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가운데,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른 방위비분담금 증액 액수가 바뀔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듣지 못했다"면서도 "국방비 전체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흐름에 따라 조금 늘려가는 쪽으로 협의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2박 3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위 실장은 9일 저녁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SMA는 논의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방위비(국방비) 전체를 어떻게 하느냐는 주제는 (미측과 대화가) 있었다"며 "우리 기여가 많이 있고 그 기여는 또 늘어날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 간 관세-안보 패키지 협상 테이블에 한미 SMA에 의한 방위비분담금은 구체적 의제로 오르지 않았지만, 무기구매 예산 등을 포함한 한국의 전체 국방비에 대해서는 논의가 있었고 이를 늘릴 방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 실장은 SMA에 대한 논의는 "따로 없었다"고 여러 차례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SMA까지 포함된 국방비에 대한 논의는 NATO에 대해서도 있고 인도-태평양 지역 나라에 대해서도 유사하게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SMA 자체에 대한 것은 따로 논의는 없었다"고 확인했다.
위 실장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거론하며 "한국이 군사비로 매우 적은 금액을 지불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사실관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SMA부분은 사실관계부터 정확히 하고 논의를 진행해야 된다"며 "우리가 다 아시다시피 1조5000억 원대를 내고 있고 그 외에도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건 또 따로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주장에 대해서도 "외교적으로 대응해야 될 사안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그런 관행이 많이 있고, 우리가 유사한 사례를 수도 없이 접했다. 다른 나라들도 다 외교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는 않은 걸로 알고, 제가 이렇게 '사실관계는 이렇다'고 밝히는 차원에서 대처하는 게 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위 실장은 '관세·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규모나 전시작전권 등 문제까지 포괄적 협상의 카드로 상정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안보 협의 속에는 국방비를 포함해 지금 말씀하신 여러가지 것들이 논의 대상 중 하나"라고 부인하지 않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그 논의는 조금 더 길게 끌고 갈 가능성이 많다"며 "통상 이슈보다도 (안보 이슈가) 더 오래갈 수 있다"고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위 실장은 재차 '국방비와 맞물려 전작권 환수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도 "그 문제는 계속되는 현안이다. 꼭 최근에 제기된 현안이라기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장기적 현안이고, 역대 정부가 쭉 추진을 해왔던 것이고 지금 정부 (대선)공약 속에도 들어있다. 추진을 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그 문제가 안보 협의 (과정) 속에서 올라올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거기까지 돼 있지는 않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 실장은 이번 방미 결과에 대해 "가장 큰 성과는 한미 양측이 조속한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라면서 다만 구체적 회담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일자까지는 가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그럼으로써 제반 현안에서 상호호혜적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촉진해 보자고 했다"며 "'가급적 조속히 하자'는 데에 공감대는 있지만 '8월 1일 이전이다', '이후다' 이렇게 단정하고 있지는 않고 진행되는 것에 따라서 조정하려 한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관세협상 마감 시한인 오는 8월 1일 전까지 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는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정상회담이 모든 협상의 전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협상이 여러 갈래로 있지 않나. 관세에 관한 협의도 있고 또 안보에 관한 협의도 있고…. 그것들이 정상회담에서 모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또 정상회담이 있느냐 없느냐가 모든 것의 관건은 아니다"라며 "협상은 협상대로 진행하고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저희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여러 채널의 협의를 잘 마무리지어서 정상회담으로 가져가는 것이지만 진행 상황에 따라서 또 다른 변수를 생각할 수도 있다"고 해 주목을 끌었다.
위 실장은 한국이 미국 측에 통상·투자·안보를 망라하는 '패키지 딜'을 제안했으며 이에 대해 미국 측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그동안 제기한 사안들은 통상이나 투자 구매, 안보 등 전반에 걸쳐 망라돼 있기 때문에 이런 패키지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협의를 진전시키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공감을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공개한 관세협상 서한으로 관세 유예 시한이 8월 1일로 재조정된 점을 언급하며 "8월 1일 전까지 합의 기한이 있는 만큼 그 기간에 합의를 이루기 위한 소통을 한미가 긴밀히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미국과의 전반적인 통상협상 진행 경과에 대해서는 "통상 협상은 그동안 꽤 진행이 돼왔고, 의제는 대충 다 식별이 돼있다. 의제별로 서로의 입장 조정이 진행 중인 것"이라며 "그리고 여러 가능성에 다 대비를 하고 있다"고 개략적인 설명만 했다.
트럼프 대통령 서한과 관련, 미 측이 한국에 농산물 수입 개방 확대를 원하는 것이 배경이 아니냐는 질문에 위 실장은 "그 서한은 시종 관세-비관세 장벽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중에는 농산물이 물론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것(농산물)은 한 영역이고, 그 외에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다양한 영역이 있다. 통상 전반에 관한 것도 있고 투자에 관한 것도 있고 우리가 에너지를 포함한 미국 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있고 안보, 국방 협력도 있다. 그것들을 포괄적으로 보면 우리가 다르게 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방향으로 얘기를 하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방미 계기에 북미 대화 관련 대화가 오갔는지 묻자, 위 실장은 "이번에는 사실 북미관계는 많이 다루지 못했다. 한반도 안보 전반을 가볍게 다룬 정도이고, 북미관계까지는 상세히 들어가지 못했다. 다른 이슈가 워낙 많았다"고 했다.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과 역내 이슈에 대한 의견 교환을 했을 때 중국 전승절 행사 등 대중정책 관련 대화가 있었는지 묻자 위 실장은"북한·중국·일본·러시아 얘기도 나왔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얘기들이 나왔는데 제가 다 소개를 하기는 어렵다"고만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