간호를 발간한 이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16년간 꾸준히 발행해 온 것이다.
이번 호에는 '부안의 음식과 맟'이야기가 특집으로 꾸며졌다. 산과 들과 바다가 모두 갖춰진 부안에서는 산물도 많아 예로부터 다양한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이종근 새전북신문 부국장은 옛 문헌과 자료로 보는 부안의 음식이야기를 풀어냈는데, 고래 때문에 파직당한 부안현감의 이야기와 허균의 '도문대작' 속에 나오는 부안의 음식이야기며, 양곡 소세양과 반계 유형원의 글에 남아 있는 감칠맛 넘쳐나는 이야기도 독자의 흥미를 돋운다.
또한 신석정 시인이 그토록 좋아했다던 어란이 들어간 계란찜과 가을 과일 세 가지를 주제로 쓴 '추과삼제', 타지 사람들은 이름조차 생소할 '양하'의 소환도 읽는 맛이 쏠쏠하다.
이어지는 특집에서는 김형미 시인이 '풀치와 똘짱게'의 개미지고 찬찬한 맛을 찾아 밟아간 여정이 담겼다.
김형미 시인은 부안에서 나고 자라며 유년기에 혀에 각인시켜왔던 '부안의 맛'을 독자들에게 자랑하듯 은근하게 풀어낸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부안에서도 '쫄짱게'와 '똘짱게'를 두고 서로 같으니, 다르니하며 식재료 감식안과 맛 품평을 겨룬다는 것이다.
김채옥 한양대 명예교수는 자신이 나고 자란 부안읍 행산마을에 대한 기억과 행산마을이 품어낸 인물들을 조명하는 글을 실었다.
부안김씨 일가들이 모여사는 집성촌인 행산마을은 전통시대 이래 두터운 우애와 동고동락의 공동체 정신이 아직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보기 드문 마을이다.
그 안에서 있었던 근현대를 겪어온 가슴아픈 이별과 새로운 기회를 찾아나서는 동네 사람들의 도전, 고군 분투가 가슴 아리면서도 뿌듯하게 읽힌다.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의 '부안에서 학문과 서예를 익힌 아버지, 강암'이라는 기고문은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서예가 강암 송성용 선생의 젊은시절 부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대 시절 서예를 연마하기 위해 부안에서 만난 스승과 동문들의 이야기, 그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강암이 얼마나 서예에 매진했는지를 볼 수 있다.
원로 언론인인 김진배 전 국회의원은 부안 등용성당에서 비롯된 80년대 중반의 '소몰이 투쟁'의 긴박했던 역사를 소환하고, 정경훈 원광대학교 교수는 대한제국 말기와 일제 강점기, 부안의 섬을 택해 은거했던 간재 전우 선생의 정신을 추앙한다.
교육자이자 지역역사가로 폭 넓은 활동을 하고 있는 정재철 부안이야기 이사는 이번에 '변산의병'에 대한 혁혁했지만 숨겨진 이야기와 오늘날에도 후손을 찾지 못해 전달하지 못하고 묻혀있는 독립유공자 훈장의 실태를 꼬집는다.
지역의 현실을 조망하는 글들도 눈길을 끈다.
부안 계화중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김명희 교사는 위기의 부안교육에 대한 실태와 당장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묻는 권두언을 실었고, 조각가 고 김오성 선생의 아들인 김정우씨는 봄의 금구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화려한 꽃잔치와 방문객들의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전달한다.
개암사 언저리에 카페를 열고 고향으로 돌아와 바쁜 삶을 살고 있는 홍지민씨, 위도에서 교사로 6년을 근무하면서 쌓아온 에피소드를 한 편의 동화처럼 엮어낸 성지현 교사(전북도교육청 중등교육과)의 글도 눈길을 오래 붙잡는다.
부안의 서해에 위치한 거륜도와 왕등도의 분교장을 찾아가 지금은 사라진 학생들의 기억을 소환하는 김강주 부안초등학교 교장의 글과 작당에서 석포에 이르는 부안 포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담긴 허철희 부안생태문화활력소 대표의 글도 놓칠 수 없는 '부안이야기' 속의 매력이다.
한편 부안이야기의 구독과 후원신청은 (사)부안이야기(063-584-1875)를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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