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과 관련해 환자에게 비만병이나 비만병환자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은 단순한 체중 문제가 아니라 신체 건강은 물론, 정서적‧심리적 건강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특히 사회적 편견과 낙인으로 인해 비만 환자들의 심리적 고통은 의료현장에서 자주 간과되곤 한다.
최근 건양대학교병원 강지현 교수 연구팀은 “비만”이라는 단어 하나가 환자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실증적으로 밝힌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강지현 교수(건양대병원, 교신저자)와 김경곤 교수(가천대 길병원, 제1저자)는 비만대사연구학회(SOMS) 소속 연구팀과 함께 전국 10개 병원의 BMI 지수 30(㎏/m²) 이상 성인 여성 321명과 ‘하이닥’에 소속된 의사 171명을 대상으로 비만 관련 용어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비만’을 표현하는 9개의 질병 용어와 ‘비만인’을 지칭하는 14개의 환자 관련 용어에 대해 5점 척도로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비만병’, ‘비만병환자’라는 표현은 비만 여성과 의료진 모두에게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 ‘건강체중초과’, ‘체질량지수가 높은 사람’ 등 중립적이고 비난의 뉘앙스가 적은 용어는 낙인감을 줄이는 긍정적 표현으로 꼽혔다.
강지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의료진이 무심코 사용하는 비만 관련 용어가 환자에게 불필요한 낙인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한 첫 사례”라며 “표현 하나만 달라져도 환자의 정서적 부담을 줄이고 치료 의지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비만 여성과 의료진 간 인식 차이다. ‘비난과 차별을 줄여주는 표현’이라고 평가한 응답은 비만 여성이 69.5%에 달했지만 의료진은 12.3%에 그쳤다.
반면 의료진은 ‘의학적‧전문적인 용어’의 중요성을 더 크게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 비율은 48%에 달했다.
긍정적으로 평가된 용어들은 ‘무난한 건강 관련 표현’, ‘변화 가능성을 담은 표현’, ‘부정적인 느낌을 줄이는 단어’라는 공통된 이유로 선택됐다.
반면 ‘비만병’이라는 표현에 대해선 “병으로 낙인찍히는 느낌이 싫다”는 반응이 다수를 차지했다.
강 교수는 “이 연구는 한국인 성인을 대상으로 비만 관련 용어 인식을 본격적으로 조사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비만 치료와 상담 현장에서 환자 친화적이고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통 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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