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외교·안보를 잇는 국가전략의 중심…해외통합안보지원사령부
‘새로운 대한민국 8대 전략’은 우리 사회가 다음 시대를 향해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근본적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 전략 가운데 앞의 세 가지는 대한민국의 문화적 자산과 정체성을 세계 속에서 새롭게 정의하고자 하는 ‘문화 전략’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자산을 세계와 공유하는 국가민주문화유산, 산업화 시대의 실천정신을 미래 세대의 자산으로 승화시키는 산업문화유산, 그리고 한국을 위해 헌신한 외국인을 국격 있게 예우하는 외국인국립묘지 전략이 그것이다.
이와 달리 나머지 다섯 전략은 보다 직접적으로 ‘국익’과 ‘실용’을 중심에 둔 국가 제도 개편 전략이다. 외교, 경제, 안보, 정치 등 전 영역을 포괄하며, 이제 한국이 선진국형 실용 국가로 체질을 전환해야 할 시점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 가운데 네 번째 전략으로는 글로벌 식량안보를 위한 해외농업지원청 설립, 다섯 번째는 글로벌 경제 확장을 지원할 해외투자지원청 설립, 그리고 여섯 번째 전략은 국가 생존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국제 대응 체계, 즉 해외통합안보지원사령부 구축이다.
2024년의 대한민국은 더 이상 과거의 ‘원조받는 나라’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세계 6위 수출국이자 8위 교역국이며, 전 세계 70여 개국에 진출한 기업들과 750만 명이 넘는 재외국민, 누적 6000억 달러 규모의 해외직접투자를 보유한 글로벌 국가다. 우리의 국민, 자산, 기업, 브랜드는 더 이상 한반도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지 않다.
그러나 이들을 지킬 준비는 과연 되어 있는가? 분쟁 지역에서 교민이 고립되거나, 해외 기업이 테러나 납치 등의 위협에 처했을 때, 한국은 여전히 외교적 경로와 임시 대응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자위대의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고, 미국은 주요 동맹국에 상시 협력 거점을 확충하고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많아졌다면, 그에 걸맞은 국제 협력과 안보 대응 시스템도 새롭게 구성되어야 한다.
이제는 ‘일시적 위기 대응’이 아닌, ‘국가적 책무’로서 상시적이고 구조화된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바로 그 핵심이 해외통합안보지원사령부다. 이는 실용 국가로서 대한민국이 세계적 책임을 다하는 선진국 전략의 상징이며, 동시에 그 실천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 기반이다.
요청받는 군대에서, 선택하는 국가로
한국의 해외 파병 역사도 결코 짧지 않다. 삼국시대 고구려의 파병, 고려의 일본 정벌, 조선의 명나라·청나라 지원 등 한국은 과거부터 국제 질서에 참여해 왔다. 현대에 들어서는 베트남, 동티모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등 14개국에 36만 명이 넘는 병력을 파병해왔다. 그러나 오랫동안 한국 사회는 이런 해외 파병을 자발적 판단보다는, 외부 요청에 따른 수동적 조치로 인식해왔다.
2009년 청해부대의 소말리아 해역 파병은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이는 유엔이나 미국의 요청이 아닌, 자국 선박과 선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첫 독자적 국제 대응 결정이었다. 이때부터 한국은 '요청받는 나라'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나라'로의 전환을 시작했다. 이제는 그 구조를 제도화할 때다.
방위산업은 평화를 위한 산업이다
2023년, 한국은 135억 달러의 방산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폴란드와의 전차·자주포·전투기 수출은 단순 생산국을 넘어 정교한 무기체계의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2025년에는 240억 달러 수출 목표가 설정되었고, 한국은 글로벌 4위권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 방산시장은 약 1조 9천억 달러 규모이며, 매년 3~4%의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시장 속에서 한국 방산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지만, 방위산업은 단순한 수출 산업이 아니다. 국가안보와 외교 전략, 그리고 국제사회 공헌의 핵심 인프라다.
방산은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실질적 수단이며, 강한 대응력은 무력 충돌을 예방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국가로 인정받는 기반이 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해외통합안보지원사령부는 방산 산업의 국제적 신뢰도 향상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구조적 플랫폼이다.
국제평화지원대의 한계와 새로운 구조의 필요성
현재 해외파병 구조는 국방부와 합참이 정책을 만들고, 육군 특수전사령부 산하 국제평화지원대가 실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이는 요청에 따라 구성되는 임시 대응 방식으로, 장기적 전략이나 상시 운영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 작전 지휘권 제약, 재외국민 보호의 시의성 부족 등 한계가 분명하다.
이제는 상시적이고 독립적인 국제 협력 대응 기구, 즉 해외통합안보지원사령부의 구축이 필요하다.
국제사례 속 포용적 한국모델
오늘날 세계는 ‘나만의 안보’를 넘어 ‘함께 지키는 안보’로 전환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자국 이익을 지키는 것을 넘어서, 인류 공동체의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안보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호주다. 호주는 군을 단순한 무력 행위의 수단이 아닌, 국제사회에 대한 공공 기여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남태평양 재난 대응, 동남아 감염병 지원,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 군사력이 아닌 공공적 책임 수행의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인간안보(Human Security)를 핵심 가치로 삼는 포용적 접근이다.
유럽의 독일, 프랑스, 영국 역시 상설 대응 체계나 협력 거점을 활용해 무기배치보다는 재난 대응, 교육 지원, 평화 정착 활동 등 민군 복합 임무를 통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군사력 중심의 제국주의적 파병 개념을 넘어, 인류 공동의 생존과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 실현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제 한국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자체 대응 모델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바로 그 모델이 해외통합안보지원사령부이며, 이 체계는 자국민과 자산의 보호는 물론 기후위기, 재난, 감염병 등 인류의 위협에 책임 있게 대응하는 포용적 안보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
한국형 포용안보전략의 실천거점: 해외통합안보지원사령부
해외통합안보지원사령부는 단지 작전 지휘를 위한 군사체계가 아니다. 한국이 가진 평화정신과 공동체적 가치에 기반하여, 국익과 인류 공익을 동시에 실현하는 포용형 안보 시스템이다. 그 중심에는 다음과 같은 4대 임무가 있다.
① 재외국민 보호 및 위기 대응
국제 분쟁, 내전, 테러, 감염병 등 위기 상황에서 재외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상시 대응능력을 갖춘다. 이는 국가의 기본 책무이자,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는 핵심 근거다.
② 유엔 및 다국적 협력 작전 참여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다국적 재난 구호 작전 등 국제 연대 기반의 다자 작전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며, 대한민국의 책임 있는 중견 국가 위상을 강화한다. 무력 개입보다 평화 실현과 협력 중심의 역할 수행이 우선된다.
③ 방산 수출 지원 및 경제 안보 대응
K-방산 수출국에 대해 장비 유지보수, 훈련 지원, 자산 보호, 물류 확보 등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경제외교와 안보 전략의 연계 체계를 마련한다. 이는 단순한 수출을 넘어선 현장형 경제 안보 전략이다.
④ 국제 인도주의 및 재난·기후 대응
기후 위기, 대형 재난, 감염병 확산 등 인류 공동의 생존 위협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재난구호, 방역 지원, 물자공급 등의 역량을 통합적으로 운용한다. 이것이야말로 한국만이 실현할 수 있는 비군사적·비제국주의적 ‘포용형 안보전략’의 핵심 축이며,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리더십을 확보하는 길이다.
결론적으로 한국형 해외통합안보지원사령부는 ‘우리만을 위한 힘’이 아닌, 인류 모두를 위한 공공역량이다. 한국은 이제 ‘선진국’이라는 외형을 넘어, 포용국가로서의 새로운 국가전략을 보여줄 차례다. 그 중심에 바로 이 새로운 실천 거점이 있다.

체계가 강한 국가가 신뢰를 만든다: 제도화와 법제화의 과제
한국형 포용 안보 전략이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과 법적 근거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해외 파병 관련 법령은 제한적이며, 해외통합안보지원사령부와 같은 새로운 조직의 운영을 포괄할 수 있는 법적·재정적 인프라가 미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제도 정비는 다음과 같은 네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해외통합안보지원사령부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하며, 둘째, 군 조직법을 개정하여 사령부의 위상과 지휘체계를 제도적으로 규정하고, 셋째, 전략적 파견과 유엔 중심 파견을 이원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함으로써 임무 성격별 체계적 분리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넷째, 연례적인 예산 편성과 함께 위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비상 작전 예산 운용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화 없이는 한국이 지향하는 책임 국가로서의 실질적 역할 수행도, 국제사회의 신뢰 형성도 어렵다. 구조 없는 의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법 없는 평화는 실현되지 않는다. 군사력이 국력으로, 국력이 국제적 신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체계적 제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요청받는 나라’에서 ‘선택하는 나라’로: 한국의 결단
대한민국은 더 이상 보호만 요청하는 수동적 국가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지킬 수 있는 힘을 갖춘 나라이며, 그 지켜야 할 사람과 자산, 책임과 가치는 세계 전역에 퍼져 있다. 그 힘을 구조화하고, 그 책임을 제도화할 다음 단계가 지금 요구된다.
해외통합안보지원사령부는 단지 새로운 군 조직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선진국형 포용 전략 국가로 전환하고 있음을 선언하는 상징이자 실행 체계다. 이제 우리는 세계를 향해 손을 내밀되, 그 손에 연대와 책임의 방패를 들어야 한다. 그 방패의 이름이 바로 해외통합안보지원사령부다. 대한민국은 이제 강한 나라여야 하고, 동시에 따뜻한 결단을 내릴 줄 아는 나라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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