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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덕적이지만 비합리적이지 않은 북한, 미국과 협상에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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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덕적이지만 비합리적이지 않은 북한, 미국과 협상에 나올까?

[토론회] 북미회담, 올 여름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여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 높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국제정세 및 북한과 미국 내부 사정으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북한이 도덕적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비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북한이 합리적 이유에 기반해 미국과 협상 여부를 따져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21일 리영희재단과 평화네트워크, 한겨레평화연구소가 "북미 정상회담: 분석과 전망, 그리고 과제"를 주제로 공동으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이인엽 미국 테네시 테크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북한이) 예측불가능하고 충동적이라는 선입견이 있으나, 장기적으로 북한의 행태는 팃포탯(tit fortat)에 가까운 합리적 행위자에 가깝다는 분석"이 있다며 "비도덕적 일 수 있으나 비합리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북미관계, 남북관계에 진전이 없고, 외교적인 고립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진 상황에서, 북이 자신의 핵과 미사일 능력, 그리고 북러동맹에 방점을 두고 생존을 도모할 수 있다"며 "미 국방정보국은 '북한이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전략적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는데 이 경우 북이 북미대화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 6월 11일(현지시각)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익명의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 뉴욕 채널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북한의 외교관들이 수령을 거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교수는 한편으로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개인적인 관계가 형성돼 있고 트럼프 측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나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북한의 원산갈마 해안 관광지구를 언급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미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추진할 동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 정권 역시 북중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러시아와 관계만 '올인'할 경우 러시아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미국과 회담을 계속 거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 교수는 "북러 군사동맹은 고립과 방기의 위험을 감소시키나, 만일 러우 전쟁이 장기화되면 연루의 위협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 러시아는 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 셈인데, 중국은 이를 거부하고 있고, 그것이 북중 관계를 냉랭하게 만든다는 설"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만약 트럼프가 북을 핵국가로 인정한다면 중국도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데, 북미수교나 핵문제 타결까지는 어렵더라도, 단기적으로 북미 대화가 복원 되고, 북러동맹을 유지한 채 북중 관계도 개선된다면 김정은으로서는 상당한 외교적인 성과가 가능"하다는 점도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한 요인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불확실성이 높은 시점에서 한쪽에 모든 것을 베팅하기 보다는 신중한 헤징 전략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며 "북미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 정세가 완화되면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도 분명히 생겨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이 교수는 "매년 8월에 열리는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지프리덤가디언, Ulchi-Freedom Guardian)을 중단할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이 교수는 비핵화에 있어서 현실적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CVID'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조건으로 만족될 수 있는지, 그것을 위해 어떤 단계를 거치고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구체적으로 제시된 바가 없다"고 말해 CVID를 고집하면 이는 오히려 협상을 하지 말자는 뜻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 핵물리학자 지크프리드 해커박사는 북한 비핵화가 지금 당장 시작된다 해도 최소 10~15년을 예상했다. 북한의 핵과학자는 1만 5000명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북한이 ICBM 동결, 핵실험 중지와 풍계리 핵실험장 완전 폐쇄, 영변 핵시설 폐기 등 추가적인 핵무기 생산 중단 조치를 하고, 미국이 상응조치로 한미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중단이나 축소, 대북제재 완화와 북미관계 개선, 한반도 긴장 완화 방안, 더 나아가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등을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 2019년 2월 28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을 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기호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이란 식으로 접근 시 서태평양 지역의 주요 이해국가들이 모두 연루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외교적 접근을 중시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북미 간 접촉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한 교수는 "양안지역 급변사태시 NPT(핵확산금지조약) 미가입국인 북한의 전략적 행동은 미국에 변수가 될 수 있다"며 "경제안보시대에 미국은 일극질서를 주도할 예전의 힘도 의지도 없으며, 대부분의 외교적 사무를 비용으로 환산한다. 북한 문제 역시 정상회담 이후의 대미 효용성(대북 관광산업 투자, 대규모 인프라 개발 등)을 중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즉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 접촉을 외교 자체의 성과를 위해 접근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어 "북미협상은 미국보다 북한의 내부 변수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회담의 상수가 아니다"라며 북한이 미국과 협상에 나설 이유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현재 북한은 대러 밀착 기조 하에 대중 경제교역량도 전년 대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를 견디며 사실상 핵보유에 이른 결과, 역사상 외교안보 전략적으로 가장 유리한 지위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북한은 당장 협상장에 나갈 유인이 낮고 10월말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가능성도 낮다"고 예측했다.

한 교수는 "다만, 북한은 여전히 한미연합훈련과 한미일연합훈련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으므로 9월 프리덤엣지 훈련에 어떤 변화가 있다면 반응할 여지는 있다"며 이 교수와 마찬가지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CVID에 대해서도 "더이상 유효하지 않고 비핵화 목표에 관한 동시적 아닌 단계적 접근도 매력이 없다"며 '북핵군축론'을 북미 협상테이블에 놓고 핵무기프로그램 동결 및 보유량 제한, 제제 완화 등의 협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21일 리영희재단과 평화네트워크, 한겨레평화연구소가 "북미 정상회담: 분석과 전망, 그리고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이인엽 미국 테네시 테크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구양모 미국 노르위치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한기호 아주대학교 아주통일연구소 연구실장. ⓒ평화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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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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