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선한 제도의 배신- 지역주택조합 왜 실패하는가
2. 화려함에 가린 함정- 조합원 모집과 홍보관의 실체
3. 바지 조합장과 60억 수수료- 유착의 고리
4. 피해자 120만 명의 절규- 개선 방안 없나
지역주택조합이 실패하는 또 하나의 원인은 '업무대행사'와 '조합장'의 유착 구조다.
조합 설립 초기부터 업무대행사가 자금을 투자하고 실질적 권한을 장악한 채, 조합장은 형식적인 '바지'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다반사다. 서류상으로는 조합원이 선출한 대표지만, 실제로는 업무대행사가 지명한 인물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업무대행사는 일정 자격(부동산중개법인 또는 자본금 5억 이상)만 갖추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들은 초기 자금을 대출 또는 사채를 통해 조달해 화려한 홍보관을 세우고, 조합원을 모집하는 데에 집중한다.
조합원 모집 세대당 수수료는 평균 6000만 원(업무대행비 약 4000만 원+모집대행비 약 2000만 원)에 달한다. 100세대만 모집해도 60억 원의 수익이 발생하므로, 사업의 본질 보다는 ‘모집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 아래에서 업무대행사는 단기간 수익을 확보한 뒤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먹튀’에 가까운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문제는 사업이 무산되어도 업무대행사는 법적으로 거의 책임을 지지 않으며,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조합원 모집 이후 공사가 중단되거나 착공조차 못한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확인된다.
조합장은 이같은 구조 속에서 실질적 권한이 거의 없다. 업무대행사가 모든 계약과 자금 집행을 주도하며, 조합장은 인감도장을 넘겨주는 수준에 불과하다.
일부는 월급을 받는 대가로 침묵을 유지하거나, 사실상 업무대행사 소속처럼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지역에 따라선 조합장이 조합원들에게 '꼭두각시'라고 불리는 실정이다.
조합원 C씨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조합장에게 따졌지만, 정작 중요한 결정은 다 대행사에서 했다고 하더군요. 조합장이 사무실에 얼굴도 거의 안 비췄습니다.”
건설사와의 관계 역시 유착을 강화하는 고리다. 업무대행사는 유명 건설사와 의향서를 체결한 뒤, 그 브랜드를 홍보에 활용한다. 그러나 시공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실제 계약 시점엔 다른 건설사로 바뀌는 경우도 많다. 조합원들이 브랜드를 믿고 가입한 뒤, 본 계약 시점에 배신당하는 구조다.
지자체는 이러한 유착 구조에 사실상 무기력하다. 주택법상 조합 운영과 관련된 감독 권한은 있으나, 실제로는 내부 운영을 감시하거나 계약 내용을 조사할 권한은 없다. 민원이 접수되어도 '조합 내부 문제'로 치부해 방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합의 설계와 운영, 인사, 자금 흐름까지 대부분을 업무대행사가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조합원 보호는 공허한 구호에 가깝다. 내부 견제장치가 사라진 조합은 결국 몇몇 사람의 손에 좌우되며, 피해자는 늘어만 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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