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방치돼 죽었는데 어떻게 처벌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까?"
전남 장성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다 온열질환으로 숨진 고 양준혁씨의 유족과 노동단체 등이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의 해당 업체 관계자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광주전남 노동안전보건지킴이'와 금속노조, 노동단체, 민주노동당 등이 1일 광주 북구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청년 노동자가 입사한 지 이틀 만에 폭염 속에 방치돼 사망했는데, 노동청의 무혐의 결정으로 또다시 방치됐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영민 노무사는 "유가족이 회사로부터 들었던 처참한 이야기를 노동청에서도 듣게 만들었다"며 "열사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고인을 정신 착란 상태로 몰아가며 명예를 훼손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폭염과 방치가 이 사건의 핵심인데도 노동청은 방치한 자들에게 의무를 다했다고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다.
정준현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장은 "작년 이 사건 당시 포스코 노동현장에서도 온열질환으로 노동자 4명이 쓰러졌다"며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김의현 민주노총 광주본부장은 "광주지방노동청이 기업청으로 이름을 바꿔야 할 정도로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며 "교육청과 삼성에어컨, 시공업체 간의 의심스러운 관계에 대해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강은미 민주노동당 광주시당위원장은 "노동청의 무혐의 처분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노동청장은 유족에게 즉각 사과하고 철저히 재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관계자는 "10개월이 지난 18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폭염 속에 방치되어 사망한 청년노동자의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며 "노동청은 회사가 충분히 물, 그늘, 휴식을 보장했고, 고인이 정신 착란 상태에서 동료를 폭행하고 혼자 무단이탈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어머니께 3차례 연락하였으므로 충분히 사후 구호조치 의무를 한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폭염 속 노동자 사망을 막는 양준혁법이 제정되고 매일 폭염경보 예보 알림을 보내고 있지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 없이 폭염 속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할 수 없다"며 "제대로 된 수사 없이 회사에 면죄부를 준 노동청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양씨의 어머니 신우정씨(51)는 이날 기자회견 내용을 듣는 내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차마 말을 잊지 못해 공개 발언조차 하지 못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광주지방노동청에 대한 항의방문을 통해 무혐의 처분에 대한 구체적 이유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폭염 산재사고에 대한 정부의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최근 양씨의 업체와 업체 관계자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으로 광주지검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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