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공간을 초월해 실시간으로 얼굴을 마주하고 심지어 악수까지 나눌 수 있는 차세대 원격 협업 기술을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ETRI가 선보인 ‘XR 환경 원격 실재감(Telepresence) 증강 기술’은 현실 공간과 가상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협업 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ETRI는 이 기술을 지난달 열린 'ETRI 컨퍼런스 2025'를 통해 처음 일반에 공개했다.
이 기술은 서로 다른 물리적 공간에 있는 두 사용자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환경 속에서 마치 같은 공간에 있는 듯 회의에 참여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구현됐다.
그 결과 단순한 영상 통화를 넘어서 ‘실감형 상호작용’이라는 새로운 협업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엑소스켈레톤 기반 능동형 가상 악수 기술, 실시간 디지털 휴먼 입체 실감화 기술 등 두 가지 요소다.
‘능동형 가상 악수’ 기술은 사용자가 햅틱 장갑을 착용한 채 원격 참가자와 손을 맞잡을 때 상대방의 악수 힘과 방향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해 ETRI는 외골격 기반의 액티브 타입 XR 햅틱 글러브를 자체 개발했으며 기존의 진동 위주 피드백에서 벗어나 실제 악수에 근접한 감각을 구현했다.
한편 ‘디지털 휴먼 실감화’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상대방의 표정, 입모양, 시선 등을 보다 입체적이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기술이다.
상대적으로 저화질의 영상 소스도 고해상도처럼 구현할 수 있어 실시간 원격 회의 중에도 사실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
이 기술은 헤드마운티드디스플레이(HMD)와 센서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손, 발, 시선, 표정, 목소리 등 다양한 비언어적 신호를 아바타에 자연스럽게 반영하며 여기에 AI 기반의 3D 배경 생성 기술 ‘3DGS(3D Gaussian Splatting)’가 적용돼 더욱 생생한 공간감을 제공한다.
ETRI의 시연 현장에서 관람객들은 아바타를 통해 원격 참가자와 실제로 눈을 맞추고 악수까지 나누는 몰입형 협업 경험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이는 기존의 화상회의 시스템이 제공하지 못했던 물리적·심리적 거리감을 줄이는 기술적 진보로 평가된다.
이번 기술은 ETRI 연구운영비 지원 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실감콘텐츠핵심기술개발사업을 통해 개발됐으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 ㈜네오펙트, 영국 사우샘프턴대학교 등과 공동연구로 추진됐다.
정성욱 ETRI 콘텐츠융합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은 원격 협업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전환점”이라며 “향후 교육, 산업,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이 실감할 수 있는 미래형 협업 솔루션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TRI는 앞으로도 XR, AI, 햅틱, 실감미디어 등 첨단기술을 융합해 원격 협업의 몰입감과 품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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