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해촉 처분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정 전 위원장은 "윤석열 집단이 자행했던 여러 폭거의 실상을 되새기면서 방송이 제자리를 찾는 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며 승소 소감을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덕)는 17일 정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해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 대해 한 방심위 해촉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소송 비용은 피고가 모두 부담하라"고 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심위의 2018~2023년 방송통신발전기금 보조금 사업에 대한 회계검사를 실시한 결과 정 전 위원장을 포함한 수뇌부가 출퇴근 시간 등 업무 시간을 지키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정 전 위원장 등에 대한 해촉 재가를 상신했고, 윤 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지난 2023년 8월 17일 해촉을 재가했다.
정 전 위원장은 이같은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정 전 위원장이 신청한 집행정지에 대해선 지난 2023년 9월 본안 심리 없이 각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이번 해촉 통지는 피신청인(윤 대통령 측)이 공법상 계약에 따라 대등한 당사자의 지위에서 한 의사표시에 해당할 뿐 공권력의 행사로서 우월한 지위에서 행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본안 소송에선 정 전 위원장 등이 승소했다.
정 전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승소 소식을 알리며 "오늘 판결이 방심위 정상화의 한 계기가 되고, 아울러 2년 전 방송장악을 위해 윤석열 집단이 자행했던 여러 폭거의 실상을 되새기면서 방송이 제자리를 찾는 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파면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아무런 '구체적 이유'도 밝히지 않고, 단 한 번의 소명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위법하게 저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 자리에서 축출했다"며 "널리 알려진대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저를 쫓아낸 뒤 심어 놓은 류희림 위원장 체제의 방심위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검열기관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년 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면직(2023.5.30),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2023. 8.14), 정연주 방심위원장· 이광복 방심위 부위원장 해임(2023.8.17),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2023.8.21), 김의철 KBS 사장 해임(2023.9.12), 김기중 방문진 이사 해임(2023.9.18) 등 윤석열 권력은 방송장악을 위해 군사작전 펴듯 폭력적으로 진군했다"며 "지금 그(윤 전 대통령)는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구속되어, 특검 조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아 온 날을 되돌아보니, 역사는 굽이굽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조금씩 진화해 온 것 같다"며 "세 번의 '강제 해직'이 자유언론과 민주주의 발전에 아주 티끌만한 씨앗이라도 될 수 있었다면, 저는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정 전 위원장은 문재인 정권 시기였던 지난 2021년 7월 방심위 위원으로 위촉돼 위원장으로 호선됐다. 법률상 임기는 2024년 7월까지였다.
그는 앞서 1975년 박정희 정권 시기에는 동아일보, 이명박 정권 시기였던 2008년에는 한국방송공사(KBS)에서 해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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