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리튬베터리 제조공장 ‘아리셀 화재’에 이어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한 이후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어린 학생들이 장시간 생활하는 학교 내 전기차 충전시설의 의무 설치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관련 움직임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 받고 있다.
전석훈(민·성남3) 경기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은 27일 열린 ‘경기도의회 제384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내 전기차 충전 시설 의무 설치 정책을 언급했다.
앞서 전 부위원장은 학생 안전을 위해 경기도내 유치원과 학교를 전기차 충전시설 및 전용주차구역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기도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보급 및 이용 활성화를 위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상임위원회 심의에서 보류됐기 때문이다.
해당 개정안은 전기차의 보급 확대로 충전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공간의 특성상 교육시설에서의 화재 시 심각한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기반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미래과학협력위는 해당 개정안이 상위법인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위배될 수 있다며 심의를 보류했다.
지난 2022년 1월 개정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은 교육연구시설에도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했고, 이에 따라 같은 해 7월 ‘경기도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보급 및 이용 활성화 조례’가 개정되면서 도내 모든 교육시설에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가 의무화 됐다.

이날 전 부위원장은 "교육공간에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안전"이라며 "단 1%의 위험요소라도 학생들의 교육공간에 설치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미래사회를 위해 전기차 충전시설을 확대하는 것은 중요한 사안이지만,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들의 안전보다 중요하지는 않다"며 "특히 현재 도내 125개 학교에 350여 개의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됐음에도 불구, 실제 사용률은 50.4%에 불과한 등 정책의 실효성도 부족한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도의회는 앞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월 ‘의무설치 대상시설은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제18조의5에 따른 용도별 건축물 중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시·도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시·도 조례 개정을 통해 법령 개정 없이 초·중·고등학교를 의무설치 대상시설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답변한 내용과 미래과학협력위의 조례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보류한 사유가 배치되는 점에 대해 전날(26일) 의장 명의로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태다.

한편, 경기도교육청도 해당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학교 내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될 경우 충전을 위해 외부 차량의 학교 출입이 증가하면서 교통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충전 중인 차량 운전자나 동승자가 학교 내를 배회할 가능성 등 학생 안전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설비 조성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점도 반대의 이유로 꼽혔다.
임태희 교육감도 지난해 6월 도교육청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문제는 학교 안전관리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학교 공간 내 전기차 충전소 설치는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임 교육감은 같은 해 8월에도 파주 문산동초등학교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을 점검한 뒤 "전기차와 충전시설에 대한 확실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 안전과 직결된 학교 안까지 의무 설치하게 하는 건 맞지 않는다"며 "학생 안전에 대한 조금의 우려도 없어질 때까지 학교 내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중단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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