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이 시청하는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구체적 성폭력을 묘사한 발언을 해 지탄을 받은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공중파 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시 일에 대해 "뭐가 되고 안 되고 (하는) 기준이라는 건 사실 아무도 정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후보는 16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우리 정치권에서 논의됐던 다른 아젠다들, 지지난 대선의 '돼지 발정제', 이번 대선의 '춘향이 어쩌는 얘기'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다"며 "(또한) 예전에 조두순 씨가 한 극악무도한 일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이 그게 무슨 일인지 알고 있지 않나. 왜냐하면 보도가 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두순의 성범죄 내용을 보도한 언론 보도 내용이나 이전 정치권에서 있었던 막말 논란에 비해 자신의 당시 발언이 특별히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 전 후보는 그러면서 "제가 그런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어떤 걸 소개하는 과정에 그런 말이 있었다"며 특히 자신에게 여론의 집중 비난이 쏟아진 배경에 대해 "아무래도 1당, 2당의 위치와 3당의 위치는 다르기 때문에 그런 데서 저희가 융단 폭격 맞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전 후보는 인터뷰 첫머리에서 라디오 진행자가 '대선 끝나고 뵙기가 어려웠는데 어떻게 지내셨나'라고 근황을 묻자 "아무래도 다음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어떤 작전을 구사할까 이것을 저희가 많이 고민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자숙'이나 '반성'을 시사하는 말은 전혀 없었다.
이 전 후보는 또 여성단체에서 자신의 TV토론 발언과 관련해 국회의원직 제명을 요구하는 국민동의 청원을 올린 것에 60만 명 넘는 유권자가 동의한 데 대해서도 "언어 성폭력이라고 얘기한다면 그것을 전화 통화를 통해서 상대 가족에게 해 가지고 문제 되신 분도 있다", "여성단체가 이번에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지적하는 바를 보지 못했다"고 갑자기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을 들고 나왔다.
피장파장의 오류인 것은 물론, 이 전 후보 주장과는 달리 여성단체들은 강 장관 후보자에 대한 비판 성명을 대대적으로 내고 있다. (☞관련 기사 : 여성단체, 일제히 강선우 사퇴 촉구…"공적 업무와 갑질 구분 못해")
이 전 후보는 또 "저한테 언어 성폭력이라고 할 것 같으면 앞으로 그런 극악무도한 범죄를 보도한 언론에도 똑같은 지적을 할 것인지 약간 궁금하고 내로남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기도 했다. 자신의 발언과 흉악범죄에 대한 언론 보도를 동일선상에 놓은 셈이다.
이 전 후보는 "그거 하면 안된다고 지적당한 건 글쎄, 지금 수많은 범죄 보도도 있었고 정치 토론회장에서도 그런 얘기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세운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여전히 수긍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반여성주의 성별 갈라치기를 득표에 활용하는 정치인'이라는 비판에 대해 그는 "제가 2030 남성을 위해서 정책을 내놓은 것이, 예를 들어서 남성우월적인 정책이나 여성에게 차별적인 정책을 내놓은 것이 단 하나라도 있으면 예시를 들어보라. 그런 게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 전 후보는 과거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당연히 보정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일각의 문제제기는 너무 비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보면서 전혀 공감이 안 됐다. 해당 책 작가는 자신이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의 기회 평등이 침해받는 이슈가 '있다면' 얼마든지 목소리를 낼 것이다. 다만 특정이 가능한 이슈여야 한다"며 "2030 여성들이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본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근거 없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된 점도 분명히 있다. 막연히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정도로는 안 된다"고 한국사회에 엄존하는 여성 차별을 '피해의식'으로 치부했다.
그는 또 방송 인터뷰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서도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 데 어떤 제도적 불평등과 차별이 있느냐"고 성차별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거나, 여성혐오·성착취 범죄 비판에 대해 "개별 범죄를 끌어들여서 특정 범죄의 주체가 남자니까 남성이 여성을 집단적으로 억압·혐오하거나 차별한다는 주장"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 전 후보는 2021년경부터 해온 이같은 주장에 대해 지금까지 철회하거나 사과한 바가 전혀 없다. 오히려 그는 2024년 2월 총선을 앞두고 직접 내놓은 입장문에서 "제 개인에 대해 되짚어보면, 이준석이 페미니즘의 안티테제로서 주목받게 된 것은 2018년 이수역 사건 당시 제 입장을 밝힌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스스로 '페미니즘의 안티테제', 즉 안티-페미니즘(反여성주의) 정치인임을 자임하기까지 했다.
이 전 후보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선우 장관 후보자 문제를 언급하며 "여가부 폐지는 아마 이재명 대통령께서 지금 당위를 만들어 주고 계신 게 아닌가. 장관 임명할 사람도 민주당에서도 없는 것이지 않느냐"라며 "이 대통령이 여성단체 운영하고 이런 사람들을 장관 앉히려고 보니 지난 대선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또 그런 정책 때문에 본인 지지율 왕창 빠질 걸 걱정하고, 무색무취한 다선 의원 정도 넣자 하니 이런 일이 터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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