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장기간의 대치 끝에 약 31조8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은 본회의에 앞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추경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지만, 이후 '검찰 특활비' 증액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 이견으로 본회의가 장기간 지연되기도 했다.
국회는 4일 밤 본회의에서 31조7914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재석 182석에 찬성 168명, 반대 3명, 기권 11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5시께 추경안을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지만, 이후 당내 이견으로 의원총회를 통해 추경안을 세부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추경안 최종 통과는 이날 밤 11시경에야 이루어졌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개최엔 동의하되 추경 내용에 반대하는 의미로 표결에 불참하겠다'는 기조로 당초 본회의 개의 시간인 5시 30분께 본회의장에 입장했지만, 민주당이 '추경안에 추가로 수정할 부분이 있다'는 취지로 본회의 연기를 거듭 요청하자 결국 6시 18분께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우원식 국회의장 측이 본회의를 최초 오후 2시부터 4시로, 다시 5시 30분으로 계속해서 미뤄왔다는 점을 들어 "민생의 중요성을 위해서 추경 처리 시급하다는 제언에 대해 동의하고 이 시간까지 있었다"며 "(지금까지의 행태는) 폭거라고 생각하고 오늘 본회의 개최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의장께 말했다"고 했다.
다만 우 의장은 오후 8시 40분경 본회의가 속개된 이후에도 한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의 참여를 기다리겠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에도 표결을 미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끝내 나타나지 않자, 우 의장은 밤 10시 55분께 표결을 진행했다.
우 의장은 "오늘 본회의 개의는 원래 14시였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예결위 전체회의가 늦어지며 본회의가 5시 30분으로 연기됐다"며 "(그러나) 예결위 전체회의가 5시경 추경안을 의결한 이후에도 민주당 의총이 19시가 넘어서 의총을 종료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정당들은 일방적으로 기다려야 했다. 이는 정당 간 상호협의와 배려를 통해 의사일정을 정해온 국회 운영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 의장은 "의장은 일방적인 의사일정이 진행된 것에 대해 다른 정당들의 깊은 우려와 불쾌함을 충분히 이해한다.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친정인 민주당에 대해 "의사일정을 정리하는 국회의장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본회의 표결을 늦춘 민주당 내 쟁점은 '검찰 특활비 증액'으로 확인됐다. 앞선 예결특위에선 여야 간 쟁점이었던 대통령비서실·법무부·감사원·경찰청 등 4개 기관의 특수활동비 증액 또한 이뤄져 총 105억 원이 반영됐는데, 이중 검찰의 특활비를 증액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돌출한 것.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당 의총 도중 본인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검찰 특활비'를 이번 추경에 편성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했다.
결국 민주당은 '법무부는 검찰 특활비를 검찰개혁 입법 완료 후 집행한다'는 부대의견을 붙인 수정안을 마련, 이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국회를 통과한 추경안은 정부안 30.5조 원에서 국회 심사 과정을 거치며 1조3000억 원가량이 순증(증액 2.4조 원, 감액 1.1조 원)된 것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 예산 12조1709억 원 등이 포함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증액에 강하게 반발하며 이날 새벽부터 오후까지 민주당과 대치해왔다. 민주당은 지난해 예산 심사에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검찰 등 특활비를 삭감했는데,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다시 증액하자 국민의힘은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소비쿠폰 등 쟁점사안에 대해) 당 전체적으로 포퓰리즘 정책에 해당되지만, 그 부분이 민생에 필요한 부분이라면 어느 정도 합의의 가닥을 잡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그런데 막상 협의해보니 특활비 부분에 대해선 전혀 얘기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들은 특활비를 감액하거나, 증액 시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송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특활비를 감액했을 당시인 작년 12월 29일엔 '특활비 없다고 국정 마비된다느니 그런 건 황당하고 말 안된다'고 했지 않느냐"며 "정권이 바뀌고 나니까 다시 '특활비가 꼭 필요하다, 안보상 목적' 어쩌고 하는데, 180도 달라진 이중잣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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