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광주 북구 비엔날레 전시관 거시기홀에서 열린 호남고속도로 광주 구간 확장공사 관련 타운홀 미팅은 시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 수차례 지연된 공사에 대한 분노 그리고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는 시민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교차한 자리였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솔직한 심정으로는 정부와 힘겨루기해서 국비를 확보하고 정 안되면 용봉IC만 일단 뚫고 다른 곳은 어떻게든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오늘 토론회를 통해 확장공사를 당장 추진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삭감된 367억 추경 예산과 광주시 예산 400억 원을 확보해 착공을 시작하고 국비 분담 확대를 위해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강 시장의 모두발언으로 시작됐다. 그는 "국회의 추경 심의가 이번 주 내로 마무리될 예정이기 때문에 오늘 토론회를 통해 시의 입장을 정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총 사업비는 당초 8000억 원에서 1조 원 이상으로 증액될 수 있으며 광주시 분담금만 최대 5,0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 특히 전체 사업비의 절반 가까이는 방음벽 및 방음터널 설치에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강 시장은 또 "현재 광주는 정부의 민생쿠폰 정책 시행에 따라 1000억 원의 자체 예산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호남고속도로 공사에는 지방채 발행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재정 확보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앞서 광주시는 막대한 예산 부담과 산책로 훼손 우려, 교통 혼잡 완화 효과에 대한 회의론 등을 이유로 '전액 국비' 지원을 요구해 왔다. 광주시 예산 67억원을 집행하지 않아 올해 정부 추경안에서는 국비 367억 원이 전액 삭감됐다. 이에 대해 강 시장은 "이는 광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었다"며 "도로공사와의 협의를 통해 장기 무이자 분할 납부 등 부담 경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공지했음에도 간담회에는 150여 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석해 거시기홀을 가득 메웠다.
북구의 한 주민은 "2023년 말 북구청 대강당에서 국토부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2024년 3월 착공'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선거 앞두고 나온 사탕발림이 아니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용봉동 주민은 "용봉IC 진입로가 빠져 있어 불만이 컸다"며 "직접 시간도 재봤는데 지금처럼 돌아가면 담양까지 40분이 걸리지만 진입로가 생기면 2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시장은 "용봉IC 진입로는 확장사업에 포함돼 있다"고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오치동 주민 A씨는 마이크를 잡고 정치인들을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남해안고속도로 순천섬진강 구간이 4차선 되는 데 40년이 걸렸다. 광주 진입 도로 확장에도 2030년이 허비됐다"며 "광주·전남 정치인들이 그동안 목에 힘만 주고 지역을 위해 뭘 했냐"고 성토했다. 이어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자세로, 이제는 단결력과 추진력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은지 광주시의원도 "광주는 전국에서 투표율 1위로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한 도시다. 주민·의회·행정이 합심해 반드시 공사를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호남고속도로 동광주IC∼산월IC 구간은 매년 교통량이 증가해 일 평균통행량이 14만3400대로 적정량 5만1300대의 2.8배에 달해 추진됐다. 호남고속도로 광주 구간 확장사업은 동광주IC에서 광산IC까지 11.2km 구간을 기존 4차로에서 6~8차로로 확장하는 것으로, 2029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한다. 시와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015년 총사업비를 국가와 시가 각각 50% 분담하는 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이후 물가 상승과 방음시설 확대 등으로 사업비는 2800억 원에서 최대 1조 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날 미팅에서 발언에 나선 시민 19명 중 16명이 공사 조속 추진에 찬성 의견을 냈다. 이에 강 시장은 "시민들의 뜻이 모였으니 행정이 응답할 차례"라며 "공사는 3개 공구를 동시에 시작하며, 5~7년의 공사 기간 동안 교통 불편이 불가피할 수 있다. 시민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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