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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당 '힘자랑' 방관한 '협치 대통령'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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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당 '힘자랑' 방관한 '협치 대통령'은 없다

[최창렬 칼럼] '리스크' 천지 청문회 정국, 야당 존중 시험대

새 정부 출범 후 이재명 대통령의 통합과 협치에 대한 의지는 곳곳에서 읽힌다. 지난 정권에서 양극화된 진영정치의 한 축이었던 대통령 자신이 통합과 소통의 필요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취임 첫날과 18일 만의 여야 지도부 오찬, 추경 시정 연설에서 보여준 야당을 대하는 태도, 내각 인선 등에서 그러한 모습이 배어난다. 지지율도 60%를 상회하면서 순조로운 출발이다. 그런데 역대 정권들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50%대를 제외하면 임기 초에 비슷하거나 더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이재명 정부 때 가장 변해야 할 부분은 정치가 운영되는 얼개다. '통합', '협치'의 문제와 직결된다. 그러나 출발부터 조짐이 좋지 않다. 상법 개정안 통과가 유일한 여야 합의의 성과다. 야당은 김민석 국무총리 인준에 불참했고, 추경안 통과도 보이콧 했다. 야당의 판에 박힌 이러한 행태는 신물이 난다. 지금의 여당도 야당일 때 그랬다. 지금의 야당은 여당일 때 지금의 여당을 비판했다. '쇼(show)통'이라도 좋으니 여당도 야당을 더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노력을 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여야는 화석처럼 굳어진 지금의 정치관행을 고칠 생각이 아예 없다. 여야 모두 한국정치를 변화시키고 정치인으로서 정치복원에 기여하겠다는 소명 자체가 없다면 지금의 모습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모두 국회의원 공천과 당선이 우선이니까 그럴 것이다. 총리 인준, 추경, 인사청문 등은 지도부나 당직자의 몫이고 익숙한 관행에 따라 흘러가는대로 두고 보는 게 정석일 것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당내에서 자신이 속한 정당에 대한 비판 의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자체가 기이한 일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당 혁신위를 둘러 싼 갈등은 당내 권력투쟁의 양상을 띠면서 국민의힘 내부의 문제이다. 이는 여야 마찰에 대한 해법 제시 차원과는 다르다.

이 대통령이 직면한 무수한 국내외적 난제들, 민생, 경제, 외교, 안보, 관세 등 전 분야에서 합격점을 받는다는 것은 역대 모든 대통령이 그랬듯이 거의 불가능의 영역에 가깝다. 그러나 결과 못지않게 과정에서 협치와 소통에 대한 노력이 국민에 각인되고, 진영을 떠나 모든 정치인이 인정할 정도라면 그 자체로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다. 바로 '협치'를 몸소 실천한 대통령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협치를 강조하지만 실제 여야 관계가 변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사안마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순 없다. 그래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여당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다. 이게 한국 대통령제의 숙명이다.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임이 가능한 현행 제도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는 그대로 가이드라인이 된다.

진부한 말이지만 정권이 바뀌어서 여야 관계가 달라지려면 여야가 모두 변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하나마나한 얘기다. 이미 지나갔지만 국무총리 인준이나 추경 등 첨예한 정쟁적 요소에 대한 여당의 태도 변화를 대통령이 주문한다면 여당이 바뀔 것이다. 여당이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이는데도 야당이 안 바뀐다면 그때는 다수결의 방식을 동원해도 아무도 여권을 비판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장관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남아있다. 야당은 작은 흠결도 낙마로 연결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여권이 이를 다 받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 역시 여야가 진정으로 막후에서 타협을 통하여 낙마시킬 대상을 정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다른 사안으로 딜을 하는 등의 '정치'가 복원되도록 해야 한다.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대통령으로서야 나서기 곤란한 일이지만, 야당을 존중하는 본보기를 시범적으로 몇 개라도 보일 필요가 있다.

부동산 리스크, 인사 리스크, 물가 리스크, 관세 리스크 등 리스크 천지다. 국정의 결정적 난제들을 여야가 해결해야 하겠지만 결국 책임과 공은 정권과 여당의 몫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든 딴죽을 걸려는 야당을 극복하려면 압도적 화력을 갖고 있는 여권이 전무후무한 관용과 포용을 발휘할 때다. 내란·김건희·순직해병 등의 3대 특검은 당연히 추상같은 진상규명과 이에 따른 적법한 처벌이 있을 뿐이기에 당연히 예외다.

많은 이들은 미국의 40대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을 '위대한 소통자(great communicator)'로 기억한다. 그는 취임 100일 동안 49회에 걸쳐 의원 467명을 만났다고 한다.(데이비드 거건 하버드대 교수, <CEO 대통령의 7가지 리더십>) 레이건이 위대한 소통자로 기억되는 이유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어느 대통령보다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의 정쟁적 요소를 방관한다면 이는 말의 성찬에 불과할 뿐이다. 이 대통령은 특결감찰관도 시행하겠다고 했다. 진보가 금기시하는 북한의 인권문제도 언급했다. 어느 진보 대통령보다 가능성이 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역사에 남으려면 국민들이 신물나는 '내로남불'의 정치를 타파하고, 진정한 소통자로 기억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권력은 헌법이 부여한 공권력이 아니라 설득력(power of persuasion)에서 나온다'(대통령학의 권위자 리처드 뉴 스타트의 <대통령의 권력>)는 말은 그래서 여운이 남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뒷모습)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김용태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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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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