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전주 행정통합을 둘러싼 논의가 갈등의 늪에 빠진 가운데,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자신의 거주지를 완주로 옮기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통합 반대 여론이 뿌리 깊은 완주에서 군민과 직접 마주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통합의 또 다른 축인 우범기 전주시장은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균형 잃은 설득’이라는 지적이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잇따르고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오는 20일 완주군 봉동읍 삼봉지구의 아파트로 전입할 예정이다. 주민등록도 군산에서 완주로 옮긴다. 해당 아파트는 6개월 월세 계약으로 알려졌으며, 김 지사는 이곳에서 출퇴근하며 저녁 시간과 주말을 활용해 주민 간담회, 거리 소통, 티타임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북도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의 ‘완주행’은 최근 수차례 무산된 ‘도민과의 대화’ 시도 이후 내린 결정이다. 지난해 7월과 올해 3월, 6월 세 차례에 걸쳐 완주를 찾았지만, 통합 반대 단체와 군의회의 저지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지난달 25일 완주군청 방문 당시에는 경찰 병력까지 투입되며 소통 자체가 봉쇄된 상황이었다.
도는 “조용히 지켜보는 군민들의 목소리도 있다”며 “단절된 대화 채널을 복원하고, 진정성 있게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김 지사의 행보를 ‘정치적 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적어도 통합 논의의 책임자로서 행동에 나섰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주시의 책임 있는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그동안 통합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주민과 직접 마주하려는 구체적인 시도나 실천적 행보는 드러나지 않았다. 우 시장 측은 “현재 반대 단체와의 만남을 조율 중이며, 유희태 완주군수와의 TV토론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이나 실질적 접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통합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전주시가 이처럼 조심스러운 태도만 보이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라 보기 어렵다”며 “김 지사가 비판을 감수하고 현장에 나선 상황이라면, 전주시장도 그에 상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입으로만 통합을 말하고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군민들이 그 진정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행정통합은 전주시에 더 많은 재정 권한과 광역 기능을 가져다줄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점에서 김 지사의 ‘완주행’이 상징성에 그친다는 비판 속에서도 일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전주시장의 소극적 태도는 통합 논의의 공동 책임 주체로서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완주군민들 역시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한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치적 수사는 충분히 들었다”며 “이제는 행정 주체들이 군민 앞에 직접 나서서 설명하고, 비판을 감수하며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8~9월로 예상되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김 지사의 완주행이 통합 논의에 어떤 실질적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통합 논의의 주요 당사자인 전주시 역시 향후 절차에서 일정한 역할과 책임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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